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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감 최고' 차에 벤츠 한대도 못끼어…이제 성능도 3등?

컨슈머리포트의 2012년판 보고서에서 BMW·아우디에 “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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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5호 최영태⁄ 2012.03.13 10:02:19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미국에서 ‘최고의 자동차 구매 참고서’를 꼽는다면 단연 컨슈머리포트가 연초에 내놓는 자동차 특집판(Annual Auto Issue)이다. 4월호로 나온 올해 특집판에서는 각개 차량의 종합성적(달리는 성능과 고장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점수)은 물론, 메이커별 순위도 매겼다. 한국에서 인기 좋은 독일 럭셔리 카 3사의 성적표를 보면, BMW와 아우디는 “예상대로” 성적이 나온 반면, 벤츠에 대해서는 “좋다는 언급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연히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선 이번 특집의 ‘주행감 최고 차(Fun to Drive)’ 코너를 보자. 스포츠카부터 럭셔리 세단까지 모두 7개 부문에 걸쳐 주행감이 최고인 차 33종을 선발했는데, 벤츠는 단 한 모델도 이름이 오르지 못했다. BMW가 5개(BMW 3 + 미니 2), 아우디가 4개 모델을 올렸다는 것과 비교한다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지 않을 수 없다. 33개 모델 선발 과정에 대해 컨슈머리포트 측은 “△핸들링 감각 △차체 컨트롤 △가속력 등을 여러 테스터들이 직접 차를 몰며 점수로 평가한 뒤에 △소음 등 민감한 부분까지를 포함하는 비밀투표를 거쳐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능 점수에 주관적 평가까지 더했다는 소리다. 고장률과 상관없이 순전히 ‘달리는 즐거움’만으로 선정했는데, 왜 BMW는 5개, 아우디는 4개나 이름을 올릴 때 벤츠는 단 하나도 이름을 못 올렸을까 컨슈머리포트는 자동차의 고장률을 굉장히 중시하는 평가기관이다. 자동차가 없이는 단 한발도 꼼짝하기 힘든 미국에서 차가 잔고장이라도 나면 생활불편이나 경제적 부담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모든 맛이 최고인 차’ 평가에서는 고장률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글자 그대로 달리는 맛만을 평가했다는 의미다. 이렇게 순전히 주행감만을 점검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통의 강자 벤츠가 단 한 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만년 3위’로 평가되던 아우디에게 확실히 따돌려졌다는 사실은 벤츠 팬에게는 충격스러울 정도다. 벤츠는 2000년대 중반에 고급차 판매 1등 자리를 BMW에 빼앗긴 이래 ‘1등과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2등’으로 머물더니, 작년에는 급기야 아우디에게도 판매대수에서 뒤졌다. 이런 결과에 벤츠의 디터 제체 회장은 작년 9월 “벤츠의 직원, 고객, 투자자는 3등 자리를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2등 재탈환을 다짐했지만 이번 결과를 보면 갈 길이 간단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컨슈머리포트는 “과거에는 엔진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가속성능으로 비교했지만 요즘 차들은 파워 면에서 충분히 강력하다”면서 “좋은 핸들링 감각, 각 바퀴에 동력이 전달되는 방식, 소음 등 여러 차원이 강력한 파워와 부드럽게 결합돼야 차를 몰면서 씩~ 하는 웃음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파워 경쟁이 아니라 종합적인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각 메이커별 성적을 보면 다음과 같다. BMW는 135i(스포츠카), 328i(컨버터블), X3(SUV) 세 모델이 주행감 최고로 선정됐다. BMW 계열사인 미니는 미니쿠퍼/미니쿠퍼S(스포티 카), 미니쿠퍼 컨트리맨(SUV) 2종이 선정됐다. 아우디는 A5(컨버터블), A6, A8(이상 럭셔리 세단), A4(업스케일 세단) 등 4개가 선정됐다. 포르쉐는 박스터(스포츠카)와 카이엔(SUV)이, 인피니티는 M37(럭셔리 세단), G37(업스케일 세단), EX(SUV)가 순위에 올랐다. 각 부분 1등을 보면 메이커별 강점을 짚어볼 수 있다. 스포츠카 부분 1등은 포르쉐 박스터로 ‘스포츠카 분야의 세계 1인자’라는 명성에서 빗나가지 않았다.

