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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골프 칼럼]바로잡아야 할 홀인원 축하문화

홀인원 한 번 했다고 수백만 원이 웬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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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4호 박현준⁄ 2012.03.05 10:51:27

골프에서 홀인원을 에이스(ace)라고도 한다. 최상, 최고라는 표현이다. 홀인원은 파3에서 1타로 홀인시킨다고 하여 영어로는 홀 메이드 인 원 스트로크(Hole Made in One Stroke)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150야드 떨어진 거리에서 108mm 구멍에 지름 4.28cm의 공을 단 한 번에 쳐서 집어넣는다고 생각해보라. 신이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행운의 미스샷으로 봐야할 것이다. 홀인원 확률이 훨씬 높은(3000분의 1) 프로골퍼 중에도 홀인원을 일생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다수다. 프로통산 홀인원 20회를 달성한 ‘골프의 전설’ 아놀드 파머(85)마저도 3년에 1번꼴로 했다. 아마추어의 경우 확률이 1만5000분의 1로 떨어지니 꿈의 샷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연유로 홀인원을 하면 3년 동안 행운이 오고 홀인원 현장을 보는 사람도 1년간 재수가 좋다는 속설이 있다. 이러다 보니 홀인원을 한 골퍼는 별의별 축하쇼를 한다. 홀인원 골퍼는 우선 홀 앞에다 수건을 깔고 절을 한 다음 공을 살며시 정성껏 꺼낸다. 그리고 캐디에게 몇 십만 원 팁을 주고 앞팀, 뒷팀에게 음식 값을 내주던지 현금을 주던지 하여 예를 갖춘다. 회원의 경우 골프장에서 축하 꽃다발을 증정받고 코스 내 좋은 곳에 수백만 원짜리 기념식수도 한다.

친구나 친지들에게는 홀인원 기념 타월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하고 공에 이름을 새겨 돌리기도 한다. 그리고 고급 식당에서 샴페인을 터트리고 술과 음식으로 홀인원 기념 축하연을 연다. 1차, 2차 술자리에 집으로 돌아갈 때 선물까지 준다면 돈 500만 원은 간단히 들어간다. 웬만한 월급쟁이는 홀인원 두세 번만 하고 나면 통장의 잔고가 쑥 줄어들 액수다. 그러다 보니 홀인원을 하고 나면 최소 비용으로 해달라고 무릎 꿇고 비는 골퍼도 속출한다. 함께 라운드를 한 동반 골퍼는 반대급부로 고가의 수정이나 금으로 만든 골프공 트로피를 제작해 수여하기도 한다. 이런 비정상적인 홀인원 축하쇼를 본 서울에 거주하는 한 외국인 골퍼는 “크래이지(crazy)”라고 비웃었다. 미국이나 스코틀랜드 골퍼들은 와인이나 스카치 한 잔에 치즈나 땅콩을 앞에 놓고 축하를 한다. 답례 선물이라고 해봐야 홀인원 골퍼는 골프공 한 줄 정도로 끝내기도 한다. 골프장은 기념으로 홀인원 기념 증명서를 우편으로 집에 보내준다. 외국처럼 평범하고 간단하게 홀인원 축하를 해주고 받으면 좋으련만, 도에 지나친 상호 축하는 결국 사회의 악이 되기 쉽다. 반드시 시정돼야 할 골프 문화라고 본다. - 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겸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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