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2010년 브레이크 페달의 하자로 전세계적인 리콜 사태에 시달리면서 궁지에 몰렸던 토요타자동차가 완전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토요타의 컴백’이다. 지난 2년간 절치부심 하던 토요타의 최근 회복세는 여러 수치로 증명된다. 미국 최고 권위의 품질평가 매체 컨슈머리포트는 매년 초 ‘올해의 최고 추천 차 10가지’를 발표한다. 이 명단에 들어간 차는 당연히 인기리에 팔린다.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발매된 4월호 잡지에서 ‘2012년 베스트 10’ 차종을 발표했는데, 그 중 무려 5개가 토요타 차다. 컨슈머리포트는 “토요타 차가 명단을 휩쓴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고장이 거의 안 나고 연비가 좋은 승용차’라는 명성으로 미국 시장을 석권했던 토요타가 완전히 되살아날 조짐이다. 이러한 토요타의 ‘복권’ 움직임은 판매 대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토요타가 2월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도요타의 전세계 판매 대수는 18만6959대로, 전년 동월보다 41.9%가 늘어났으며, 일본 국내 판매량 역시 49.4%가 늘어난 13만608대였다. 한국에서도 영화배우 김태희를 전격 모델로 발탁해 선전 중인 신형 캠리는 당초 월 500대 판매가 목표였지만 호응이 좋아 월 600대로 공급 목표가 수정됐다. 올해 안에 캠리 7000대가 한국 도로에 깔린다는 소리다. 토요타 브랜드의 한국 판매 실적은 1월 중 794대로 전년 동월 대비 52.7%나 늘어났다.
토요타의 회복 양상에 대해 컨슈머리포트는 “하이브리드와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부분에서의 강세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컨슈머리포트의 베스트 10 차량 추천은 3가지 조건, 즉 △실제 도로주행 테스트에서의 최고 수준 점수 △연간 130만 건의 고장 신고를 통해 보는 실제 고장률에서의 최하 수준 △미국 교통부와 고속도로안전 보험협회(IHHS)의 충돌 테스트에서의 최고 수준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가장 폼나는 차’는 아닐지라도 잘 달리고, 고장 적고, 사고 나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그야말로 ‘가장 실용적인 차’를 골라주는 셈이다. 260여 개 차종에서 뽑아냈다는 베스트 10 카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작년 세 부분에서 1등 올랐던 현대-기아차는 쏘나타만 1등 오르고 아반테-쏘렌토는 2등으로 미끄러져. 부진 털고 일어나는 토요타와 현대-기아가 리턴매치 벌일 차례 패밀리 세단 부문: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이 분야에서 1등이 대개는 가장 많이 팔리는 차다. 올해 1등으로 뽑힌 차는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에서 세계 1등을 달리는 토요타는 캠리는 물론 그린 카(Green Car) 부분에서도 프리우스가 1등을 차지해 저력을 과시했다. 새 캠리 하이브리드에 대해 컨슈머리포트는 △휘발유 1갤런 당 38마일을 달리는 실측 고연비에 △승차감이 좋고 △차내는 넓고 조용하며 △가속력도 꽤 좋다고 평가했다. 완전 모델체인지 한 2012년형 캠리는 종전 모델보다 실내 마감이 더 우수하고 스포츠 세단이 아니면서도 핸들링 능력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적인 패밀리 세단 부문: 현대 쏘나타 이 부문 1등은 작년 닛산 알티마가 차지했지만 올해는 4기통 쏘나타가 선정됐다. 이는 알티마가 곧 리디자인될 예정이라고 컨슈머리포트는 밝혔다. 이 부문은 글자 그대로 패밀리 세단 중 값이 비교적 저렴한 모델을 선정한다. 컨슈머리포트가 도로 테스트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이 2만9052달러였던 반면, 현대 쏘나타는 2만2000달러로 가격에 큰 차이가 났다. 이렇게 저렴하면서도 △연비가 갤런 당 27마일이나 되고 △차내 공간이 넓고 △각종 편의 장비가 잘 갖춰져 있으며 △핸들링이 경쾌한 편이며 △유선형을 강조한 차체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뒷좌석과 후면 시야각이 꽤 좋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스포츠 세단 부문: 인피니티 G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인 인피니티의 스포츠 세단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컨슈머리포트의 이 부문 평가에선 인피니티 G가 올해로 6년 연속 최고 모델로 꼽혔다. 스포츠 세단 중에서 주행감이나 고장률, 안전도 측면에서 두루 우수한 차를 사려면 인피니티 G 시리즈를 우선적으로 고려할만 하다는 추천이다. 컨슈머리포트는 G37 모델에 대해 △고급스러우면서 뛰어난 주행감각이 유혹적이며 △핸들링이 재빠르고 △번개 같은 가속력에 △편안한 승차감 △잘 마감된 실내 내장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굴곡있는 길에서든 고속도로에서든 차를 모는 재미를 주는 모델이란 추천이다. 단점이라면 좁은 실내와 트렁크 공간이 꼽혔다. G시리즈 중에서 좀 더 저렴한 모델을 찾는다면 G25가 추천됐다. G25는 연비가 갤런당 3마일 더 높다.
