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흥행했던 영화 ‘식스센스’의 매력은 반전에 있었다. 예상치 못한 허점을 찔러 긴장감과 놀라움을 동시에 주는 반전의 매력은 대중예술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으로 ‘반전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도 했고, 영화나 각종 드라마, 소설 등에도 반전은 주요 소재다. 그런데, 반전은 한 번이면 족한가? 반전에 반전에 또 반전은 어떤가? 반전을 거듭하는 뮤지컬 ‘페이스 오프’가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뮤지컬은 영화 ‘8명의 여인들’과 연극 ‘그 여자 사람 잡네’ 등으로 추리 형식 시나리오를 선보인 프랑스 작가 로베르 또바의 ‘더블 쥬’가 원작으로, 2월 7일부터 7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최성원, 김도현, 백민정, 백주희, 김상윤, 배성호, 임기정, 김도원, 최가인, 하세진, 송윤희, 양시은, 김호영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뮤지컬 ‘페이스 오프’는 라스베이거스 최대 재력가의 유일한 상속녀 윤서가 돈만 보고 결혼한 태준과 이혼하기 위해 그의 쌍둥이 동생 영준에게 남편의 대역을 부탁하면서 벌어지는 사태를 그린 코믹 추리극이다. 나쁜 남자 태준에서 벗어나기 위해 착한 남자 영준에게 도움을 청한 윤서는 영준이 이혼 서류에 사인만 해주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변호사와의 기 싸움에 형사까지 등장하면서 상황은 예기치 못하게 꼬여만 간다. 6년 전 초연 때는 배우로 참여했던 김도형이 이번에는 연출로 참여한다. 2월 14일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 참석한 김도형 연출은 “배우로 이 작품에 너무 재밌게 참여해 꼭 다시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돼 첫 연출작으로 ‘페이스 오프’를 택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초연과의 차이점에 대해 그는 “초연 때 보여줬던 그대로 가지 않고 후배 배우들과 상의하면서 새롭게 꾸몄다”며 “특히 배우 백주희의 아이디어로 기존 대본에는 없던 임팩트 강한 장면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초연 때는 여자 주인공 윤서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이번에는 남자 주인공 태준에 포커스를 맞춰 더욱 두뇌 싸움을 두드러지게 했다. 초연과 확실히 다를 테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나쁜 남자 태준과 착한 남자 영준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배우 최성원과 김도현은 어려움이 없었을까? 최성원은 “태준과 달리 착한 남자 영준은 안경을 쓰고 등장하는데, 연습 중 지금 내가 태준인지 영준인지 헷갈려서 안경을 벗어야 하는데 그냥 쓰고 나온 적도 있다”며 “극의 흐름이 빠르다 보니 옷 갈아입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도현 또한 “극 중 담배를 물고 안경 쓰는 게 헷갈릴 때가 있다”며 “옷 갈아입을 때 도와주는 조감독이 헷갈려 벗어야 할 안경을 챙겨주기도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남자 주인공들 못지않게 무대에서 에너지를 폭발시켜야 하는 역할이 있으니 바로 여자 주인공 윤서와 윤서에게 고용된 가사도우미 소영이다. 윤서 역은 백민정, 하세진, 송윤희가, 소영 역은 백주희, 최가인, 양시은이 맡았다. 특히 이날 프레스콜에서 백민정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백주희는 소름 끼치는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배우들이 생각하는 이 작품의 매력은 뭘까? 백민정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해야 한다”며 “나중에 그 대사가 그런 의미였다는 것에 놀라는 관객이 많을 것이다. 집중할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고 일러줬다. 노래와 연기를 모두 잘 소화해내는 체력 관리에 대해 그녀는 “매일매일 배우들이 함께 홍삼과 비타민 등을 먹는다. 극 중 대사에 이런 내용이 등장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백주희 또한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반전인 것 같다”며 “내면 연기를 진짜 많이 해야 해서 다른 작품보다 체력이 진짜 많이 필요하다. 여자 배우들이 끌어나가는 면이 많기 때문에 많이 먹고 잔다”고 털어 놓았다. “극의 흐름이 꼭 처음에는 잔잔하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올라갈 필요는 없잖아요? 우리는 초장부터 세게 나가고 체력소모가 많아 홍삼과 비타민으로 몸보충하며 연기해요” 극의 중심인 반전과 더불어 귀를 쫑긋거리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노래다. 이번 공연의 특징은 배우들의 고음에도 있다. 극 초반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나중에 폭발시키는 형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바로 고음을 폭발시킨다. 극 내내 배우들은 땀범벅이 되도록 고음을 선보인다. 이에 대해 김 연출은 “캐스팅 초반부터 목소리가 하이톤이고 체력이 튼튼한 배우들을 섭외했다. 나도 배우 출신이기에 후배들의 능력을 안다”며 “대학로에 천편일률적인 작품들이 많아 틀을 바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연출은 “노래 실력이 뛰어난 후배들을 캐스팅해 느린 노래를 줄이고, 좀 더 내지르고 감정을 내세울 수 있는 곡들을 추가했다”며 “체력 관리가 중요해 아까 배우들이 말한 대로 약물(?)로 보강하고 있다”고 익살스레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또 연출을 해도 ‘페이스 오프’ 같은 창작 공연의 연출을 맡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반전이 한 번이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반전이 거듭되면 이해하기 힘들거나 식상할 수 있다. 뮤지컬 ‘페이스 오프’는 그런 반전의 위험성을 교묘히 피해가며 신선한 충격을 주는 반전의 정도를 적절히 유지한다. 소름 끼치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화려한 노래와 춤이 등장해 분위기를 바꾼다. 특히 맨 마지막 반전은 다소 황당할 수도 있지만 통쾌하기도 하다.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