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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넌 도대체 누구니?

‘너나없이 방송 타는 시대’ 열며 언론환경 완전히 뒤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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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4-255호 이어진⁄ 2012.01.02 13:58:29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 명을 돌파하고 모바일 통신이 세계를 뒤흔드는 상황에서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2011년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SNS 열풍이 정치권과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다. 애플의 아이폰, 삼성전자의 갤럭시S2 등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에 따라 SNS를 사용해 의견-정보를 주고받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과거의 언론 환경은 전문가(언론인)들이 정보를 만들어 게시하고 정보수요자(독자)는 이를 구입하거나 찾아가서 읽는 형태였지만, 이제 SNS 시대에는 좋은 콘텐츠라면 수요자가 직접 이를 되풀이해서(리트윗 해서) 나르는 ‘정보 공급자’의 역할까지 떠맡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폰을 통해 듣는 모바일 방송이랄 수 있는 팟캐스트가 한국에서 폭풍처럼 다가온 계기는 2011년 ‘나는 꼼수다’를 통해서였다. 2011년 한 해 동안 수백만 한국인이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들으면서 그들의 말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였다. 정치에 관심 없던 20~30대 일깨운 세계 청취율 1위 팟캐스트 ‘나꼼수’ ‘나꼼수’ 출연진이 펼친 오프라인 공연은 발매 뒤 단 몇 분 만에 입장권이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보였으며, 급기야 미국 주요 도시로 순회공연을 펼치는 위력을 뿜어냈다. 12월26일 ‘나꼼수’ 출연진 중 한 명인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BBK와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나꼼수’ 출연진들이 펴낸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한편, 정 전 의원의 구속을 맞아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SNS 서비스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꼼수 관련 정보를 초 단위로 퍼나르기 하고 있다.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한꺼번에 열리는 정치의 해를 맞아 이처럼 팟캐스트와 SNS는 ‘태풍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0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나꼼수’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방송은 못 들었지만 그런 방송이 있는지는 안다’는 응답자가 44.0%, ‘방송을 들어봤고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가 15.4%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이 ‘나꼼수’ 방송을 알고 있다는 놀라운 조사 결과다. 나머지 40.6%는 ‘나꼼수’를 모른다고 했지만 이 조사가 10월에 이뤄졌고,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 여파로 나꼼수에 대한 인지도가 더욱 높아졌으리라고 추정해 보면 그 파괴력은 더욱 커진 셈이다. 연령대별로는 20, 30대의 청취 경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대의 청취 경험이 19.5%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20대 17.2%, 40대 15.8%, 50대 이상 11.2%이었다. 20, 30대의 투표율이 극히 저조했다는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나꼼수가 정치 이슈를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점이 크게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별로는 남성 17.7%, 여성 13.0%로 남성의 청취 경험이 더 많았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3.7%로 최고였고, 그 다음이 대전-충청(16.0%), 강원(15.8%), 전북(15.0%) 순이었다.

서점가에서도 나꼼수 열풍 서점가에서도 SNS와 팟캐스트의 열풍이 뜨겁다. SN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SNS 관련 서적들이 출판되기 시작했고, 스마트폰과 SNS에 익숙하지 않은 40, 50대를 대상으로 쉽게 설명해주는 책자도 늘어난 상황이다. 나꼼수 출연진들은 주간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책을 펴내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은 ‘나는 꼼수다 뒷담화’ ‘보수를 팝니다’ ‘조국현상을 말하다’ 등 세 권을 펴내 총 30쇄에 가까운 보기 드문 판매량을 기록했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닥치고 정치’는 베스트 셀러 1위에 여러 주 올랐으며, 구속된 정봉주 전 의원의 ‘달려라 정봉주’ 역시 그의 수감과 더불어 판매가 폭증하고 있다. 아이팟과 방송의 결합 ‘팟캐스트’ 나꼼수를 일약 대형 스타로 올려놓은 팟캐스트는 애플 아이팟(아이폰 이전의 음성-동영상 재생 기기)의 ‘팟’과 브로드캐스트(방송)의 ‘캐스트’를 합친 단어다. 팟캐스트는 쉽게 말해 스마트폰으로 듣는 라디오 방송이다. 차이라면 라디오-TV 방송은 방송 시간에 맞춰 라디오나 TV를 켜야 방송을 청취할 수 있지만, 팟캐스트는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다운받아 들을 수 있다. 