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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벌개혁 가장 잘할 수 있는 박근혜는 왜 색깔론에 매달리나

이념공세는 어차피 철지나지 않았나…'국민만 본다'면 공룡 재벌이 보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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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7호 최영태⁄ 2012.03.28 10:51:08

‘새로워진 새누리당’에 우려할 만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손수조 후보에 대한 시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강하게 색깔론 이념공세에 나선 이후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이념 논쟁을 시작한 사나흘 새 20~30대의 지지가 확연히 빠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수도권에선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겨레신문이 28일 보도했다. 박근혜+김종인 '환상의 복식조' 깨지자 마자 박근혜의 색깔론 공세가 역효과를 내는 이유는, 현재 국민들이 “못 살겠다, 살려달라”고 외치는 게 이념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인들이 죽겠는 두 가지 문제는 첫째 경제, 둘째 정의의 문제다. 가장 큰 문제가 경제기 때문에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인 김종인을 품은 박근혜에게 서민들이 기대를 걸었던 것인데, 김종인 비대위원이 떨어져나가자마자 박근혜 위원장이 바로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색깔론 공세’에 나서자, 새누리당 후보들이 “표 다 떨어진다”고 불평을 내놓고 있다는 소리다. 작년말 이후 최근까지의 새누리당 상승세는 ‘박근혜+김종인’이란 환상의 복식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왜냐면 일반 서민의 염원으로 떠오른 재벌개혁을 하기에는 이 조합이 가장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재벌개혁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바로 박근혜일 수 있다. 바로 재벌을 탄생시켜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기 때문이다. 야권 후보가 “재벌 버릇을 고쳐 놓겠다”고 나서면 재벌들은 바로 ‘철통 경계’에 들어갈 것이다. 그야말로 적군의 침략이기 때문이다. 반면 박근혜가 재벌을 공격하면 재벌들은 속으로는 철통 경계를 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별로 할 말이 없을 수 있다. 박근혜가 도덕적으로 재벌의 위에 올라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공주’의 이러한 태도에, 강력한 팔을 가진 무사(김종인)까지 더해지면 그 어느 조합보다도 효과적으로 재벌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봤기에 지지율이 올라갔던 것으로 나는 해석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귀족 + 서민'의 환상 조합 아닌가? 이는 마치 신흥부자(부르주아)의 돈 자랑 공세에 맞서 왕족과 서민이 힘을 합쳐 싸운 서양의 근대사에서도 잘 드러나는 현상이다. 재벌에 맞서기 가장 좋은 조합은 왕족과 서민의 결합이다. 박근혜는 '서민과 어울려 있을 때 가장 어울리는 정치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공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서민과 귀족의 결합은 이런 측면에서도 좋은 그림이 된다. 그러나 작년 말 새누리당 비대위 출범 때만 해도 “국민만 바라보겠다”고 했던 박근혜 위원장이, 목전에 다가온 공룡(재벌)들의 공격에 사색이 된 국민을 바라보기를 멈추고 멀리 허공(이념)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 공룡에 밟혀 죽게 생긴 서민들은 “이건 아닌갑다. 살길을 찾자”고 나설 수밖에 없다. 지난번 기자수첩(김종인 사퇴…‘박근혜-김종인 환상의 복식조’ 깨지는 것은 8년전과 판박이?)에서 필자는 ‘당이 어려울 때는 좌클릭을 하다가 사정이 변하자 바로 가장 오른쪽으로 돌아선’ 8년 전 천막당사 이후의 박근혜 위원장 모습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모습을 또 보여줘서는 박근혜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는 ‘중도층으로의 지지층 확산’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색깔론으로 ‘집토끼’는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집토끼들은 그 누가 뭐래도 박근혜 지지층이기 때문에 색깔론이 있건 없건 박근혜를 지지한다. 그러나 좀 거리를 두고 박근혜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에게는 색깔론은 ‘뜬금없는 소리’일 수 있다. 꼭 김종인이 아니더라도 ‘재벌개혁론자’를 불러 모아 ‘귀족의 책무(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이행하는 박근혜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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