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5호 심원섭⁄ 2012.03.12 11:48:33
4·11 총선이 3월 12일을 기점으로 꼭 한 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여야는 공천 작업을 거의 마무리하면서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에 후보들이 확정되는 등 정치권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정치적 상징성이 강해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도심의 종로를 비롯해 여당의 정치적 텃밭인 서울 강남권, 야권의 도전이 거센 부산의 ‘낙동강 벨트’ 등에서 물러설 수없는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 동서를 가로지르는 동작을과 강서갑, 강동 등 한강 주변 지역구들과 서대문, 중구, 용산 등 판세의 파급력이 큰 도심 지역구 등이 승부처로 떠오를 조짐이다. 여야는 이들 지역에서 막판까지 후보 선정을 늦추거나 거물을 차출, 투입함으로써 바람을 일으켜 총선의 승기를 잡는다는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서울 종로 홍사덕 vs 정세균 정계거물들의 ‘정권심판론’ 맞대결 4·11 총선에서 서울 종로가 ‘정치 1번지’의 위상을 톡톡히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종로에 당 대표를 지내고 대통령 후보군 중 한 명인 정세균(61) 의원을 일찌감치 공천했고, 이에 새누리당은 1차 공천 발표 때 종로를 전략지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5일 친박계 맏형으로 국회 부의장을 지낸 6선의 홍사덕(69) 의원을 전략공천 해 정면대결에 나섰다. 정 의원과 홍 의원 모두 자신의 정치적 텃밭이었던 전북과 대구를 떠나 연고 없는 새 무대인 서울의 중심에서 대결을 펼치게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세력을 대변하는 거물들의 ‘빅매치’인 만큼 전체 선거 구도에도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여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의원은 언론인 출신 6선으로 당내 최다선 의원이며 국회 부의장, 당 원내대표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박근혜 경선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18대 총선에선 친박연대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에 맞서는 정 의원은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으며 이후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의 변모에 성공, 4선에 당 대표를 역임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정 의원은 홍 의원을 향해 “박근혜 위원장과 한판 붙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대타를 내보냈다”면서 “하지만 홍 의원도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정권심판론의 좋은 대상”이라고 각을 세웠다. 반대로 홍 의원은 정 의원에 대해 “훌륭한 분”이라고만 하면서도 “박근혜 위원장을 향해 정권심판론을 말하는 건 어느 모로 봐도 맞지 않다”며 “그래서 지금까지 반향이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서울 서대문갑 이성헌 vs 우상호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선후배 ‘4라운드’ 새누리당 이성헌 의원과 민주통합당 우상호 전 의원이 서울 서대문갑에서 4번째 총선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 16·18대 총선에선 이 의원이, 17대 때는 우 전 의원이 승리하는 등 엎치락뒤치락하며 12년 넘게 ‘질긴 인연’ 속에서 2승 1패로 이 의원이 앞서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연세대 선후배 사이에다 총학생회장 출신, 그리고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등 공통점이 많다. 특히 이 의원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측근으로, 우 전 의원은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 체제에서 전략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흥미를 더하고 있다. 지역구민들은 이들의 대결 구도를 익히 알고 있다. 연희동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한 지역민은 7일 “두 후보를 모두 잘 알고 있다”면서 “최근 이 지역의 야당 성향이 강하다고 얘기 하지만 그래도 붙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성헌 의원 입장에서는 이 지역에 새누리당에 비판적인 청년층 거주 비율이 높고, 자영업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지역 일꾼’이라는 이미지로 부정적인 민심을 극복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전해졌다. 반면 우 전 의원은 ‘정권 심판론’이 최대 무기이다. 그는 “지역을 다니면 힘든 분들이 많아 정치하는 게 죄송할 정도인데 기회가 온다면 어떤 도움을 드릴지 고민하겠다”며 ‘상권 부활’과 ‘뉴타운·교육 문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학생운동권 출신이라는 개혁성과 대변인을 오래 해서 지명도가 친숙하면서도 색깔이 있는 후보”라고 피력했다. 