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어린아이를 보면 순수함이 묻어난다고 말한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모든 게 신기할 따름이고, 보이는 그대로 인식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의 마음을 뜻하는 말이 ‘동심’이다. 누구나 동심을 가진 유년기 시절이 있었으며 마음 한편에는 순수성이 남아 있다. 사회가 각박해지고 삶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러한 순수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일깨우고 상기시키려는 작가가 있다. 한 마디로 그는 동심을 그린다. “사람은 누구나 동심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이 있어요. 하지만 자라면서 점점 변하게 되죠. 주위 친구들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나쁜 방향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하면서 그들의 동심을 일깨우고 싶어요.” 홍대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영수 작가는 밝고 경쾌한 색감으로 심플하면서 누구나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게 특징이다. 그가 그리는 작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꼬마 영수’다. ‘꼬마 영수’는 작가 자신으로부터 시작해 이제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됐다.
“제 어릴 적 이야기를 작품으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 시절 느꼈던 기억들이에요. 이렇게 순수했던 어린 시절 경험에서 시작해, 자라면서 느낀 경험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경험까지 소재가 넓어졌죠.” ‘꼬마 영수’를 그리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될까? 동양화과 출신으로 수묵화를 전공한 그는 대학 3학년 때부터 만화를 그렸다. 당시 수묵화는 풍경이나 만화적인 작업을 했는데 이와는 별도로 만화도 그리고 있었다. 어릴 적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면서 분량이 쌓여 책으로 2권이나 내기도 했다. ‘꼬마 영수’는 만화에서 나온 캐릭터다.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일반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소재가 개인에서 대중으로 확대되고, 만화에서 회화 작품으로 확장됐다. 작업 방식 또한 수묵화 위주의 작품에서 2007년부터 아크릴 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조형, 애니메이션, 사진 작품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작업을 하지만 주로 아크릴 작업이 많으며 수묵화도 여전히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서로 다른 방식인 만큼 나타내는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묵화에서 아크릴로 넘어오니 사람들의 반응은 반반이었어요. 수묵화와 아크릴은 느끼는 맛이 달라요. 수묵은 흑백으로 과거의 느낌을 담아내기 좋고, 아크릴은 밝고 화사한 분위기로 현대적인 느낌이죠. 또한 다양한 색 표현으로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는데 강렬함을 줄 때 색감을 더 화려하게 하죠. 지금도 수묵화를 만화적인 이미지로 그리고 있어요. 수묵화라는 재료의 틀에서 벗어난 재료의 확장입니다.” ‘꼬마 영수’는 지금 어린아이에서부터 직장인, 할아버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꼬마 영수’는 몇 살일까. “영수의 나이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영수의 나이를 정확히 확정지을 수는 없어요. 다 큰 영수에게 ‘꼬마’를 붙인 이유는 순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캐릭터에 의미를 담아 그리는 것도 있지만 직업군의 모습을 그대로 그리는 경우도 있는데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하기도 하면서 동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어요. 내면의 순수성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됐지만 한편에는 순수성을 간직하고 있음을 나타내려 함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꼬마 영수’의 나이는 그때그때 달라진다. 이 작가는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미술을 만들고자 한다. 문화는 소통이 있어야 하는데 미술은 어렵기도 하면서 고급 예술로 소위 상류층 위주로 유통되기 때문에 대중과 소통하기 힘든 벽도 있다. 최근 그는 대중과 함께 하는 미술 문화를 만들기 위해 ‘꼬마 영수와 함께 떠나는 세계 여행(cafe.naver.com/young soo2011)’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 여행 방송 프로그램 피디와 함께 진행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어디든 여행을 떠나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그가 만든 ‘꼬마 영수’ 인형을 들고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어 카페에 사연과 함께 올리면 된다. 현재 참여자를 모집 중이며 이러한 사연들을 모아 책으로 발행하고 전시도 할 계획이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동참에 기뻐하는 모습을 봤어요. 소소한 이벤트지만 서로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게 예술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는 수묵과 만화에서 아크릴과 조형, 사진 등으로 표현 방식을 확장해왔고 개인의 이야기에서 일반 현대인으로 대상을 넓혀 왔듯이 앞으로 재료나 이야기 범주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외국인 꼬마 영수’가 나올 수 있는 지구촌으로까지 폭넓게 다루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꼬마 영수’가 있겠지만 주인공 영수 외에 보조 출연 캐릭터도 늘리고 다변화 시킨다는 게 그의 장기적 계획이다. 우리의 삶을 귀여운 ‘꼬마 영수’로 나타내며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초대하는 그의 전시는 5월 17~31일까지 산토리니 서울 갤러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