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삶의 어느 영역과도 분리될 수 없음은 환경생태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기후변화는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이 사는 자연생태계를 완전히 혼돈의 새 국면으로 만든다. 사람이 환경을 파괴하고, 그 환경이 변화하며 사람을 공격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자연, 농업, 산림, 해양생태계의 변화와 우리 삶의 직접적 연결을 살펴본다. 먹거리, 특히 쌀, 채소, 과일 등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당장 55년만의 한파로 채소 값이 급등했다. 저소득층은 더욱 힘들어진다. 기후변화가 벼 수확에 영향을 미치고 과일의 만개일이 달라진다. 홍수와 가뭄은 작물 수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상 우리 삶에 먹거리는 적절한 기후, 환경의 축복이었다. 2001년 세계 곡물 재고율이 32.0%였던 것이 2009년에는 20.7%로 떨어졌다. 국제 곡물가 상승은 대단한 속도다. 2000년 대비 2008년 쌀은 787%, 콩은 557% 밀은 307%가 올랐다. 아직 초기 단계의 예측이지만 한반도의 기온이 2~3도 상승하고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510~680ppm으로 높아지면 쌀 생산량은 1.1~7.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준비는 필수다. 예를 들어 고온에 견디는 벼 품종 개발도 준비의 하나다. 또한 농업 기후학적 관점에서 보면 작물재배 가능지역이 점점 북상하고 있다. 생산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관점을 바꿔 아열대 품종의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것도 기후변화에 따른 또 다른 식량안보 대책이다. 키위(참다래), 애플망고는 외래 아열대 품종의 토착화에 성공한 사례다. 어찌 농업에만 국한된 문제인가? 수산업의 변화도 이미 익히 듣는 바다. 어장도 변화하고 있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 등은 감소하고 있고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와 멸치, 고등어 어장이 북상하며 수확량이 늘고 있다. 수산물 양식에도 기후변화는 영향을 미친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불가사리, 성게, 해파리 등이 늘어나 어업에 이미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 해파리 절단망에 성게 제거 기술까지 발달시킬 수밖에 없다. 축산업도 영향을 받는다, 가축도 고온에서 생존이 쉽지 않다. 젖소의 우유 생산량도 고온이 되면 급감한다. 온대 가축인 홀스타인 젖소는 온대 기후에서는 하루에 30~40kg 우유를 생산할 수 있지만 열대 기후가 되면 하루에 10kg 정도만 생산한다고 알려져 있다. 27도 이상이 되면 기화열이 급증해 젖 생산량이 떨어진다고 한다. 닭도 고온에서 달걀 생산이 줄어든다. 그러므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가축 관리 기술도 필요하다. 가축의 먹거리, 즉 건초류 등 사료의 확보도 중요하다. 먹이 사슬은 바로 우리의 먹거리와 직접 연관이 있다. 가축의 질병도 기후 변화와 연관 있다. 조류독감 등은 물론 구제역으로 이미 우리는 가축의 몰살을 목격했다. 그와 함께 먹거리의 수요와 가격도 요동친다. 더욱이 인수 공동 전염병은 인간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병충해의 변화, 새로운 병충해, 병균의 유입들도 농, 수산업 모두에 영향을 준다. 기후 변화가 자연, 산림, 농업,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취약성에 대한 지속된 연구와 평가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과 대책 수립의 기본이다. 이 모든 것에 정치의 영역에서 깊은 감수성을 가지고 적극적 대응을 해야 한다. 기후 변화가 얼마나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는지 깊이 인지하고 온실가스 줄이기와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을 적극적으로 일상에서 실천해야겠다. 나부터, 지금부터 당장! 우리 자손들이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과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 안명옥 차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