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호 최정숙⁄ 2012.03.26 13:20:54
‘보수를 비판하는 보수’, ‘할 말은 하는 보수’라는 수식어가 연상되는 인사가 있다. 바로 이상돈 새누리당 비대위원이다. 지난 2004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며 침몰 위기의 당을 구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 거리로 나섰다. 이 모습을 본 이상돈 교수는 집단소송 도입과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기명 칼럼을 신문지상에 발표하며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때부터 그는 ‘보수 논객’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그는 미디어법, 세종시, 4대강 등에 대해 계속해서 쓴소리를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를 ‘합리적 보수’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이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수란 원래 불합리한 무리들인데 이 사람은 그나마 합리적이네“라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란다.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그는 ‘보수의 배신자’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는 정말 보수를 배신했을까? 보수적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그는 정작 자신은 생각을 바꾼 적이 없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이명박 정권에서도 잘못된 것은 똑같이 비판해 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사안’이지, ‘진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어설픈 진영 논리는 보수를 동반몰락 시킬 뿐이다. 중앙대 법대 교수로 30년을 재직해온 그는 작년 12월 발족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합류했다. 그의 합류 소식에 알려지자 일부 인사들은 “이 교수는 천안함의 북한 피격을 부정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왜곡된 흠집내기였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고, 별다른 대응도 하지 않았다. 명예훼손 등으로 얼마든지 소송을 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대위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당시 한나라당의 앞날은 캄캄했다. 비대위원들은 박 위원장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소리도 흘러나왔다. 4·11 총선에서 100석을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3개월 간 비대위 활동을 하면서 ‘MB정권 실세론 퇴진’ 등 그의 주장은 당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몇몇 인사의 공천을 놓고는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공천위)와 이견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 “민주적이고 역동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다소 진통은 있었지만 그는 동료 비대위원들과 함께 당 정강정책 개정이라는 큰 역할을 했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도 바꾸면서 완벽하진 않지만 평소 주장대로 자연스럽게 현 정부와 선을 그었다. 이상돈 비대위원의 바람은 이미 알려진 대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MB정권과의 결별’을 강력히 주장했다. 제대로 된 보수로서 총선에서 승리하고, 박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그의 ‘조용한 혁명’이 주목받는 이유다. 다음은 지난 20일 중앙대 법학관에서 이뤄진 이상돈 비대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공천과 관련한 얘기를 먼저 듣고 싶다. 새누리당 공천에 대해 “상향식 공천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는데? “정치쇄신이 사실상 안 됐다.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여야가 국민경선을 한다고 했는데 여야 협상에서 국회법 개정 타결이 안 됐다. 때문에 우리도 과거식의 공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당원과 국민들이 참여해 후보자를 정하는 상향식 공천을 해야 한다. 이번에도 그런 것을 상당수 지역구에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마지막에 시간에 쫓겨서 체스게임 같은 전략공천을 너무 많이 한 것은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볼 때 강남과 대구 공천 결과에 대해 상당히 유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흔쾌히 동의할 수 없다.” - 비례대표 명단이 발표됐다. 이공계와 소수자를 배려한 ‘감동 인물 선정’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야권은 할 수 없는 비례대표 선발이었다. 국민의 다양한 구성원을 대표할 후보를 많이 뽑았다고 본다. 필리핀 귀화 여성인 이자스민 씨와 탈북자 출신의 조명철 통일교육원장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과거 명망가 위주의 비례대표 선정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만하다.” - 당이 분열할 뻔 했는데 김무성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막아졌다. 막판 공천 과정에서는 도덕성, 금권선거 논란이 일면서 김무성 의원이 벌어놓은 표를 깎아먹었다는 평도 있는데? “그런 면이 있다. 마지막에 선거법 위반과 고소고발이 여러 곳에서 있었다. 