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12월22일 징역 1년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정 전 의원의 구속은 대한민국에 큰 폭풍을 몰고 왔다. 그가 인터넷 팟캐스트(podcast, 애플이 개발한 새로운 방송 형태)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패널로 활동해 왔기 때문이었다. 쉽게 표현하자면 팟캐스트를 통해 스타급으로 떠오른 인물이 전격 구속됨으로써 한국 사회에 큰 여진이 울리고 있는 셈이다. 팟캐스트 열풍 몰고 온 ‘나꼼수’ ‘국내 유일의 가카(각하)를 위한 헌정방송’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4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나꼼수는 팟캐스트 정치뉴스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매회 직접 다운로드만 200만 건이 넘고, 직접 다운로드 이외의 여러 경로를 통해 최소한 600만 명 이상이 듣는 것으로 추산되는 나꼼수의 영향력으로 대한민국 정치는 완전히 팟캐스트 열풍에 휩싸였다. 정봉주 전 의원을 따르는 지지자들이 만든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이라는 인터넷 카페의 회원은 나꼼수 이전까지만 해도 불과 몇 천 명에 불과했지만 나꼼수가 뜬 이후 12월 29일 현재 회원 숫자가 16만8822명을 넘어섰다는 점에서도 그 폭발적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구속 수감 뒤 12월27일 올려진 나꼼수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자신의 징역형이 확정된 것에 대해 “나꼼수 때문”이라며 “나꼼수를 그냥 뒀다가는 내년 총선과 대선 결과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을 그들이 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국민들이 발언하는 것을 정부가 막으려 하고 있다”며 자신의 구속 수감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SNS와 나꼼수 같은 팟캐스트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고 발언한 것이다. 나꼼수 같은 팟캐스트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은 2011년 8월24일의 무상급식 서울시 주민투표, 10월26일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충분히 확인됐다. 오세훈 당시 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시민투표를 앞두고 나꼼수는 오 시장을 조롱하면서 시민투표에서의 패배와 그에 따른 오 시장의 사퇴를 일궈냈으며, 이어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여러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을 ‘가카’로 호칭하면서 그와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을 들춰내는 데 대해 정부-여당은 불편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급증한 SNS-팟캐스트 영향력에 방통위는 “문제있고 국가보안법 저해 내용에 대해서는 자진철회 요구하고, 따르지 않으면 계정 삭제하겠다“고 밝혔지만… 나꼼수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한나라당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가 팟캐스트 ‘라디오스타’를 방송한 바 있고, 보수 쪽에서도 ‘명품수다(명푼수다)’ ‘그래, 너는 꼼수다’ 등을 내놓았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나꼼수에 대해서는 현재 평가가 엇갈린다. 평소 정치에 관심 없어 하던 사람들을 정치로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이 대통령을 향한 직접적인 공격과 의혹 제기는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취자를 오도할 수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일상어로 정치를 말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욕설-비속어 등이 여과없이 등장한다는 데 대한 비판도 있다.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는 나꼼수가 콘서트에서 ‘눈 찢어진 아이’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10월 30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너저분한 얘기다. 야담과 실화, 저열하고 비열한 공격. 언젠가 똑같이 당할 것”이라며 “한껏 들떠서 정신줄 놓고 막장까지 간 것. 저질 폭로가 ‘팩트’라면 아무 문제없다고 버젓이 말하는 저 정신상태가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나꼼수를 들어 봤다. 저질 방송의 극치다. 전직 국회의원도 나와 욕설을 지껄인다”며 “정치풍자도 최소한의 격은 있어야 한다. 정치권도 반성할 것이 많지만 저주의 굿판을 멈추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도 선거는 SNS-팟캐스트의 대전 이처럼 팟캐스트 방송을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이 전개되고 있는 양상은, 짧은 문장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SNS를 둘러싸고도 마찬가지다.
