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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를 찾아서 ④ 경당고택]“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사람다운 삶”

경당 장흥효(張興孝)와 그의 딸 장계향(張桂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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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8-269호 대구 = 박정우 기자⁄ 2012.04.09 15:12:26

안동 장씨 경당(敬堂) 장흥효(1564~1634). 벼슬 욕심은 없었지만 학구열은 남들이 따를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던 인물이다. 당호에 경(敬)을 넣은 것은 퇴계 학통의 적자임을 자부했기 때문이다. 퇴계의 가장 뛰어난 제자인 학봉 김성일과 서애 류성룡, 한강 정구에게 골고루 배웠으니 가히 퇴계 학맥의 중추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관계에 진출하지 않고 20대 이후 50년간을 하루같이 학문에 열중하며 후진 양성에 힘써 외손자인 존재 이휘일, 갈암 이현일 등 수백 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특히 역학에 조예가 깊어 ‘일원소장도(一元消長圖)’라는 당대 최고의 학문적 업적도 남겼다. 학자로서 그의 관심은 오직 경(敬)에 있었다. 겸양으로 스스로를 지키며 세상일을 사절했다. ‘敬’을 자리 오른쪽에 크게 써놓고 끊임없이 공경하는 태도를 갖췄다.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갈구하는 그에게 벼슬자리는 뜬구름 같은 존재로 여겨졌을 터.

경당 선생은 세속의 욕심을 버린 조선의 대유학자라는 칭송과 함께 ‘장계향(1598~1680)의 아버지’라는 사실로도 요즘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의 무남독녀 장계향은 정부인(貞夫人) 안동 장씨(安東 張氏)로 추앙되는 여성상의 표상이다. 신사임당에 비견되는 현모양처인 동시에 시인, 화가, 서예가, 교육자, 사상가, 과학자, 사회사업가로서 전인(全人)적 재능을 보인 인물이다. 한 집안의 며느리로 그리고 실의에 빠진 남편을 슬기롭게 내조해 다시 일으켜 세운 지혜로운 아내였고 자식들에게는 더 없이 어진 어머니, 바른 어머니였다. 시부모와 친정에 대한 효성도 대단했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 ‘항상 몸을 삼가고’, ‘항상 공경하는’ 생활을 했다. 학문과 재능을 숨겨서 스스로의 지조를 지키고 자기 몸을 낮추고 순종했지만, 기상과 품격은 호방하고 쾌활하며 견식과 도량이 청아하고 원대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녀의 업적 가운데 특히 빛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최초의 한글요리백과 ‘음식디미방’이다. 디미는 맛을 안다는 ‘지미(知味)’의 우리말 고어표기다. 음식디미방은 자신의 지식을 정리해서 쓴 요리책이다. 한문 실력이 뛰어난데도 후세들이 가까이 두고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꼼꼼하고 바른 한글로 적었다. 이 책은 조선 중기 경상도에서 실제로 만들어 먹던 음식의 조리법과 저장발효 식품, 식품 보관법을 담고 있다. 재능을 감춰서 스스로를 낮추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주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삶. 남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 여긴 인생이 판박이다. 정부인은 경당 선생의 딸인 동시에 한사람의 훌륭한 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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