공천은 했지만 나중에 당선이 돼도 검찰 기소가 이뤄질 것 같은 곳이 몇 군데 보인다. 유감스럽다.” - 현역 의원의 41%가 물갈이 됐고 ‘강남벨트’는 현역 의원이 줄줄이 교체됐지만 ‘친박 챙기기’라는 비판도 있다. “뭐가 친박 챙기기인가. 본선에서 살아남을 친박이 누가 있나. 선거운동도 어렵고. 수도권에서 살아남을 친박 의원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대구, 경북이야 원래 숫자가 많았고. 서울에서 친박 의원 공천을 받아서 살아남을 사람은 2~3명밖에 안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도 어려운 것 아닌가.” - 환경이 안 되는 시골에서 국민참여 경선을 무리하게 진행해 공천 부작용이 났다는 의견도 있는데? “사람이 직접 가는 경선을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있는 것 같다. 무리하게 한 지역이 있다. 아직까지는 여론조사를 통해 표본 숫자를 늘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우리가 그런 경선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안 돼 있다. 선거법을 고쳐서 선관위에서 감독하고 본 선거에 준하는 수준으로, 예산으로 하지 않는 한 국민참여 경선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는 인사들이 성공할 것으로 보는지? “수도권과 경남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야권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 수도권 어떤 지역은 굉장히 열세다. 민주당이 이길 수도 있다.” - 야당에서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오는데, 이런 주장은 박 위원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얼마나 미칠 것이라고 보는지? “야당이 자꾸 정권심판론을 얘기하는데 전 체제인 한나라당이라면 심판론이 맞다. 하지만 지금의 박근혜 체제에서는 심판론을 일으켜도 바람이 불지 않는다. 오히려 야당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지 않나. 야당이 박 위원장이 조수석에 탔다고 아무리 그래도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야당에서도 이번 총선 이슈를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으로 보려고 하는데 그것도 안 되고 있다. 보수 진보 프레임 주장은 이른바 보수 신문 중에서도 한 두 곳 정도가 주장할 뿐이다. 이는 새누리당이 내건 아젠다가 나름대로 효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복지국가와 복지당론을 내세웠고 쇄신을 내걸었다. 완전히 현 정권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이미 차별화 됐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야당의 바람몰이가 생각보다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 하지만 야당은 부산에서 두 자리 수 의석을 얻을 거라고 하는데? “열어봐야 하겠지만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 ‘문재인 대항마’ 손수조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손 후보는 처음 입후보 할 때부터 내게 이메일을 보냈다. 나는 원래 이메일에 웬만하면 응답한다. 용기가 좋고 훌륭하다, 건승하라고 답장을 보냈더니 손 후보가 상당히 고무적으로 본 것 같다. 손 후보가 자신이 굉장히 진지하다는 것을 알려왔다. 한 번은 부산MBC 토론을 갔을 때 사상구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먹었다. 간단히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도 했다. 잘 할 거라고 본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평가는? “문재인 후보가 여기서 당선된다고 해도 3개월 정도 할 텐데 무책임한 거다. 재보선을 하면 국가 예산이 10억 원 넘게 든다고 한다. 그 전에도 3개월 국회의원 얘기를 했는데 부인하지 않고 있다. 아니라고 하면 대선에 안 나온다는 건데 부인할 방법이 없다. 누가 보더라도 대선에 생각있는 사람이 3개월 국회의원을 한다는 것은 정치 도의가 아니라고 본다. 내 말이 아팠을 거다.” - 총선에서 몇 석을 얻으면 성공했다고 보는지? “선전하면 125석이다. 비대위 처음 시작할 때 분위기는 100석이나 되겠냐는 것이었다. 예전 대통령 탄핵 때 121석을 했으니 121석은 해야 한다고 해서 조금 올렸다. 물론 이 단계에서 겸손해야 한다. 젊은 층은 여론조사에 응답을 잘 안 하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5% 앞섰다고 당선을 보장 못 한다. 여론조사에서 7~8% 정도는 앞서야 간신히 이긴다고 보기 때문에 안이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 박 위원장이 대통령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아직 대선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여야 잠룡들의 공세가 벌써부터 만만치 않다. 정수장학회 문제로 계속 박 위원장을 공격하고 있는 문재인 이사장은 유신 체제도 거론했다. 그는 ‘박 위원장은 과거 유신 체제의 잘못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면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적이 없다’며 간접 사과를 요구했는데? “문재인 후보가 총선 초기부터 그런 말을 꺼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내가 볼 때 본인이 초조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지금은 대선이 아닌 총선이다. 처음부터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이해도 안 되고 적절치 않다. 대선주자답지 않다. 대선에서야 상대방 후보의 과거를 다 언급한다. 하지만 후보가 직접 그걸 언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총선 초부터 후보 본인이 직접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 박 위원장이 문 이사장에 대해 “정치 철학이 뭔지 모르겠다”고 대응했다. “크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응하면 커진다. 