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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복원 이야기 - 4]“치명적 아름다움에는 독이?”

사람 홀릴 뿐 아니라 죽이기도 한 물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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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2호 김대희⁄ 2012.02.20 11:44:41

요즘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색상의 물감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물감 구하기가 어려웠다. 유럽에서도 200여 년 전 공장에서 물감이 생산되기 전까지 화가들은 물감을 직접 만들어 써야 했다. 잘 알려진 ‘모나리자’ 그림은 다빈치와 그의 제자들이 손수 물감을 만들어 그린 그림이다. 물감은 색을 내는 가루 형태의 안료와 이 안료가 어딘가에 붙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질을 섞어 만든다. 안료 자체에는 접착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크레파스는 안료를 파라핀이라는 재질에 섞은 것이다. 수채화 물감은 안료를 물에 잘 녹는 아라비아 고무에 섞는다. ‘모나리자’를 그릴 때 사용한 유화 물감은 안료와 건성유라는 기름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물감은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무려 1만5000년 전이다. 구석기 시대의 알타미라나 라스코 동굴 벽화의 그림이 물감으로 그린 그림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구석기인들은 여러 색의 흙을 이용해 젖은 석회동굴 벽에 그림을 그렸다.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구석기인들이 대롱이나 입 속에 흙을 넣고 뿜어서 마치 스프레이 칠을 하듯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흙가루들이 젖은 회벽과 물에 녹는 석회 성분이 결합하면서 훌륭한 그림이 될 수 있었다. 가장 귀한 물감 ‘울트라 마린’은 다른 대상에는 못 쓰고 오직 예수나 성모마리아에게만 입혔으니… 파란색은 오래 전부터 가장 중요한 색이었다. 하늘을 닮은 색이라 하느님을 의미하기도 했다. 여러 종류의 파란색 가운데 울트라 마린은 특별히 더 아름다운 빛깔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 문제는 울트라 마린이 아주 귀하고 비쌌다는 점이었다, 금과 거의 비슷한 가격에 판매됐다니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울트라 마린의 원료는 라피스 라쥬리라는 광석인데, 동양에서는 청금석이라고 불렀다. 아프리카의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되어 보석처럼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값이 비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옛날 성화 그림에서는 예수님이나 성모 마리아에게만 울트라 마린을 사용하고 다른 부분에는 보통 파란색을 썼다. 요즘엔 울트라 마린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천연 원석을 갈아 만들지 않고 화학적으로 합성하기 때문이다. 이것의 합성에 처음 성공한 사람은 기메라는 프랑스 화학자다. 덕분에 큰 돈을 벌어 국가에 기부를 많이 했고, 프랑스 정부는 그의 이름을 딴 기메 미술관을 건립했다. 프랑스 파리에 가면 동양미술이 전문인 기메 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있듯 안료 중에는 독성이 있는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과거에 흰색 원료로 많이 사용된 납 안료가 있다. 붉은색 재료로 사용된 수은, 노란색을 만드는 비소 또한 우리 몸에 매우 해롭다. 옛날에는 물감의 독성을 몰랐기에 화가들의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 가루 형태의 안료는 호흡을 통해 쉽게 몸 안으로 들어가므로 특히 위험했다. 현재는 몸에 해로운 안료의 생산이 금지돼 있다. 간혹 카드뮴처럼 독성이 있는 안료로 물감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공장에서 물감 형태로 만들면서 안전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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