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봄맞이 ‘그림 산책’ 어때요?

조용한 통의·효자동, 그림 가득 사간동의 그림 잔치들

  •  

cnbnews 제266호 김대희⁄ 2012.03.19 11:37:53

차가운 겨울 기운이 물러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부는 꽃샘추위로 완연한 봄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벌써부터 봄나들이는 시작됐다. 봄나들이 하면 도심을 벗어난 야외나 서울 근교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많은 인파와 교통체증으로 나들이 기분을 망칠 수도 있다. 너도나도 잠시뿐인 봄을 즐기기 위해 몰려나오기에 한 마디로 꽃구경이 아닌 사람 구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서울 도심 안에서도 충분히 색다른 봄 기분을 낼 수 있다. 봄이나 가을은 걷기 좋은 날씨이기도 하지만 그림을 감상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화랑가도 봄을 맞아 기지개를 펴며 다양한 전시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화랑이 밀집한 지역은 데이트나 산책 코스로도 무리가 없다. 봄을 맞아 3회에 걸쳐 지역별 화랑가의 특징을 현재 진행 중인 볼만한 전시와 함께 소개한다. 조용해 좋다. 통의동-효자동 화랑길 인근에 청와대와 경복궁이 있어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통의동과 효자동은 사실 잘 모르는 이들도 많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통의동과 효자동은 경계가 헛갈리기도 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가볼만 하다.

서울 종로구에 속한 통의동은 북쪽으로 창성동, 동쪽으로는 세종로, 남쪽으로는 적선동, 서쪽으로는 통인동·체부동과 가까이 있다. 같은 종로구인 효자동은 인왕산 기슭에 있으며 동쪽은 세종로(경복궁), 서쪽은 옥인동, 남쪽은 창성동, 북쪽은 궁정동과 접해 있다. 동 이름은 효자로 이름난 조선 중기의 문신 조원의 아들 희정과 희철 형제가 이곳에 살아서 ‘효곡’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다. 도심이지만 빌딩숲이 아니라 낮은 건물로 조성된 이곳은 편안한 분위기와 함께 사색에 잠길 수 있을 만큼 한적함을 풍긴다. 여기에는 어떤 화랑들이 어떤 전시를 하고 있을까?