2012년 선거는 2040 세대의 투표에 따라 승패 갈리고, 2040세대는 SNS-팟캐스팅으로 정보를 교류. 여야 “어떻게 해야 2040표심 잡을까” 아이디어 경쟁에 돌입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 준다는 여러 SNS 중에서도 최근 선거에서 가장 큰 위력을 보인 것은 ‘140자 이내로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트위터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부터 2011년 10.26 재보선까지 선거 당일 트위터 소통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선거 판세를 바꿔 놓는 위력을 발휘했다.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 트위터 메시지들은 ‘1번(한나라당)을 찍으면 전쟁 난다’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실어 날랐으며, 4.27 분당을 재보선에서는 ‘투표율이 떨어져 야당이 불리하다’는 메시지에 힘입어 퇴근시간 이후 젊은 층의 투표율을 비약적으로 높이면서 야당에 승리를 안겨 준 것으로 분석됐다. 트위터는 이처럼 선거 당일 위력을 발휘하는 것 이외에 이미 여야를 불구하고 정치인들의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힐 때 트위터로 메시지를 날리며, 많은 팔로워(follower: 트위터 메시지를 받아보는 사람)를 거느린 사람의 트위터 메시지는 삽시간에 수십만 명에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2012년 선거판에서 트위터의 활용도는 더욱 커지고, 선거 당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코리안트위터의 집계에 따르면 한나라당에서 팔로워 숫자가 가장 많은 인사는 박근혜 비대위원장(14만8087명)이며, 이어 나경원 전 의원(6만4564명), 진성호 의원(6만2619명), 김문수 경기지사(4만2477명), 정몽준 전 대표(3만8265명) 순이다. 영향력 순서로 따지면 홍준표 전 대표, 박근혜 비대위원장, 나경원 의원, 김문수 지사, 전여옥 의원 순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민주통합당(민주당)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 숫자를 자랑하는 인사는 한명숙 전 총리(12만6292명), 최문순 강원지사(8만3348명), 송영길 인천시장(8만2576명), 정동영 의원(8만2418명), 안희정 충남지사(7만8244명) 순이다. 영향력 순서는 정동영 의원, 한명숙 전 총리, 김진애 박지원 전현희 의원 순이었다. 이들의 트위터 파워가 2012년 선거판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도 관심거리다. 정치권은 20~40대(2040) 표심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SNS 활용도를 높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나라당은 SNS 대책을 시급하게 강구하고 있다. 이는 SNS 상에서 누군가 근거 없는 의혹을 유포시켜도 여당 입장에서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최근 비대위원으로 26살의 이준석 클라세 스튜디오 대표를 영입했다. 이 위원은 27일 첫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 참여한다고 하니 다들 한나라당에 트위터 아르바이트 하러 가느냐고 묻더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기 위해(트위터 아르바이트에) 참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당당하게 내 의견을 말할 것이고 20, 30대로서 비대위에 배당된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경험과 열정으로 정책들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이 위원은 트위터에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히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알리고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어 젊은 세대와의 교류가 기대된다는 게 한나라당의 분위기다. 민주당도 SNS 활용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문용식 민주당 인터넷소통위원장은 28일 CNB저널과의 통화에서 “최근 몇 차례 큰 선거에서 SNS가 정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됐다”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파급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2040 세대와 5070 세대 간에는 미디어 단절이 있다”며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뉴스를 소비하고 정보를 소통하는 2040세대와 신문-방송을 중심으로 정보를 섭취하는 5070세대 사이에는 엄청난 단절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40 세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표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그만큼 소셜 미디어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SNS는 당에서 주도적으로 하는 것보다 개인이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독려할 계획”이라며 “SNS를 잘 다룰 수 있도록 교육하고 가이드 하면서 당 차원에서 SNS와 인터넷 방송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팟캐스트와 SNS에 접근하는 방식과 자세에서 여야는 일정한 차이를 드러낸다. 자세는 이렇게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팟캐스트와 SNS는 여론의 향배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여야가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 역시 갈릴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 SNS 규제 나섰지만… “유해정보 차단” 주장하지만 “시대착오적” 반론 이렇게 큰 파괴력을 발휘하는 SNS에 대한 반작용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12월 초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를 심의하기 위한 기구인 ‘뉴미디어 정보심의팀’을 신설했다.