서울 동작을 정몽준 vs 이계안 현대가(家) 출신의 정면승부 서울 동작을 선거는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이자 6선의 현대가(家) 출신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큰 인물론’과, 역시 현대자동차·현대카드 대표를 지낸 민주통합당의 이계안 전 의원의 ‘정권심판론’이 맞붙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전 의원으로서는 허동준 동작을 지역위원장과 예비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무게의 추가 이 전 의원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동작을은 강남과 강북·강서 정서의 경계 지역으로 평가되고 최근 4차례 총선에서 여야가 2승2패로 무승부를 기록한 만큼 스윙보터(swing voter) 지역이라, 이곳의 승부가 이번 총선의 서울 민심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 후보는 재벌개혁·경제민주화 등 경제 이슈를 중점적으로 내세워 지역 민심에 호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비록 울산 동구에서 옮겨와 지난 4년 동안 자신의 역량에 비해 지역에서 한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지역 내 숭실대학교의 ‘정주영 창업캠퍼스’와 손잡고 아산나눔재단이 청년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 사이에 큰 화제가 되는 등 ‘지역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의 적임자를 자처하고 있다. 여권의 유력한 잠룡(潛龍)으로서의 존재감도 주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이 전 의원은 배수의 진을 치면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이뤄낼 저격수를 자임하면서 동시에 총선 승리를 위한 야권연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야권연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양보해 총선 승리의 밀알이 되겠다는 ‘사즉생’의 각오를 보이고 있다. 서울 중구 정진석 vs 김한길-신경민-유선호 등 새누리당이 서울 중구에 현 정부 요직을 지내면서도 박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투입키로 한 것은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 전략공천 된 홍사덕 의원과 함께 보수 중진의 ‘투 톱’으로 서울 선거의 견인차 역할을 맡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이들 ‘투 톱’에 앞서 공천이 확정된 용산구의 진영(재선) 의원까지 포함해 서울 중심권에서 민주통합당과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 전 정무수석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1999년 자민련 명예총재특보로 정치권에 입문해 2000년 16대 총선에서 내무부 장관을 지낸 부친 정석모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충남 공주-연기에서 자민련 간판으로 처음 금배지를 달았다. 2005년 공주-연기 재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자민련의 후신격인 국민중심당 최고위원과 원내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한나라당에 둥지를 틀었다. 중구에 위치한 성동고 총학생회장 출신이자 역시 중구 내의 명동성당 사목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에선 유선호 의원 등이 공천을 신청한 가운데 3선 출신의 김한길 전 의원과, MBC 앵커 출신 신경민 대변인 등을 전략공천 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져 대체로 격전지의 윤곽이 그려지고 있다. 부산 사상 손수조 vs 문재인 유력 대권주자와 정치초년 ‘다윗 대 골리앗’ 부산 사상은 야권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59) 상임고문이 출마한 가운데 새누리당이 27세에 불과한 손수조 후보를 공천함으로써 이미 이번 총선 최고 격전지로 전국적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특히 문 고문은 2030 연령대의 젊은 세대 지지를 받으면서 ‘낙동강벨트’로 부산에서 야권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야권의 대표 주자이고, 손 후보는 스스로 20대 젊은 층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여권의 최연소 도전자여서 누구에게 부산 지역의 젊은 표심이 몰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실 문 고문은 지난해 12월26일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두 달 넘게 지역 표밭 다지기에 전념해온 만큼, 반짝 새내기 인물보다는 경쟁력 있는 인물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따라서 문 고문 측으로서는 대적할 만한 중량급 적수 대신 경량급을 내보냄으로써 조기에 ‘문풍(文風)’을 차단하면서 힘을 빼겠다는 여당의 노림수를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박 비대위원장이 문 고문의 대선 경쟁력을 견제하기 위해 부산에서 불고 있는 ‘문풍’에 오히려 무대응 전략을 택했다고 보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문 고문 측은, 사상 출신임을 주요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손 후보가 젊은 피를 수혈하면서 문 고문 1인 독주 체제가 흔들일 가능성이 생겼지만 이에 맞서서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초지일관 지역 중심의 정책공약으로 처음부터 이기는 싸움을 해나가겠다고 전의를 다지고 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문 고문이 사상에서 승리할 경우 PK 전체 구도를 흔드는 ‘PK대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여야 한다. 