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 연애에 필수적이라는 밀고 당기기의 약자다. 밀어내는 듯 당기고, 당기는 듯 밀어내는 세밀한 힘조절에 능수능란해야 연애 박사가 된다는 ‘밀당론’ 탓에 요즘 인터넷에는 ‘밀당술’ 관련 조언이 넘친다. 그런데 이런 밀당론에 정면대결 하는 커플이 있으니 바로 코믹연애사극 ‘밀당의 탄생’의 성두섭, 이정미 커플이다. 이 연극은 현재 서울 PMC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되는 창작극으로, 인기에 힘입어 2월 14일까지 연장 공연에 들어갔다. 제목만 보면 여느 밀당론처럼 밀당의 필요성과 기원을 말하는 연극일 것 같다. 극 중 설정 내용 역시 신라의 선화공주와 백제의 서동도령이 연애에 통달한 선수였다는 가정 아래 서로 밀당을 주고받는다는 내용이다. 극 초반에는 선화공주가 작업을 거는 남자들에게 신데렐라 마냥 꽃신을 남겨두고 사라지고, 서동도령은 반대로 탄탄한 복근을 보여주면서 선화공주를 유혹하는 등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된다. 그러나 서로의 마음을 깨달은 선화공주와 서동도령은 밀당보다는 진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런 스토리라인에 대한 배우들의 생각은 어떨까? 빛나는 비주얼과 연기력으로 관객을 휘어잡는 성두섭, 이정미 두 주연 배우의 솔직한 연애관을 들어봤다. - ‘밀당의 탄생’에서 선화공주와 서동도령은 밀당의 고수로 나오는데, 실제로 본인들은 어때요? 성두섭(이하 두섭) “전혀 아니에요. 실제 연애할 때도 다툰 뒤 괜한 자존심 탓에 먼저 전화 안하는 단순한 밀당 정도는 해봤지만 밀당 고수는 절대 아니에요(웃음).” 이정미(이하 정미) “전 진심으로 누구를 좋아하면 머리 굴려 계산을 못해요. 그래서 밀당은 너무 어려워 싫어요. ‘밀당의 탄생’에서 밀당 고수 역할을 맡았지만 그냥 가상으로 대리만족하고 있어요(웃음).” - 연애를 할 때 밀당이 필수라고 생각하나요? 두섭 “적정선 안에서 귀여운 정도로 하면 좋죠. 저는 밀당을 좋아하진 않지만 어쩔 때는 여자가 살짝 튕겨줘야 재밌을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너무 진지하게 밀고 당기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정미 “전 밀당을 추천하지 않아요. 서로 마음이 있으면 굳이 돌아가거나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도 진심이 통할 수 있지 않나요? 진심만 통하면 밀당이 필요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 ‘밀당의 탄생’ 공연에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두섭 “연극 자체가 재밌다 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 나와 ‘이게 그렇게 웃긴가?’ 하며 당황했던 적도 있어요. 배우로서는 실수지만 다행히 관객들이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박수도 쳐줘 감사했어요.” 정미 “실수를 했을 때 관객들이 먼저 알아채고 웃으면 전 무방비 상태가 돼요. 하지만 이렇게 웃으면서 공연하는 건 정말 처음인 것 같아요. 물고기가 없는데 있는 척 하는 등 재밌는 장면이 정말 많아요.”
