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보리밭 작가’로 유명한 원로화가 이숙자가 5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40여 년간 보리밭, 이브, 꽃 등을 주제로 한국적 감성과 미를 연구해온 이숙자의 개인전 ‘이숙자의 색채 여정’이 가나아트갤러리에서 3월 9일부터 4월 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옛 여인들의 체취가 배어 있는 민예품이나 장터, 논밭, 황소 등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린 1970~80년대 작품부터, 자연에 담긴 내적인 생명력이 보리 낟알 하나하나를 통해 감각적으로 드러나는 보리밭 시리즈, 건강하고 꾸밈없는 에로티시즘을 표현한 이브의 보리밭 시리즈, 이브의 보리밭 시리즈의 모태가 된 모필크로키 등이 선보인다. “보리는 양면성을 갖고 있어요. 그리기 힘들지만 항상 그릴 수 있는 소재로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안도감과 마음의 치유를 줬죠.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버팀목이 되어준 존재에요. 꽃 그림은 보리보다 그리기 쉽고 보리와는 또 다른 즐거움으로 무리 없이 그리고자 했던 작품들이에요. 크게 그린 꽃에서 생명력이 느껴졌으면 합니다.” 최근에는 꽃과 누드를 많이 그린다는 그녀는 여전히 보리밭에 가면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보리밭을 그리며 그녀 스스로 마음의 안정과 위안을 얻었기에 그의 그림을 보는 관람자도 명상에 잠길 수 있다. 전통적인 채색 안료인 석채를 이용한 선명한 색상은 물론 여러 번의 붓질을 통해 보리알이 한 올 한 올 살아 있는 듯 입체적으로 세밀하게 표현하는 이숙자만의 독특한 기법은 눈으로 봐야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4월 4~17일 가나아트부산에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