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날아갔던 스튜어디스가 국제 큐레이터로 되돌아왔다. 바로 프리랜서 아트 컨설턴트 최선희 씨다. 그녀의 스토리는 ‘꿈은 이뤄진다’의 미술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상명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아시아나 항공에 입사했던 그는 근무 3년째 되던 해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1998년에 파리로 이주했다. 어려서부터 화집을 좋아했고, 샤반의 ‘가난한 어부’ 그림을 배낭여행 때 들른 오르세 미술관에서 본 뒤 보자마자 한눈에 반한 그녀는 프랑스 땅을 밟으면서 운명의 힘 같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남편을 따라 2000년 런던으로 이주한 그는 잠시 1년간 항공사 직원으로 다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학생 신분으로 되돌아갔으며, 2004년 크리스티 경매학교(인스티튜트)에 들어가 미술사 디플로마를 취득한다. 경매학교에서 그녀는 서양 미술의 동향과 한국 미술의 위상을 파악하고 아시아 미술이 전 세계 미술에서 차지하는 규모를 알게 됐고, 이어 크리스티 경매 본사의 동양미술부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한다. 이후 그녀는 차이니즈 컨템퍼러리의 어시스턴트 디렉터, 유니언 갤러리의 세일즈 매니저 등으로 활동하며 런던 미술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일을 그녀는 “젊은 한국인 작가들을 유럽에 알리는 전시들을 기획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현재 직함은 아트 컨설턴트다. 아트 컨설팅이란 고객의 미술 작품 선정에 조언을 하는 일로서, 사무실 및 생활공간 등의 품격과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고객의 취향과 분위기, 공간의 조건과 목적에 맞는 그림, 조각 등의 미술 작품을 고르고 설치-관리해 주는 일이다. 아트 컨설턴트는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직업으로서 자리잡아 왔다. 유사한 분야로는 미술품 거래상, 미술관 큐레이터 등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 세 직종을 세분하지 않고 2000년 이후에야 ‘아트 컨설팅’이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최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을 올바로 이해시키고 미술 작품이 세상과 올바르게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파리, 런던, 서울을 오가며 자신의 자유로운 삶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현재에 대해 “미술의 본고장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다양한 미술 작품과 작가들을 필요한 곳에 소개하고 있지만 항상 저의 마음은 어딘가에 떠다니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곤 합니다”라고 말했다. 아티스트와 함께 창작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해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만의 작품을 그려내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세상에 소개하면서 작업실에 쌓여 있던 작품들이 세상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커다란 힘을 얻는다.
아트 컨설턴트로 유럽에서 한국 작가 소개하는 프로젝트 진행하고 한국 돌아오면 아트 컨설턴트, 칼럼니스트로 동분서주 아트 컨설턴트는 미술작품 소장가의 안목을 높여주는 개인 큐레이터 역할도 맡는다. 큐레이터로서 최 씨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항상 붙어 있으면 싫증이 나듯, 작가의 발굴을 위해 많은 작품을 보면 그렇게 좋아했던 그림도 보기 싫어질 때가 있다〃며 〃아무도 가치를 알아봐 주지 않아 주목 못 받던 작가나 작품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무심코 지나쳤던 그림들 속의 온갖 사연의 애틋한 크기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술품을 고르는 안목에 대해 그녀는 〃미술품도 그것이 놓이게 될 장소, 그리고 소장할 사람과의 궁합이 잘 맞아야 합니다.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을 어디서 구입하는지, 소장 가치는 어느 정도 될지에 대해 조언해주고, 작품 입수를 돕고,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와 컬렉터, 작가와 갤러리를 연결해 주는 모든 일을 맡는 게 바로 제 일입니다〃라고 소개했다. 그림을 고르는 것과 일상생활의 작은 소품들, 예컨대 찻잔 세트를 고르는 것과 사이에 큰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최 씨의 입장이다.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한국 작가 찾아” 글로벌 미술 무대에서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은 항상 “한국 미술에 대한 애정”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업무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하면서 한국 미술이 그들의 시장에서 올바로 대우를 받고 가치를 인정받기를 소망한다는 것이다. 아티스트들의 열정에 비해 아직은 해외에서 한국 작가들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녹녹치 않다는 사실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 그이기에, 한국 미술에 대한 더 큰 열정을 품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미술 시장의 동향을 끊임없이 공부하려고 애쓰는 한편으로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알리기 위해 여러 곳에 글을 쓰고 있기도 하다. 미술 관련 칼럼을 넘길 때마다 숨통을 조여 오는 마감 시간에 쫓기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미술 시장에 대한 더욱 큰 정보를 얻고 공부를 하는 즐거움을 맛본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현재 영국에서 '서킷 다이어그램'이라는 전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아티스트들을 서양 미술계에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 중에 하나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녀는 “지역의 미술인을 세상에 내놓는 일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전시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파리에서든 아니면 런던에서든 가끔 밤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그녀는 오늘도 “펄펄 끓어오르는 감동을 주는 미술”을 위해 오늘도 다시 여행 가방을 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