스포티카, 컨버터블, SUV 등 3개 부문에서는 BMW와 미니가 1등에 올라 저력을 과시했다. 럭셔리 세단과 업스케일 세단 분야에서는 인피니티가 모두 1등에 올라 최근 ‘달리는 성능’ 면에서 독일 차와 대등한 실력을 발휘하는 면모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올해 1월 미국의 자동차 전문매체 에드먼즈닷컴(edmunds.com)은 인피니티의 M35h와 벤츠의 E350블루텍을 비교평가한 결과 “가속도, 핸들링 등에서 M35h가 E350블루텍을 확실히 제쳤다”고 보도한 바 있다. 주행감 최고 차 ■스포츠 카 ① 포르쉐 박스터 ② BMW 135i ③ 쉐보레 콜벳 Z06 ④ 마즈마 MX-5 미아타 ⑤ 닛산 370Z ■스포티 카 ① 미니 쿠퍼/쿠퍼S ② 미츠비시 랜서 EVO ③ 폭스바겐 GTI ④ 포드 머스탱 GT ■컨버터블 ① BMW 328i ② 포드 머스탱 GT ③ 재규어 XK ④ 폭스바겐 Eos ⑤ 아우디 A5 ■럭셔리 세단 ① 인피니티 M37 ② 재규어 XJ ③ 아우디 A6 ④ 캐딜락 CTS ⑤ 아우디 A8 ■업스케일 세단 ① 인피니티 G37 ② 아우디 A4 ③ 폭스바겐 CC ④ 뷰익 리걸 CXL(터보) ⑤ 볼보 S60 T5 ■소형 차 ① 마즈다 3s/3i 투어링 ② 폭스바겐 골프 ③ 포드 포커스 ④ 스바루 임프레자 ■SUV ① 미니쿠퍼 컨트리맨 ② 포르쉐 카이엔 ③ BMW X3 ④ 인피니티 EX ⑤ 닛산 주크 ‘2012년식이 2011년식보다 성능이 오히려 떨어진 모델’에서도 독일 럭셔리카 3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벤츠 E350만 이름 올려 이번 자동차 특집판에서는 또한 2012년식 새 모델이 2011년식보다 못한 ‘성능개선 역주행’ 모델 11개도 발표됐다. 여기서도 역시 독일차 중에서는 벤츠의 E350과 폭스바겐의 제타가 각각 이름을 올려 스타일을 구겼다.

2012년식 E350의 도로주행 점수는 79점으로 2011년식의 88점보다 9점이 추락했다. 제타는 디젤엔진 모델(TDI)이 84점에서 68점으로, 가솔린엔진 모델(SE 2.5)이 76점에서 60점으로 모두 16점씩이나 떨어지는 대추락을 기록했다. 이렇게 새 모델이 직전 모델보다 오히려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컨슈머리포트는 강력하게 문제점을 제기했다. “신모델의 성능이 좋아지는 현상이 몇 년 전부터 정체 상태에 빠졌으며, 이는 업체들이 지나치게 경제성을 추구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컨슈머리포트의 자동차 도로테스트 총책임자 데이비드 채프먼 국장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부품을 값싼 것으로 쓰고, 마감을 부실하게 마쳐 문제를 일으켰던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차의 특징이었는데, 이제 그런 현상이 일본차, 독일차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국의 이른바 ‘빅3’가 부도가 나고(GM자동차), 외국기업에 팔리고(크라이슬러) 한 이유는, 주주를 위해 한 푼이라도 더 수익을 내기 위해 값싼 부품을 쓰고, 더 낮은 임금을 쫓아 멕시코 등으로 공장을 옮긴 것이 발단이었다. 쉽게 말해 신자유주의가 미국 자동차 업계를 지배하면서 미국 자동차산업은 궤멸 직전까지 갔던 것이다. 과거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당장은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좋은 품질로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장기 전략으로 미국 시장을 장악했지만, 최근 신자유주의가 일본 경제를 집어삼키면서 일본 자동차 업체의 품질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같은 처지에 놓인 현대-기아차가 허투루 들어선 안 될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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