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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공천 불복 의원들에 묻는다 “물 먹을 때 우물 판 사람 생각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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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6호 김경훈⁄ 2012.03.19 11:16:06

무릇 집착을 떨치고 번뇌를 내려놓기(放下着)는 쉬운 일이 아니다. 기득권을 누리거나 특혜와 혜택을 받다 이를 비우려면 인내와 결단이 필요하다. 떨치고 내려놓는 게 때론 당연지사지만 금단현상이 뒤따른다. 용기가 없으면 못한다. 고위직 공무원과 교수, 국회의원을 지낸 모 인사는 아직도 의정생활 4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를 통해 본 국회의원이란 직업은 수많은 직업군 중 나름 매력적이다. 선거는 승자독식의 냉혹한 생존게임이다. 2등은 대접받지 못한다. 공천은 선거의 출발이다. 공천경쟁에서 탈락한 공천 불복자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정치 혐오증은 그들의 업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정치인 존경하기’ 란 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여도 남지 않은 19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흔치 않은 신선한 장면을 목격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패자가 오히려 승자를 찾아 축하했다. 주인공은 배은희 의원(52·여·비례대표)이다. 새누리당 서울 용산구 공천에서 탈락한 배 의원이 3월 7일 승자 진영 의원을 찾아 축하하고 “지역민의 염원을 명심해 반드시 총선에서 승리해 달라”고 격려했다. 배 의원은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다.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나왔고 KIST 연구원을 거쳐 KIST 인증 1호 벤처기업 대표를 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내공을 쌓은 후 국회에서 자연과학도의 대변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원내부대표와 대변인을 지냈다. 이런 배 의원이 3월 15일 경기 수원을 전략공천 받았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그가 승자의 영광을 다시 누릴지 두고 볼 일이다. 양보와 배려를 찾기 어려운 게 요즘 정치다. 이럴 때일수록 ‘첫 펭귄’이 그립다. 극한의 남극에서 남다른 모성애를 발휘하는 펭귄들은 먹이를 찾아 바다로 뛰어들기 전 고민한다. “누가 먼저 바다로 뛰어들 것인가”를 두고 서로 눈치를 본다. 첫 주자로 나섰다간 바다표범의 희생양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첫 펭귄은 나온다. 그들만의 룰과 기강이 있다. 펭귄도 이러할진대 종합예술이라는 정치도 이제는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공천 승복 ‘첫 펭귄’은 배은희 의원이 스타트를 끊었으니 이제 제2, 제3의 ‘배은희’ 가 계속 나와야한다. 그래야 정치다운 정치, 존경받는 정치인이 등장한다. 공천불복, 무소속출마, 항의농성, 백의종군, 당명순종, 정권창출…. 여의도 주변 각 당사는 하루 종일 시끄럽다. 국회의원 선거 축제를 앞둔 기대와 설렘은 일 푼어치도 없다. 공천불복 정치인(현역 의원)에게 꼭 해 줄 말이 있다. “과일을 딸 때는 그 열매를 맺은 나무를 생각하고, 물을 마실 때는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하라.”(落果思樹 飮水思源) 어려울 때일수록 그 사람의 진면이 나오는 법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다 할 수 없는 게 정치다. 아프니까 정치다. 함부로 설치지 않는 게 정치다. 비워야 채워지는 게 정치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을 구별하는 잣대 중 하나가 ‘내 탓이오’(귀인 이론)다. 일이 잘 안 될 때, 그 이유를 자신에서 찾느냐 타인이나 외부에서 찾느냐다. ‘내 탓이오’가 결국 절대적 성패를 가른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공천 불복은 안 된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이번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이런’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 김경훈 CNB뉴스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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