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은 유해 및 불법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방통위는 밝혔다. 청소년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음란물, 도박, 명예훼손, 마약류 관련 정보 같은 유해 정보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거나 각종 범죄를 교사-방조하는 등의 유해 정보 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심의위 측은 SNS에 문제가 될 만한 글이나 사진이 올라올 경우 1차적으로 게시자에게 자진 삭제를 권고한 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계정(아이디) 자체를 차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 시도는 “표현의 자유를 누르려는 것”이란 비판 역시 불러왔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12월2일 “방통위가 앱(애플리케이션)과 SNS 통제 전담팀의 신설을 날치기 강행처리했다”며 “시대착오적 행태인 만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29일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한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공직선거법 93조1항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재판관 6(한정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12년 4월 제19대 총선부터 사실상 트위터를 통한 선거운동을 규제할 수단이 사라져, 정당이나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등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해졌다. 헌재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의 SNS 규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NS에 대한 반작용은 평소 누구보다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는 정치인들이 트위터 글에 발끈해 고발에 나서는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서울남부지법은 트위터를 통해 허위 사실을 퍼트려 국회의원의 명예를 훼손한 민주당원 박 모(46) 씨에게 12월21일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박 씨에 대해 “민주당 정세균 의원과 최재성 의원이 전 여수시장 오현섭으로부터 공천 대가로 수억 원의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정가에 파다하다”는 글을 지난해 9월 17일 트위터에 올렸다. 박 씨는 이런 내용이 “인터넷 신문 기사에 이미 나온 내용이며 이를 사실로 믿었다”고 진술했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도 트위터 글로 정봉주 전 의원 측과 설전을 벌이며 고소 직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전 의원으로, 12월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봉주 송별회는 하얏트 호텔에서 했나 보다. 친구한테 전화 왔는데 하얏트 호텔 로비 앞에서 안민석 의원 등과 포옹하고 사진 찍고… 럭셔리하다” “정봉주가 원래 명품좌파라고 들었는데 참말인가” 등의 글을 올렸다. 이에 안민석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 의원은 대책회의 자리를 럭셔리한 송별파티 자리로 둔갑시켰다. 사과하라”며 “사과하지 않으면 전 의원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니 법적인 대처를 불사하겠다. (전 의원은) 임자 만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트위터 글에 따른 고소 고발 사태는 내년 선거판이 과열되면서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평소 ‘표현의 자유’ 옹호하다는 정치인들도 트위터 비난 글에는 발끈하기도. ‘삽시간 전파’ 효과 위해 정치인들 적극적으로 SNS 활용하면서 ‘트위터발 소송’도 봇물 이룰 듯 SNS에서 떠도는 괴담들의 부작용 어쩌나 트위터에서 순식간에 유포되는 부정확한 정보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트위터에서 소수의 의견을 무시당하기 쉽고, 소통의 수단이라면서도 반대 의견을 제시했을 때는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전 대표는 27일 “제대로 된 언론의 기능을 국민들이 믿지 않는 것이 SNS의 풍토”라며 “괴담이 춤추는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일례로 홍 전 대표가 인천공항 주식을 국민주로 매각하자고 주장한 것이 트위터에서는 ‘인천공항을 팔아넘기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법안을 발의한 기억이 없는데 발의했다고 SNS에서 말이 돌아다니더라”며 “인천공항 주식을 거기에 있는 조합에 있는 사람들 일부하고 나머지는 서민들한테 30% 싸게 국민주로 매각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활주로와 관제탑을 빼고 서민들에게 혜택을 주자고 주장을 했는데 국민매각이 아니고 외국에 팔아먹자고 발의했다고 SNS에 나왔다”며 “이런 게 돌아다니면 해명할 길이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트위터를 통해 개인정보가 샌다는 이유로 이용을 꺼리는 여야 의원도 있다. 한 야당 의원은 “SNS를 통해 개인정보가 너무 많이 샌다. 그래서 잘 안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