제작자가 완성된 방송물을 서버에 올려놓으면 청취자는 장소-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골라서 청취할 수 있는 신개념의 맞춤형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iOS 기반의 애플 스마트 기기 사용자는 애플의 아이튠즈에서 구독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팟캐스트를 일일이 다운로드 받을 필요 없이 자동으로 업데이트 받아 청취할 수 있다. 반면에 안드로이드폰에는 이런 자동 업데이트 기능이 없어 다른 방법으로 팟캐스트를 청취해야 한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나꼼수 홈페이지 등에서 관련 MP3 파일을 다운로드 받거나, 팟캐스트의 RSS 주소를 직접 입력하거나 ‘추천 팟캐스트’ 명단을 제공하는 어플에서 나꼼수 등을 선택하면 청취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애플 아이폰에 특화된 것이 팟캐스트지만 안드로이드폰에서도 간단한 절차를 거치면 팟캐스트 청취에 문제는 없다. 어떤 팟캐스트들이 있나? 미국 등지에선 이미 팟캐스트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여러 팟캐스트 방송을 즐길 수 있다. 해외 유명 매체들은 뉴스나 칼럼을 팟캐스트로 제공하며, 개인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의 내용도 다양하다. 인기있는 해외 팟캐스트로는 TED(Tech nology, Entertainment, Design), BBC의 ‘6 Minute English’, CNN의 ‘The CNN Daily'’등이 있다. TED는 정기적으로 기술, 오락, 디자인 관련 강연을 개최하는 비영리재단으로 강연 영상을 올려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팟캐스트는 아이폰 도입이 미국 등보다 2년 정도 늦어지면서 나꼼수 이전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라디오 방송의 정규 프로그램을 음성 파일 형태로 아이튠즈에 올려놓아 방송 시간 이후에 원하는 청취자가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꼼수가 폭발적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국내에도 바야흐로 팟캐스트 전성시대가 펼쳐지는 양상이다. 나꼼수의 경제 버전이랄 수 있는 딴지일보의 ‘나는 꼽사리다’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SBS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김샘영어의 ‘닥치고 영어’ 등도 인기 팟캐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청와대도 팟캐스트를 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008년 10월13일에 시작한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팟캐스트에 올리기 시작해 현재 3년째 운영하고 있다. ‘톡톡 푸른지붕’ 팟캐스트도 2010년 2월 시작돼 이미 100회를 넘어섰다. 정치 관련 팟캐스트로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과 언론 대상 브리핑을 제공하는 채널도 있다. 지자체 중에서는 성남시가 ‘책 읽어주는 사서’와 ‘책 속 한 구절’ 등으로 앞서 나가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의 강점 ‘소통’ 팟캐스트의 강점은 기존 언론매체들이 장악했던 방송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데 있다. 특히 기존 매체들이 말하지 못한 부분까지 속시원하게 말할 수 있다는 장점이 파괴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꼼수 시청자들이 기존 방송-신문의 보도보다 나꼼수에서 언급된 내용을 더 신뢰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나꼼수의 열혈 시청자라는 이명화 씨는 “나꼼수의 가장 큰 매력은 기존 매체들에서 들을 수 없던 부분을 알기 쉽게, 평상 언어로 시원하게 말해 준다는 점”이라며 “나꼼수를 듣고 난 뒤부터는 방송, 신문, 인터넷 뉴스들을 보면서 ‘여기에는 또 무슨 꼼수가 담겨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취자 최 모 씨는 “궁금했던 부분들을 다른 시점에서 알려 주니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존 방송과 언론들이 밝히지 못하는 부분을 꼼꼼히 짚어주는 나꼼수 같은 팟캐스트가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구나 방송하는 시대 나꼼수가 ‘누구든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 뒤 팟캐스트 방송에 관심을 갖는 개인 또는 단체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나는 일반인이다’는 팟캐스트 코미디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이 팟캐스트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나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며 반응이 폭발적이다. 기존 언론 매체에는 일반인이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털어내기 힘들지만 팟캐스트라는 플랫폼을 이용하면 그 누구라도 자신의 주장 또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일반인이다’를 듣는 김선정 씨는 “일반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은 과거에는 미니홈피였고 지금은 SNS지만, SNS에서는 아는 사람들과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었다”며 “팟캐스트는 그 동안 언론의 조명 대상에서 제외돼 있던 사람들로 하여금 방송이라는 ‘엄청난 매체’에 자신도 등장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팟캐스트의 대성공은 기존의 언론사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개개인이 방송을 하는 시대를 맞아 과거처럼 일방통행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거나 ‘국민을 계도’하는 형태에 큰 변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따라 크고 작은 많은 언론사들이 팟캐스트 방송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존 언론사가 운영하는 팟캐스트도 획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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