경복궁역 4번 출구로 나와 뒤쪽 방향으로 경복궁을 오른쪽에 두고 청와대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올라간다. 올라가다보면 가장 먼저 갤러리차를 만날 수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왼쪽으로 대림미술관이 보인다. 그 위로 통의동 터줏대감 진화랑을 만날 수 있다. 40여년의 역사를 지닌 진화랑 옆에는 새롭게 문을 연 갤러리시몬, 그리고 인사동에서 2010년 11월 통의동으로 이전해 온 아트사이드 갤러리가 자리 잡고 있다. 진화랑은 3월 29일부터 4월 27일까지 박현수 개인전을 연다. 기자가 진화랑을 방문한 날은 작품 설치로 한창 분주한 날이었다. 이번 전시는 일반적인 전시가 아닌 일상생활 속 작품이라는 테마로 가구 및 조명과 함께 어우러진 전시로 꾸며지고 있었다. 신민 진화랑 기획실장은 “최근 미술 작품과 가구를 함께 배치해 전시를 구성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그러한 전시들은 대부분 비싼 가구들로 꾸며진다”며 “이번 전시는 정말 일상 속 미술 작품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활 가구들로 구성해 더욱 친근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박현수의 그림은 우주 생성의 신비스러운 기운이 가득담긴 듯한 모습이며 얼핏 보면 마치 나비가 날아드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특별한 형상도, 새로운 재료도 아닌 그저 우리가 늘 접했던 대상을 자연스럽게 화면에 펼쳐 놓았을 뿐이다. 구체적인 자연의 모습도 아니다. 정말 근원으로서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과의 대화를 아주 편안한 흐름으로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그런 그의 작품을 보며 우리가 간직하게 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에너지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봄과 그의 작품은 잘 어울리며 힘찬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바로 옆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는 송진화 개인전 ‘열 꽃’이 3월 8일부터 4월 1일까지 열린다. 송진화는 버려지고 생을 다한 나무 토막에 생명을 불어넣어 상처받기 쉬운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아트사이드 입구에 설치된 작품은 칼에 찔린 모습으로 섬뜩함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전시장 속 다양한 몸짓의 작품들은 재미와 함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면서 여성들에게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다시 진화랑이 있는 대로변으로 나와 청와대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 전 여관에서 이제는 전시공간이 된 통의동 보안여관과 브레인팩토리가 있다. 독특하면서 실험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브레인팩토리에서는 이가경 영상설치전이 3월 8일부터 4월 1일까지 열린다. 이가경이 선보이는 9점의 비디오 작업은 연필 드로잉이나 드라이포인트로 제작된 무채색의 판화를 이어 붙여 완성된 애니메이션 작품들인데 내용면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뉴욕에 거주 중인 작가의 관찰 대상이 됐던 그저 평범한 뉴요커들의 ‘일상’이고, 둘째는 작가 자신의 심리적인 일상과 맥락을 같이하는 ‘퍼포먼스’다. 대부분 초기에 연필 드로잉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이미지들을 연속시키기 위해 한 컷의 드로잉을 촬영한 후 지우개로 지우고 그 종이 위에 시퀀스를 그려 넣어 다시 찍는 노동집약적 작업으로 만들어졌다. 브레인팩토리에서 더 올라가면 청와대가 나오며 바로 앞 왼쪽 길로 들어가면 팔레 드 서울이 있다. 1층에서 이주연 개인전(3월 22~28일), 2층에서는 류승옥 개인전(3월 21~28일)이 열린다. 이 외에도 골목 안에 쿤스트독갤러리, 옆집갤러리, 스페이스통, 스페이스15th, 갤러리팩토리, 갤러리자인제노 등이 있다. 아직 차가운 바람이 부는 영향도 있었겠지만 길을 걷는 동안 마주친 사람이 드물 정도로 한산하고 조용했다. 또한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딱히 갈 곳을 정하지 않고 걷다가 들려도 좋을 만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전시에만 집중하기 좋은 사간동 통의동과 효자동을 둘러봤다면 사간동으로 넘어가보자. 경복궁을 가운데 두고 통의동과 효자동 반대 방향에 사간동이 있다. 사간동 역시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지명이다. 지하철로 가려면 역시 경복궁역 4번 출구로 나와 뒤쪽으로 경복궁을 지나 안국역 방향으로 올라가야 한다. 물론 안국역에서 경복궁역 방향으로 내려가도 된다. 사간동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경복궁 동십자각이 있다. 경복궁에서 길을 건너면 사간동이다. 서울 종로구에 속해 있는 사간동은 북쪽으로 소격동, 동쪽으로는 송현동, 남쪽으로는 중학동, 서쪽으로는 세종로와 접한다. 사간동은 삼청동으로 올라가는 길일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한 가게나 볼거리는 없기에 사람들이 많지 않다. 단 볼만한 전시는 있다. 다른 생각 없이 그림을 감상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곳은 갤러리현대다. 국내 대표적 갤러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갤러리현대는 사간동뿐 아닌 청담동에도 전시공간이 있다. 사간동에서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이 3월 16일부터 4월 29일까지 열린다. 그 위로 금호미술관이 있으며 주한 폴란드 대사관을 지나면 바로 갤러리온이 보인다. 같은 건물 2층에 아트사간이 있으며 바로 옆 안쪽으로 건물이 있는데 아프리카 작가들의 조각과 회화 작품 등을 볼 수 있는 아프리카미술관이다. 바로 위쪽으로는 길 따라 공사 가림막이 길게 설치돼 있는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아트사간에서는 3월 15일부터 31일까지 윤아미 개인전 ‘At night-2' 전이 열린다. 사진 작업을 하는 윤아미는 자신을 비롯한 동시대인들의 내면적인 방황과 갈등을 표상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주한 폴란드 대사관과 갤러리온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갤러리에쿼드나인이 있고 그 뒤로 갤러리베아르떼와 16번지 그리고 심여화랑이 있다. 갤러리베아르떼에서는 상설전시인 ‘유럽-라틴 소품 소장전’이 진행 중이며 16번지에서는 김현정 개인전이 3월 15일부터 4월 15일까지 열린다. 사간동을 지나는 한 학생은 “사간동이라는 지명을 알게 된 지 얼마 안됐어요. 주변 친구들도 사간동이라고 하면 잘 모르고 ‘상암동’으로 알아듣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삼청동으로 올라가기 위해 지나치는 길로 생각했는데 곳곳에 갤러리가 많고 그림을 좋아한다면 꼭 들려야 하는 곳이라 생각돼요”라고 말했다. 사간동 안쪽은 골목골목으로 이어져 있어 큰길과는 다른 동네 골목길을 걷는 듯한 추억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림에 관심이 많다면 사간동은 꼭 한번 들려야하는 필수코스이기도 하다.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