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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삼봉이발소’ …못생겼다고 고개숙일 필요없잖아?

‘못생긴 바이러스’ 치료하는 만화 ‘삼봉이발소’ 연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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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8호 김금영⁄ 2012.01.25 14:25:00

“못생긴 애들만 걸리는 병이 있대” “외모 콤플렉스가 트라우마가 돼 괴물처럼 변하고 미쳐버리는 거래” “이성을 잃고 발작하다 죽어버린대.” 사람들이 쑥덕댄다. ‘외모 바이러스’라는 신종 병 이야기다. 설정이 파격적이다. 사람들은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다. 하지만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에만 문제가 있는 걸까? 외모지상주의에 주목한 인터넷 만화(웹툰) 하일권의 ‘삼봉이발소’가 연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난 못생기게 태어나 선천적으로 선택받을 수 없는 인생”이라며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버리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는지, 예쁜 사람들은 정말 행복한지를 따져 보는 연극이다. ‘삼봉이발소’에는 외모 바이러스라는 병에 걸린 사람들의 내면에 들어가 그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형상화해 보여주는 이발사 김삼봉, 말하는 고양이 믹스, 못생긴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박장미가 등장해 이야기를 펼친다.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서울 대학로 소극장 ‘꿈꾸는 공작소’에서 시작된 삼봉이발소는 올해 2월 19일까지 막을 올린다. 원작 만화에서 김삼봉은 자기 몸만큼이나 큰 가위를 휘두르며 사람들의 머리를 손질한다. 또 고양이로, 때로는 인간화된 모습으로 변하며 말까지 하는 고양이 믹스가 등장한다.

이렇게 원작이 판타지적 요소를 많이 품고 있기에 원작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런 장면들이 연극으로 어떻게 표현될지 걱정스럽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깨에 고양이 인형을 얹고 능청스레 믹스 역할을 연기하는 박상현, 그리고 원작의 김삼봉 이미지와 닮은 이정민과 김영확이 더블캐스트로 극의 흐름을 잘 이끌어나간다. 못생겼다고 하기엔 너무 귀여운(?) 배우 박수현이 박장미 역할을, 박장미의 친구 이희진 외 다역을 박소영이, 예쁜 외모를 가졌지만 주위의 편견에 힘들어하는 이수진 역할을 김묘정이, 못생긴 외모 탓에 좋아하는 아이에게 고백도 못하는 우주인 역할을 김재호가 각각 맡아 연기한다. 좁은 공간을 적절히 활용하며 원작 만화의 수많은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김삼봉이 외모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과정에는 위로보다는 “더럽게 못생겼네” “살 가치도 없어” 등 독설이 난무한다. 처음엔 그런 김삼봉이 외모지상주의의 선봉주자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외모 때문에 뭔가 시도해보지도 않고 절망부터 해버리는 그들에게 김삼봉은 “비겁한 새끼들아”라고 다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못 생겨 아무것도 못해’ 병에 걸린 사람들을 사람 키만한 가위로 치료하는 이발사 삼봉이. “예쁘다고 고민 없는 줄 아니? 일단 하고 봐” 외모에 자신이 없는 우주인은 좋아하는 아이에게 고백을 하고 싶어도 ‘나처럼 못생긴 애를 누가 좋아할까?’라며 자괴감에 빠진다. 고백을 했다가 거절당한 이희진은 ‘나는 괜찮은데 내 얼굴이 안 된다는 거잖아’라고 생각하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괴로워한다. 이들은 예쁘고 멋있으면 무조건 행복할 것이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미워한다. 하지만 정작 예쁜 미모의 소유자인 이수진은 “예쁜 애는 머리가 나빠” “저런 애는 돈 많은 남자가 명품 선물하면 홀딱 넘어가” “예쁜 애는 싸가지도 없다는데 쟤가 딱 그래” 등 주위의 편견에 불행하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못생긴 사람, 예쁜 사람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외모를 행복과 불행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김삼봉은 이들 모두에게 현실을 피하지 말고, 주눅 들 필요 없이 당당하게 맞서라고 권한다. 그리고 큰 가위를 휘둘러 그들의 머리를 손질하면서 그들의 장점과 내면 속 아름다움을 형상화해 보여준다. 외모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과정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누구에게나 행복하게 살 자격은 있는 거야.” 이 간단한 이치를 잊고 지냈던 등장인물들은 김삼봉을 만나면서 다시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시선에 힘들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고개를 숙일 이유는 없다고 이 작품은 이야기한다. 원작 만화를 읽었다면 연극으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비교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원작을 읽지 못했다면 극의 흐름이 빨라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작품 자체가 판타지적인 요소를 다루고 있기에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진종현이 연출을 맡았고 이정민, 김영확, 박수현, 박상현, 박소영, 김묘정, 김재호 등이 출연한다. “원작 만화만큼 재미있대요” 삼봉이발소 이지현 프로듀서 인터뷰

- 자신의 첫 작품으로 웹툰 ‘삼봉이발소’를 택한 이유는? “요즘 웹툰이 많이 연극으로 만들어진다. 성공한 케이스도 많고. 관객들이 익숙해 부담 없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찾다가 삼봉이발소를 봤다. 대학로 공연에 요즘 너무 자극적인 소재가 많은데 신선한 내용이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 웹툰을 연극으로 만들면서 좋았던 점과 고충이 있다면? “말하는 고양이 ‘믹스’ 캐릭터를 가장 표현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재밌게 나왔다. 처음엔 진짜 고양이 영상을 보여주고 나중에 사람이 등장해서 말하는 식으로 표현할까 했는데 익살스런 ‘믹스’ 캐릭터를 관객들이 좋아해주셨다. 고충이라면 판타지적인 작품이다 보니 극본을 쓰기 힘들었다. 3권이나 되는 분량을 줄이기도 힘들어서 한때 ‘그냥 하지 말까’ 생각도 했다(웃음).” - 연극 진행과정은 어땠나? “원작 작가 하일권 씨에게 연락해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진종현 연출과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을 뽑았고 제작기간은 6개월이 걸렸다.” - 다른 웹툰도 연극으로 만들 계획이 있나? “아직 구체적인 건 없다. 차기작은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될 것 같다.” - 연극으로 만들어진 삼봉이발소에 관객들 반응은 어땠나? “원작 인기가 너무 좋았으므로 그 인기를 업고 쉽게 가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그런데 원작을 읽지 않고 왔다가 오히려 연극을 보고 원작 만화를 찾아보는 관객들도 있더라. 원작을 읽어보고 오는 것도 좋지만 보지 않고 와도 부담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 앞으로의 계획은? “삼봉이발소가 서울에서 5월에 연장 공연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올리고 싶다. 연극이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데 누가 봐도 편하게 볼 수 있고 재미와 감동이 있는 따스한 연극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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