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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국회의원 특권’ 200여개…수기치인(修己治人)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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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3호 김경훈⁄ 2012.03.06 10:51:04

“산은 사람을 기른다” 백두대간을 몇 차례 종주한 윤제학 씨를 만났을 때 그가 한 말이다. 현대불교신문 취재부장으로 일했던 그는 오래 전 백두대간 생태 사진을 곁들여 산행 길잡이 책을 냈다. 그 책 제목이 바로 ‘산은 사람을 기른다’다. 산에 대한 고마움부터 경외심까지 가득 차 있다. 산행 후 만난 사람들의 얼굴은 대부분 환하다. 짜증 섞인 표정은 찾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산에 간다는 사람도 많다. 입춘과 우수가 지나니 산하에 생명이 움트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새 생명이 싹트는 봄엔 19대 총선이 치러진다. 4월11일,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선출직 공무원의 로망,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생뚱맞은 의문이 든다. “산은 사람을 기른다는데, 국회의원은 국민에 봉사하는가. 그들의 특권은 왜 그리 많은가?” 흔히 국회의원의 특권이라면 헌법상 보장된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을 떠올리지만 이건 기본이다. 한 해 세비(봉급)만 1억2439만원, 한 달에 1036만원 꼴이다. 각종 수당은 물론 입법 활동 경비와 사무실 지원금도 지원된다. 보좌관, 비서관, 비서 등 보좌진을 7명 둘 수 있는데 인건비 전액은 세비로 지급된다. 비행기, 철도, 선박 이용도 무료다. 이런 저런 비용을 합치면 의원 한 사람에 들어가는 돈이 연 32억 원을 넘는다. 금배지 특권은 대략 200여개. 웬만한 대기업 사장과는 비교도 안 된다. 이런 특권 때문일까? 선거가 ‘정치 비즈니스’가 된 지 꽤 됐다. ‘선거 로또’란 말까지 생겼다. 당선만 되면 신세가 바뀐다. 물론 다는 아니지만 선거를 입신영달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당선 후 초심을 잃고 ‘엉뚱한’ 일에 몰두하기 십상이다. 봉사를 망각하고 집단적 사치(奢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비아냥의 모델로 등장한다. 상상력의 예술이라던 정치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한 결과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그대로 원숭이지만, 사람이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이 아니다.” 선거철에 흔히 나오는 말이다. 승자독식의 냉혹한 선거에서 출마자들이 겪는 피 말리는 심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렇지만 몇 차례 격전 유세 현장을 관전하면서 늘 가졌던 생각은 이렇다. 이번 각 당 공천 경쟁 현장을 취재하면서도 생각은 다르지 않다. 과연 자기 자신을 얼마나 수양했는지. 스스로를 다스린 후 세상을 다스릴 노력은 했는지(修己治人), 혹 사심(邪心)이 곁들지는 않았는지. 국회의원 특권과 관련해 일본 도쿄대학에서 일본 정치사를 연구한 국민대 김동명 교수(정치대학원장)는 “국회의원이 본연의 임무를 다한다면, 특권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줘야 한다.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그들의 마음가짐과 행동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그들만의 특권이 아니다. 국민이 부여한 일종의 의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 세웠던 순수한 뜻을 끝까지 지키기(素志貫徹) 바란다. - 김경훈 CNB뉴스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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