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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중 고미술품 절반이 “가짜” 공인된 감정기관 부재도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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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9-260호 왕진오⁄ 2012.02.06 13:06:15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거래되는 고미술품들의 진위 여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월 10일 검찰이 문화재 허위 감정과 도굴한 문화재 거래 혐의로 한국고미술협회와 김종춘(63) 협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고미술품 감정서와 각종 회계 장부, 거래 장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는 고미술품 거래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 새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이 비중 있게 고미술품을 거래해 왔다. 이렇게 거래가 이뤄지는 가운데 허위 시비가 끊이지 않는 데는 공인된 감정기관의 부재가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고미술협회는 1971년 당시 문화공보부의 법인 허가를 받은 문화재 매매업 사업자들의 단체다. 문화재보호법과 문화재 매매업 윤리강령을 준수하면서 사업을 전개하고, 문화재의 보존 및 향유를 위한 활동을 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하지만 문화재 매매업 사업자들의 단체가, 자신들이 거래하는 제품에 스스로 가격을 매기는(감정한다는) 자체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현상을 수십 년째 방치한 끝에 최근의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국내 미술품 거래 시 감정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기관은 현대 미술품을 위주로 감정하는 (사)한국미술품감정협회, 그리고 고미술품을 감정하는 (사)한국고미술감정협회가 있다. 이 가운데 한국미술품감정협회는 개인과 미술품 경매회사의 의뢰를 받아 감정을 수행하는 한편, 고미술품을 맡은 한국고미술감정협회는 스스로 감정가를 매기고 이를 또 판매하는 이중의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한국고미술감정협회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감정 업무를 시작하면서부터 비리의 발단이 시작됐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화재청은 비영리법인인 협회의 감정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수년 간 방치했고, 지난 2009년에는 '한국 고미술품 감정 DB 도록'의 발간 예산까지 지원하면서 협회의 위상을 높여줬다. “모든 그림은 가짜”로 만들 것인가 이런 방임과 무책임 탓에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서처럼 "세상의 모든 그림은 가짜"라는 표현이 나온다는 지적이다. 고미술품 감정에 대한 신뢰성 저하 그리고 업계 상호간의 알력이 협회장 자택과 협회 사무실에 압수수색 사태까지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고미술품 거래 관련 인사들은 "15년째 장기 집권 중인 김 회장이 협회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고미술품 감정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문제“라며 ”불미스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회장의 경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편이다. 한국고미술협회는 2009년 4월 “3년간 감정을 의뢰받은 작품 1885점 중 진품은 52.7%에 불과했다”며 책자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렸다. 그러나 2009년 이후 만 3년 동안에는 거래된 고미술품에 대한 자료가 전무하다는 것이 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고미술품 감정은 이제 “누구도 모르는 일”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당시 김종춘 협회장은 〃미술 시장은 성장했지만 고미술품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가짜가 많기 때문〃이라며 〃가짜에 대한 공개를 놓고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았지만 이제부터라도 투명하게 하지 않으면 고미술품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공개하기로 했다. 문화재의 위조와 도난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미술품의 대한 진위 판단의 결과는 워낙 은밀한 거래 관행상 외부에 자주 알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2009년 3월 서울옥션이 진행한 113회 경매에 출품된 단원 김홍도의 병풍을 둘러싼 고미술협회와 서울옥션 간의 공방은 그 단면을 보여준다. 당시 김 회장은 〃미술품 경매에 나온 작품 가운데 단원 김홍도의 화첩 평생도는 가짜〃라며 〃도록에 나와 있는 사진만 봐도 가짜임을 알 수 있는데 어떤 이유로 경매에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화첩평생도는 출품 당시 추정가 4500만~6500만 원이었다. 8폭에 걸쳐 돌잔치와 혼례, 과거, 벼슬살이 등 평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그린 작품이다. 김 회장은 〃단원 8폭 병풍이 4000만 원대에 나온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8폭 진품이라면 최소 4, 5억 원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즉 〃협회의 감정을 받지 않고 자기들끼리 감정하기 때문에 고미술의 진위 여부를 구별할 능력도 없는 감정가를 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경매에 가짜가 나오면 안 된다〃며 〃앞으로 이러한 일이 또 발생하면 작품의 감정 여부를 언론에 공개하고 더불어 수사기관에 고발조치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경매회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공정한 판정 할 수 있는 기관 마련 시급 이에 대해 당시 경매회사 관계자는 〃도록에 '전(傳)' 단원 김홍도라 표시돼 있지 않냐〃며 〃'전' 자가 붙은 것은 김홍도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것이라는 뜻이지 100% 김홍도의 작품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우리가 김홍도라고 확신하면 '전' 자를 붙이지 않는다. 낙관은 후대에 찍을 수도 있다〃며 〃해외 유명 경매회사인 소더비나 크리스티도 마찬가지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당시 〃우리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분들이 감정을 하고 있다. 서로 의견 일치가 안 되면 출품이 안 된다〃며 〃고미술협회 김 회장이 우리 쪽 감정위원을 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듯 고미술품의 진위 감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 고미술품 거래의 현황은 국내 양대 경매회사의 거래 내용을 보면 대략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의 거래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고미술품 감정에 대해 서울옥션은 〃고미술 전문 감정협회와 자체 시스템을 통해 진행하며, 특별 감정이 필요할 때는 한국미술품감정협회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K옥션 역시 〃외부에 의뢰하는 경우도 있고, 자체적으로 감정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양대 경매회사가 모두 “신뢰도 문제 때문에 고미술품에 대한 감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힌 셈이다. 국내외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미술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미술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던 고미술품 시장이 제대로 된 감정기관의 부재 탓에 검찰 수사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우리의 낙후한 문화 시스템을 보여주는 한 증거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도 있지만, 하루빨리 고미술품에 대해 객관적 공인 감정을 할 수 있는 기관을 정부가 마련하는 등 조취를 취해 달라는 것이 고미술계의 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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