따라서 당 내에서는 손 후보의 공천을 둘러싸고 양극단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물론 손 후보가 20대라는 의외성 때문에 부산의 젊은 표심이 야당에 일방적으로 몰리는 상황은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절묘한 카드’라는 분위기가 대체로 강한 듯하다. 하지만 애초에 부산에서는 50-60대라는 상대적 고령층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들어 손 후보를 선택한 것은 패착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적지 않은 사상 유권자들이 ‘정치 초짜’인 손 후보를 지역구 후보로 낙점했다는 데에 상당한 실망감을 표출했다는 전언이 부산시당 중심으로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측은 공천 면접 과정에서 손 후보가 중앙 무대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낸 데다가 ‘구태 정치’를 일신할 참신한 후보로 부각되고 있어 사상 지역 표심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충북 청주상당구 정우택 vs 홍재형 화려한 정치경력의 ‘용호상박’ 대접전 충북 청주상당구는 민주통합당이 당내 충북 의원들의 좌장격인 홍재형 국회부의장의 공천을 확정한 데 이어 새누리당은 정우택 전 충북지사를 공천해 충북의 최고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화려한 정치 이력을 자랑하고 있는 데다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에서도 대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 ‘용호상박’의 빅매치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정 전 지사가 근소하게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아직 선거 초반인데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충청 표심’의 특징을 감안하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정 전 지사에게 “미국 하와이대학에서 동문수학한 사람을 비롯해 정 후보 주변 인물들로부터 박사학위 논문을 상당 부분 그대로 베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박사 논문 표절 부분을 들고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정 전 지사 측에서는 “미국 학계의 엄정한 절차를 거쳐 논문 심사 기준에 부합해 통과됐음에도 민주통합당과 홍 의원이 억지 트집을 잡으려고 한다”며 부인했다. 홍 의원과 정 전 지사의 약점은 각각 74세 고령이라는 점과 지역구 이전이었다. 이와 관련해 무심천에 운동하러 나온 한 시민은 “홍 의원은 고령이고 할 만큼 했으니 이젠 그만해야 한다”고 정 전 지사를 옹호한 반면, 다른 시민은 “정 전 지사는 청주에서 태어나지도 않은데다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출마했다가 지역을 옮겨왔기 때문에 만약 이번 선거에서 진다면 다시 자기 고향으로 갈지 누가 아느냐”고 정 전 지사를 꼬집었다. 강원 홍천·횡성 황영철 vs 조일현 홍천 토박이들의 ‘질긴 인연’ 라이벌전 강원도 홍천·횡성은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과 17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던 민주통합당 조일현 전 의원이 16대 총선부터 내리 4번을 맞붙은 홍천 토박이들의 ‘질긴 인연’의 라이벌전이 또 벌어질 격전지다. 대부분 지역구에서 한 당에서만 여러 명이 공천을 신청하는 현상과는 달리 이 선거구에선 일찌감치 두 사람만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색 선거구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첫 대결을 펼친 16대 총선에서 황 의원이 1만8898표(31.50%), 조 전 의원이 1만8812표(31.35%)를 얻는 초박빙 승부를 벌였지만 2만1131표(35.22%)를 얻은 우재규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당선돼 무승부로 끝났다. 그리고 두 번째 대결인 17대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왔던 조 전 의원이 ‘탄핵 역풍’에 힘입어 2만4194표(43.13%)를 얻어 배지를 거머쥐었고 황 의원은 2만3532표(41.95%)를 획득해 불과 662표 차이로 석패했다. 하지만 황 의원은 18대에서 설욕에 성공하며 ‘3수’ 끝에 국회에 입성했다. 2만6003표(49.23%)를 득표해 2만1875표(41.43%)를 얻은 조 후보를 4128표 차로 무난하게 눌러 세 번의 싸움에서 각각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두 후보는 일찍이 공천을 받아 4번째 혈투에 나선 것이다. 홍천·횡성은 축산농가가 몰린 지역구의 특성 때문에 최대 쟁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조 전 의원은 “황 의원이 본회의에서 여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면서 소신 투표를 하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당시 본회의에 앞서 비공개 회의를 요구하는 등 원내대변인으로 한미 FTA 날치기 처리를 주도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황 의원은 “조 후보가 17대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 한미 FTA에 찬성했으면서 이제 와서 재협상을 주장하며 말을 바꾸고 있다”며 “후속 대책으로 농축산민들의 피해를 막을 생각을 해야 한다”고 역공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두 후보는 지역 SOC 사업에도 대립각을 세우며 표심을 겨냥하고 있다. 조 전 의원 측은 17대 의원 당시 추진키로 했으나 18대 국회에서 축소·보류된 '홍천~용문 철도사업'과 국도 6호선 횡성 부문 확장 사업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황 의원은 예산 및 사업경제성을 따져 지역 사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