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탕이나 가는 선, 클로버의 둥근 잎 등을 화면 가득히 반복해 쌓거나 그리는 최성임의 개인전 ‘집으로 가는 길’이 신사동 가로수길 드로잉11에서 1월 15~25일 열린다. 딸이며 아내이자 어머니로 30대 중반의 길을 걷고 있는 작가 최성임은 늘 집으로 가는 길을 찾곤 했다. 예술가이기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 그리고 삶과 예술의 문제를 집이라는 주제를 통해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최성임 작업의 특징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쌓아가는 것이다. 쌓아가는 반복행위에는 호흡, 박동, 숨쉬기 등의 미세한 떨림이 있다. 어떤 절박함, 간절한 기원, 인내의 시간이 느껴진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작가는 예술과 자신을 연결시킨다. 쌓아 올려 반복하는 행위에 대해 작가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원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또한 삶과 예술을 긍정하는 손짓이라고 생각한다. 쌓아올린 이미지는 작품 안에서 견고한 형상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수 있는 각설탕의 물질적 특성 때문에 비워지고 사라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는 우리 삶과도 같다. 무언가를 채워가면서 완전히 채워지기를 열망하지만 안타깝게도 계속 비워지는 삶의 모순과도 닮았다. 작품 속에 담긴 정성스러운 터치를 느끼며 관객도 작품 속에서 집으로 다가가는 긍정의 문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