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중에 좋은 환자, 나쁜 환자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수많은 환자들을 대하다 보면 좋은 환자로 기억되고 고마운 느낌이 드는 환자가 있는 반면,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은 환자로 기억되는 사람도 있다. 가장 경계되는 환자들은 일종의 피해망상을 가진 환자들이다. 모든 것을 남이 잘못해서 자기가 피해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십여 년 전 어느 날, 갑자기 검찰로부터 소환장이 날아왔다. 도무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환자 때문이었다. 내게 수술 받았던 환자인가? 검찰에 가보니 환자가 필자의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뒤 수염도 나지 않고 고자가 됐다고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차트를 찾아보니 과거에 발기부전을 호소해 성신경계 검사로 근전도 검사를 받았던 환자였다. 진찰해보니 수염도 있고, 고자도 아니고, 검사에서 내분비 기능도 다 정상이었다. 환자는 근전도 검사 시 바늘로 찌른 것이 피해망상으로 나타나 이러한 억지 주장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이처럼 피해망상 및 관계망상을 가진 환자들이 가장 피해야 할 대상이다. 작은 병원에서 보형물 삽입 수술을 했는데 염증이 생겨 미국 의사까지 초빙해 재수술을 했지만 기능은 완전히 회복 안되고… 57세의 P씨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좋은 환자가 있을까라고 기억되는 환자다. 그는 15년 전쯤 외래로 찾아왔다. 당뇨에 발기부전이 동반된 P씨는 부끄러운 마음에 조그만 개인 병원에서 보형물 삽입수술을 받았는데 부작용으로 염증이 생겨 3개월 고생한 끝에 필자를 찾아왔다. 처음 수술은 쉽지만 재수술은 더 어려운 법이다. 필자도 재수술은 처음이라 미국의 유명 M교수를 초빙해 어렵게 인공 혈관을 붙여 3조각 팽창형 재수술을 성공시켰다. 수술이 끝낸 M 교수 왈. “다음에 또 수술을 하게 되면 매우 힘들 겁니다.” 10년 뒤 다시 문제가 생겨 환자는 미국에 다녀왔으나 해결이 되지 않았다. 결국 필자가 해결해야만 했다. 절망적인 상태에서 좀 부족하지만 쉬운 굴곡형 보형물을 삽입했다. 수차례의 수술로 성기의 크기가 줄어들어 만족한 성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환자는 다시 한 번 더 수술을 시도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심하게 조직들이 굳어 있어서 다시하기가 꺼려졌다. 이런 경우, 다시 수술을 하기가 어려워서 피하고 싶다. “그대로 지낼 수밖에 없겠다”고 하자 P씨는 “한 번 더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럴 경우 까다로운 환자라면 피하게 되고 손들기 마련이지만 P씨는 수술을 받으면서 이제까지 한 번도 불평 없이 언제나 필자를 신뢰했다. 의사에게 용기를 주는 환자 그리고 조용히 따르는 환자였다. 마침내 여러 번의 어려운 재수술 끝에 팽창형 수술이 성공했고 이제는 만족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다. - 최형기 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