2009년 1월 SBS ‘TV 동물농장’은 개 연쇄 학대사건을 방송했다. 동물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해 학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동물을 학대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뿐 아니라 주인이 동물을 학대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강아지를 학대한 사람이 밝혀지면 국민적 공분을 사지만 처벌 수위는 매우 낮은 실정이다. 애완견을 기르는 세대가 늘어나면서 애완동물을 반려동물로 부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해 아껴주자는 움직임은 동물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포착됐다. 학대받는 반려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정치권 인사는 배은희 한나라당 의원이다. 배 의원은 지난 2010년 7월 2일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에 최고 징역형을 도입하는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해 올해 6월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이끌어냈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까지에는 배 의원의 끈질긴 노력과 더불어 누리꾼들의 도움이 컸다. 배 의원은 개정안 통과를 위해 자신의 블로그에 동물보호법 지지덧글 5000개 달기 운동을 펼쳤다. 이에 많은 애견인들의 호응해 현재 3000개를 돌파한 상태다. “동물 학대하는 사람들, 범죄라고 인식 못 해” 강아지 ‘멍이’를 키우고 있다는 배 의원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한 사람으로서 동물학대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동물을 학대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이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심각성이 매우 큽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상의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고, 그 생명은 소중합니다. 인간 생활의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희생돼야 할 경우에도 동물의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며 침해를 받더라도 최소한에 그쳐야 합니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잔인하게 학대하거나 죽이는 행위는 어떤 경우라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고 강조했다. 동물학대가 인간범죄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배 의원은 이와 관련해 “자라나는 아동, 청소년들에게 생명 존중의 가치를 알려주는 일 또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고 말했다. 국내 동물보호법은 지난 1991년 제정 이래 2007년 이후 그대로 방치돼 동물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지 못했다. 특히 동물학대나 동물보호에 대한 기능을 거의 갖추지 못했고 1991년 제정 이후 동물보호법 상 최고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20만원 벌금형 단 2건뿐이었다고 배 의원은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고양이 두 마리를 건물 17층에서 떨어뜨려 죽인 사건의 경우에도 벌금형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배 의원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최고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강화했고 상습범에는 가중처벌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실제 판결에서도 일정 금액 이상이 부과될 수 있도록 벌금의 하한선도 마련했다.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 자신이 올린 게시물의 조회수를 올려 관심을 끌려는 누리꾼들도 많다. 특히 일부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작성한 게시글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동물학대 영상을 무차별로 올리기도 한다. 이 같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배 의원은 동물학대 동영상을 무차별로 전파하는 경우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준비하던 초기에는 사람 보호도 아니고 무슨 동물 보호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습니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동물을 생명체로 보기보다는 자기 소유물로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었습니다”고 밝혔다. “여성에 대한 학대와 동물학대에도 상관관계” 배 의원은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생명체로서 존중받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은 ‘동물에 대한 잔인한 학대는 결국 인간범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동물학대가 인간범죄로 이어진다는 사실 입증을 통해 인식전환을 이끌어내는 작업이 먼저 필요했습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동물학대가 인간에 대한 범죄로 이어진다는 내용이 담긴 국내외 자료를 토대로 동물학대 근절을 위한 단체와의 미팅, 공청회, 블로그 등으로 온라인-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설득과 대화를 통해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배 의원은 “저도 처음에는 놀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많은 분들이 동물보호법이 통과되게 해 달라고 응원의 글을 남겨 주셨을 때 반드시 통과시켜야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졌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법적장치가 동물학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우리 사회의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한층 성숙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고 강조했다. 배 의원은 요즘 가수 이효리 씨의 반려동물 사랑에 주목하고 있다. 이 씨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거둔 유기견을 공개한 바 있다. 또한 동물보호소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유기견에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줘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이효리 씨는 모피 착용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 가죽의상을 입은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최근 이효리 씨는 자신의 반려견 ‘순심이’와 화보를 찍어 ‘2012년 이효리 달력’을 제작했고 수익금은 유기견 입양을 돕는 동물보호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배 의원은 “이효리 씨가 유기견에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따뜻한 인간애를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일에 앞장서도 악성 댓글이 달릴 때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사람의 인식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고 끝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추운 겨울 학대 받거나 버림받는 동물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길 바랍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법을 만드는 일입니다. 이번 개정안을 시작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으면 합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