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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K 다이아 게이트’의 숨은 현장

오보코갤러리, 보석과 고가 그림 전시했지만 “아무나 못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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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9-260호 왕진오⁄ 2012.02.06 13:59:00

아프리카 카메룬에 있는 초대형 다이아몬드 광산의 개발권을 획득했다고 허위 발표해 희대의 주가 조작 사건을 일으킨 씨앤케이(CNK)라는 업체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씨앤케이는 주가조작 과정에서 특별히 초청된 VIP들만 입장할 수 있는 비밀스런 보석샵을 오픈했고, 이곳에는 억대 미술품이 걸려 있어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의 장소는 서울 성북동에 있는 오보코 갤러리. 이 갤러리는 2010년 5월 당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카메룬 광산 현장을 직접 다녀온 뒤 바로 다음 달인 6월에 문을 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씨앤케이가 ‘오보코마샥’이라는 다이아몬드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그 제품을 전시·판매한다는 것이었다. 마샥은 프랑스의 보석 브랜드며, 오보코는 라틴어로 ‘부르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오보코 갤러리가 특이한 점은 아무나 함부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체 보석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보석류를 전시하고, 가격이 억대를 호가하는 그림을 걸어 놨음에도 불구하고 이 갤러리는 항상 문이 잠겨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다. ‘특별히 미리 초대된 사람’에게만 공개되는 특별한 공개였다는 얘기다.

오보코 갤러리는 2010년 6월 외부에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비밀스레 대대적인 오프닝 축하 행사를 펼쳤다. 당시 파티에는 프랑스에서 초대됐다는 백작부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명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으며, 모델을 동원한 오보코마샥의 런칭 파티가 밤 늦게까지 펼쳐졌다. 오픈 파티에는 국무총리실과 외교통상부의 직원 등 200여 명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준 전 차관이 카메룬 다녀온 직후 프랑스의 마샥과 제휴한 보석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런칭하고, 외교부는 씨앤케이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보도자료를 내놓고… 이어 오보코마샥은 상류층을 대상으로 은밀한 홍보를 펼치고, 2011년 11월 24일에는 유명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선정하고 ‘VIP 멤버십 카드’ 출시를 기념하는 프로모션을 또 한 차례 진행하는 등 활동을 벌여왔다. 오보코 갤러리에 걸려 있는 그림도 대단했다. 최고급 보석에 걸맞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인 듯 영국 출신의 유명 작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이른바 ‘안토니아(Antonia) 시리즈’ 그림을 10여 점 전시해 놨기 때문이다. 안토니아 시리즈는 귀부인이 보석을 걸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그림 한 점당 거래가격이 현재 최소 4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에 이르는 고가품이다. 이렇게 대대적이면서도 은밀한 갤러리를 오픈하면서 씨앤케이는 카메룬 광산에 대한 개발권을 외교부 보도자료 등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씨앤케이의 대표 오덕균(46)은 “2005~2006년 이후 카메룬 베타레오야, 요카도우마 모빌롱 등 광산에 대한 현지 탐사 조사를 성공리에 마쳤으며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발언했다. 추정 매장량이 최소 4억 2000만 캐럿이나 되는 초대형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확보했다는 ‘초대형 발표’였다. 개발권 확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오 사장은 “아직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이지만 카메룬 정부와 업무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확보는 문제가 없다”며 “한국 정부 차원에서 협조하고 있기 때문에 곧 정식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2010년 5월 박영준 전 차관이 카메룬을 방문한 뒤 씨앤케이에 대한 신뢰도는 급상승하며, 오보코마샥 브랜드가 런칭된 2010년 6월 정부는 또 다시 씨앤케이에 유리한 보도자료를 내놓아 씨앤케이 주가는 다시 폭등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씨앤케이의 당시 발표 자료는 현저히 허위·과장된 자료〃라며 〃카메룬 광산에 대해 했다는 탐사도 광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는 정도의 기초 탐사만 했을 뿐 매장량 추정 산출에 필요한 정밀 탐사는 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갤러리-브랜드 런칭 파티에는 유럽의 백작부인이 초빙되고, 유명 아나운서가 사회 보는 가운데 총리실과 외교부 관계자 200여 명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하고… 감사원 역시 씨앤케이와 정부 당국의 매장량 추정 발표에 결정적 근거가 됐던 충남대 김원사 교수의 자료에 대해 “그 실체가 없고 최소 매장량 4억 2천만 캐럿이란 주장은 객관적 수치가 아니라 씨앤케이의 자체 조사 결과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감사원의 발표에 따라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으며, 이명박 정권의 실세이자 '왕 차관'으로도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연루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영준 전 차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특검을 100번 해도 자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내가 씨앤케이를 통해 이득을 누린 게 있는가가 핵심일 텐데, 나는 그 회사로부터 넥타이 하나 받은 게 없다〃고 장담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유희상 감사원 공보관은 “박 전 차관을 직접 불러 강도높게 조사했지만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 증거나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박 전 차관이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와 보도자료를 내면서 협의한 정황을 발견해 검찰에 참고 자료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전 차관은 2009년 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재직했다. 외교부 1차관 출신으로 씨앤케이의 고문을 맡은 조중표 씨는 2008년 2월~2009년 1월 국무총리 실장으로 근무했다.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 역시 2008년 5월~2010년 7월 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으로 있었다. 희대의 다이아몬드 사기극 '씨앤케이 주가 조작 사건‘은 검찰에 공이 넘어갔다. 검찰은 정부 부처 산하기관과 정권 실세 등이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주목하면서도 4월 총선 이전에는 수사를 끝낼 방침으로 알려져 있어 앞으로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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