더욱이 총선이기 때문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 - 또 다른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최근 탈북자 북송 반대 집회에 참석했고, 언론사 총파업을 지지한다는 발언도 했다. 진영을 넘나드는 행동 아닌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안 교수는 진영 논리에 묶여 있는 사람이 아니다. 합리적인 사람이다. 그때그때 사안에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는 게 모순된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나홀로 대선 후보가 있을 수 있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대선을 위해서는 총선에서 자기 당을 만들었어야 한다. 총선에서 자기 당을 못 만들었기 때문에 일단 독자적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 김두관 경남지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일각에서는 문재인 이사장보다 김두관 지사가 대선주자로 등장할 경우 더 위협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김 지사가 직접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김 지사는 자기 나름대로 감동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어 정치적인 잠재력이 크다. 다만 이번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나이도 적고 이미 (출마하기에는) 시간도 너무 많이 갔다.” - 정몽준 전 대표는 총선 패배 시 박근혜 위원장의 무한책임론을 주장했는데…. “지금 선대위를 발족시키고 선거를 막 시작하려는 시점이다. 그런 발언을 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지금은 덕담을 할 때 아닌가. 선거 시작부터 총선에 실패하면 책임져라, 이런 말은 시기적으로 적당하지 않다.” - 김문수 지사는 ‘먹통 공천’이라고 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보다 박근혜 위원장이 더 소통이 안 되고 보수적이라고도 했다.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고도 했는데? “마찬가지다. 현 시점에서 그런 언급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군다나 현직 지사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이 왜 탄핵을 당했나. 정치 개입 발언 때문이었다. 대통령, 서울시장, 도지사가 정치 현안과 관련해 과다하게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이재오 의원은 박 위원장을 겨냥해 ‘현명한 군주는 어떤 사람도 싫어하지 않고 물리치지 않았기에 수많은 군중을 이끌 수 있었다’고 했는데? “4년 전에 어떻게 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2008년 총선의 이른바 ‘친박계 학살’로 인해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이 사실상 이명박 정권 창출에 힘을 보탰다. 아무 책임 없이 당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권과 정당 실패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탈락한 것이다. 똑같은 차원으로 볼 수 없다.” - 박근혜 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평가가 있는데? “외관적으로 일단 그렇게 보이는 것 아니겠나? 현 정권은 1년도 안 남았으니 정권 마무리 밖에는 없고. 박 위원장도 털건 털고, 이어갈 건 이어가는 행보를 할 것이다.” - 비대위 활동이 3개월 정도 됐는데? “박근혜 위원장의 부탁으로 시작해서 정신없이 활동한 것이 석 달 가까이 됐다. 외부에서 많은 기대도 있었고 비판도 있었다. 그런대로 무난하게 끌고 왔다. 총선을 앞두고 지지도도 올랐고 잘하면 제1당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왔으니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 박 위원장의 역할이 컸다. 누구도 부정 못할 것이다. 박 위원장을 도와서 새로운 정치적 전환을 만들기 위해 나름 애썼다고 생각한다.” - 비대위원들과는 잘 맞았나? “처음에 들어올 때는 김종인 박사밖에 몰랐지만, 그새 정이 많이 들었다. 여러 가지 호사다마도 있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그런 모습이 역동적이고 재미있지 않았나? 흥행했다는 것 아닌가? 분열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다양하고 역동적이고 민주적이라서 과거의 여당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런 모습을 보여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본다.” - 비대위에 들어갈 때 비판도 많았는데? “나의 천안함 발언이 왜곡됐다. 하지만 대응하지 않았다. 명예훼손 소송을 했다면 소송 준비하느라 할 일을 못했을 것이다. 공인이라면 불합리한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사실을 밝히자고 소송하면 일만 더 커진다. 박근혜 위원장도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만한 사안이 셀 수 없이 많다. ‘유신 공주’부터가 모욕이다. 그거 다 대응하면 되겠나? 휘말린다. 난 대꾸도 안 했다. 결국 대응 안 하니까 (천안함 시비도) 조용해졌다.” - 앞으로의 계획은? “이제 본격적인 선거유세가 시작된다. 선거 기간에 취약 지역 후보가 요청하면 지원을 갈 생각이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선전하길 바란다. 지금 상황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개혁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적임자라고 본다. 박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나라를 위한 길이니 그렇게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