스포츠 카 부문: 포드 머스탱 강한 가속력과 부르릉거리는 파워를 갖춘 8기통 머스탱이 스포츠 카 부분에서는 가장 좋은 차로 선정됐다. 그린 카 부문: 토요타 프리우스 ‘자동차 전기화’라는 새 시대의 리더라는 위치를 프리우스는 더욱 마양한 모델 편성으로 굳히고 있다. 프리우스는 컨슈머리포트의 도로 실측 연비에서 갤런당 44마일이란 높은 성적을 보였으며 이는 100% 전기차를 제외하고는 5명까지 탈 수 있는 승용차 중에서는 최고 연비였다. 왜건형인 프리우스 V 역시 연비가 41마일이었다. 이런 고연비에다가 △실내가 넓고 △편안한 승차감 △해치백 방식의 실용성을 갖췄으며 △충돌 테스트 성적도 좋았다. 좋은 성능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연비로만 따진다면 최근 발표된 100% 전기차가 더 좋지만, 이들 전기차는 아직 값이 비싸고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소형 SUV 부문: 토요타 RAV4 원래 토요타의 소형 승용차 코롤라를 기반으로 개발된 RAV4는 SUV이면서도 승용차 같은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물해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2005년 제3세대 모델이 나와 현재 거의 모델 체인지 주기의 마지막에 와 있는 차량이지만 승차감, 고장률, 안전도 등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받아 소형 SUV 부문의 1등 차로 선정됐다. 역시 토요타의 저력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만하다. △성능, 경제성, 다용도성 등이 적절히 배합됐으며 △차내 공간이 넓고 △승차감이 편안하며 △핸들링이 좋고 △고장률이 아주 낮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소형 SUV 중에서 연비가 최고이며, 힘좋은 V6 모델의 연비도 4기통 모델보다 갤런당 1마일만 떨어지는 것으로 측정됐다. 작지만 쓸모있는 제3열 좌석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 부분의 2등에 오른 것은 스바루의 포레스터 SUV였다. 패밀리 SUV 부문: 토요타 하일랜더 고유가 시대에 SUV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중국에서는 SUV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고, 한국에서도 일부 SUV 팬이 있는 실정이다. 작년 1등 기아 쏘렌토 V6는 올해 토요타 하일랜더에게 왕좌를 빼앗겼다. 현대-기아차는 쏘나타만 패밀리 세단 1등에 올랐을 뿐, 소형차와 패밀리 SUV 부문에서 모두 1등 자리를 전통의 강자 토요타에게 빼앗김으로써 새롭게 리턴매치가 이뤄지는 양상이다. 부진을 씻고 부활한 토요타의 컴백에 현대-기아차가 맞서야 할 차례다. 하일랜더 V6는 연비가 갤런당 18마일로 이 부문 최고이며,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27마일을 기록해 모든 SUV 차량 중에서 연비가 가장 좋았다. 고장률이 평균 이상으로 낮은 편이고, 실내마감이 잘 돼 있으며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두 번째 좌석은 넓지만 세 번째 좌석은 좁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가족을 위한 차 부문: 토요타 시에나 (V6) 작년에 토요타코리아가 한국에 들여와 원래 목표한 월 50대 판매 성적을 무난히 올리고 있다는 토요타의 미니밴 모델이다. 최고 8명까지를 넓은 공간으로 편안하게 운반할 수 있으며, 컵받이 등 여러 편의시설을 다양하게 갖췄다. 덩치가 큰 미니밴 치고는 연비가 괜찮은 편이며, 승차감이 편하고 주행감이 경쾌하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서 시판되는 미니밴 중 4륜구동 사양을 갖췄지만, 4륜구동 모델은 고장이 상대적으로 잘 나기 때문에, 컨슈머리포트는 앞바퀴 굴림 방식을 구입 추천한다고 밝혔다. 소형차 부문: 스바루 임프레자 4륜구동 차만 생산하는 스바루는 소형SUV 부문에 포레스터를 올려놨고, 소형차에서는 임프레자가 1등을 차지해 토요타에 이어 종합 2등을 차지했다. 작년에 제4세대 모델이 출시된 임프레자는 아직 한국에는 수입되지 않고 있지만, 좋은 핸들링과 주행감에다가 4륜구동 차로서는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갤런당 27마일 연비를 기록했다. 뒷좌석이 넓고 계기판이 심플하며 시야각이 넓다는 점이 칭찬 요인이었다. 과거 임프레자의 고장률을 토대로 볼 때 2012년형 새 모델의 고장률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컨슈머리포트는 전망했다. 사실 소형차 부문의 작년 1위는 현대 엘란트라(아반테의 미국 모델명)였다. 엘란트라는 몇 천 달러가 더 싸고, 연비는 더 좋지만 2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