- ‘밀당의 탄생’은 창작극인데다 초연인데 라이선스 공연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두섭 “처음 출연을 결정할 때만 해도 초연이다 보니 대본이 없었어요. 대본 없이 시작하는 게 불안하고 무모하기도 했지만, 시놉시스만 들어봐도 내용이 신선해 끌렸어요. 창작 공연은 한국인이 쓰고 한국말로 대사하니 관객 정서에 잘 맞는 것 같아요. 공감하고 이해하는 여지가 더 크죠. 해외 라이선스 공연은 외국 이야기와 대사를 한국말로 번역해 하다 보니 이질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라이선스 공연은 또한 오픈런(마감 날을 정하지 않고 무대에 올리는 공연) 공연을 올릴 때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기존에 했던 공연을 그대로 다시 할 때도 많은데 그런 점들이 아쉬워요.” 정미 “라이선스 공연은 작품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검증을 거치고 난 상태에서 배우들이 참여해요. 한국에 맞게 변형될 때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모든 공연에 창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창작 공연은 보통 공연보다 10배는 더 힘들지만 보람 있어요. 처음 공연을 만든다는 의미가 크죠. 그런데 창작 공연도 몇 회가 지나면 처음에 가졌던 느낌이 사라지고 상업적인 방향으로 가는 경향이 있기도 해요. 작품을 처음 만들 때 가졌던 마음가짐과 자세, 에너지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거든요. 따라서 스태프뿐 아니라 배우도 계속 초연을 올린다는 마음으로 공연을 해야 한다고 봐요. ‘밀당의 탄생’도 시즌2가 나올 예정인데 초심을 잃지 않고 잘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빠지지만요. 흑흑.” - 성두섭 씨는 극 중 복근을 살짝 노출하는 장면이 있는데 부담되진 않나요? 두섭 “배우이다 보니 노출 연기는 있을 수 있죠. ‘극적인 하룻밤’ 공연에서는 더한 노출도 했어요.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를 땐 쑥스러워요(웃음).” 정미 “성두섭 씨는 배꼽이 매력 있는 것 같아요.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라고 하더라고요. 타고났다고 자랑하는 거죠(일동 웃음).” - 이정미 씨는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데 목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정미 “허스키 보이스가 아니라 제가 원래 목소리가 굵어서…(일동 웃음). 지금은 성대에 혹이 있어서 아픈 상태라 관리를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네요. 흑.” - 원래 배우가 꿈이었나요?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두섭 “어릴 때 가수가 꿈이었는데 지금은 별 생각 없어요. 그런데 딱 분야를 나누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단지 뮤지컬 배우 성두섭, 이정미가 아니라 배우 성두섭, 배우 이정미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배우인데 단지 현재 연극과 뮤지컬 장르를 하고 있을 뿐이죠.” 정미 “전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 장르에 국한되는 배우는 되고 싶지 않아요. 한 분야에 계속 있다 보면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하니 여러 장르가 교차됐으면 좋겠어요. 가수들이 뮤지컬을 할 수도 있고, 뮤지컬 배우들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처럼 말이죠. 성두섭 씨는 감수성이 좋은데 TV나 영화 쪽에서 빛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 특별히 연기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두섭 “꼭 집어낼 만큼 있지는 않아요.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거든요.” 정미 “어떤 작품이든 주어지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타입이라…. 제가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우리를 봤을 때 시키고 싶은 역할이 있는 듯해요. ‘아! 이 역할엔 성두섭이 딱이다! 또는 이정미가 딱이다!’ 하는 작품을 만나는 게 바람직한 것 같아요.” - 서로 칭찬 한마디씩 한다면? 두섭 “이정미 씨는 굉장히 매력적이고, 쿨하고, 뒤끝 없고 시원시원해요(웃음).” 정미 “성두섭 씨는 자상한 면이 있어요. 인간성이 좋고, 철들었고, 앞가림도 잘하는 배우에요(웃음).” - ‘밀당의 탄생’을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두섭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세요. 심오한 거 없이 편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공연이에요(웃음).” 정미 “이 공연이 먹히는 이유는 혼자 와서 봐도, 친구끼리 와서 봐도, 어른들이 봐도, 연인끼리 봐도 재밌기 때문이에요. 성별, 나이를 떠나 현 시대 트렌드에 맞는 공연이에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답니다.” - 앞으로의 계획 및 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섭 “앞으로 계속 작품 열심히 하려고 해요. ‘밀당의 탄생’도 계속할 예정인데 많이 사랑해주시고요. 대학로 소극장 공연이 보다 활성화되고, 창작 공연이 더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배우가 여러 장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고요. 관객의 시각도 높아졌으면 해요. 공연을 보고 즐거워해주시는 팬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정미 “항상 감사한 마음이 가장 커요. 관객에게 즐거움이 돼 드리는 게 삶의 목적이라 한다면 너무 오버인가요(일동 웃음)? 농담이고, 정말 공연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즐거움을 지향하면서 저도, 공연도 잘 발전해나갔으면 좋겠어요.” 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성두섭과 이정미는 피곤하기보다는 곧 무대에 오른다는 설렘에 들떠보였다. 마치 첫 공연을 앞둔 신인배우처럼…. 항상 초연을 한다는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무대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그들의 매력이 공연에서 빛을 발하는 이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