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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속 그대’에 숨결 입히다

원작 소설을 비튼 새 뮤지컬들 ‘닥터 지바고’ ‘셜록홈즈’ ‘서편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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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8-269호 김금영⁄ 2012.04.09 15:16:24

소설은 상상의 세계다. 소설 속 구절마다 이 모습이 실제로는 어떨까 상상하며 읽는 게 독서의 묘미다. 그런데 이 소설이 무대 위에 실제로 펼쳐진다면 더 재미있을까, 아니면 상상력을 떨어뜨려 덜 재미있을까? 최근 잇달아 무대에 오른 ‘소설 각색 뮤지컬’들에서 그 결과를 볼 수 있다. 6월 3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소설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이 원작이다. 러시아 혁명의 격변기 속에서 살아가는 라라와 그녀를 사랑하는 유리 지바고, 코마로브스키, 파샤 세 남자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이 소설은 정작 러시아에서는 정치적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금서가 됐다. 이후 ‘닥터 지바고’는 1957년 이탈리아에서 출판됐으며, 작가 파스테르나크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으나 소련에서 큰 반대가 일어 수상을 거부했다. 이처럼 화제를 뿌린 ‘닥터 지바고’는 영화로 각색돼 1966년 아카데미 5개 부문을 수상했다. 2010년 초 호주에서 세계 첫 공연을 가진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올해 1월 27일부터 국내 무대를 찾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심은 홍광호와 매 공연마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흥행 파워를 인정받은 조승우가 주인공 지바고 역을 맡고,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김종욱 찾기’ 등에서 발랄한 매력을 선보인 김지우가 세 남자의 사랑을 받는 라라 역으로 출연 중이다.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각색을 거쳐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서울 숙명아트센터 씨어터S에서 5월 13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셜록홈즈: 앤더슨 가의 비밀’이 그런 예다. 이 공연은 아서 코난 도일이 1887년 집필한 미스터리 추리 소설 ‘셜록홈즈’를 원작으로 한다. 셜록홈즈는 소설, 만화, 드라마,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제작돼 왔는데 2011년 공연 제작사 레히가 뮤지컬로 각색해 선보였다.

뮤지컬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은 19세기 영국 런던의 최고 가문 앤더슨 가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한 여인의 실종과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셜록홈즈가 밝혀낸다는 원작의 기본 뼈대는 유지한다. 하지만 캐릭터 차용에 있어 셜록홈즈를 괴짜, 셜록홈즈의 절친 왓슨을 여자로 바꾸는 등 색다른 시도를 보여줘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작곡상, 극본상을 수상했다. 올해 공연에는 가수 테이와 KBS 2TV ‘남자의 자격’ 합창단 편에서 화제가 된 배다해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소설 속의 진지하고 심각한 내용들이 노래와 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상상의 여지를 준다. 국내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연도 무대에 펼쳐지고 있다.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4월 22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서편제’가 그 중 하나. 2010년 초연된 뮤지컬 ‘서편제’는 록커와 소리꾼 사이에서 갈등하는 동호, 소리에 집착하는 유봉, 그런 유봉의 열망에 상처받는 송화의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은 이청준의 동명 소설로, 임권택 감독이 1993년 영화로 만들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공연에서는 소설에서 상상으로만 들어야 했던 송화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뮤지컬 ‘서편제’ 또한 원작을 단순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연을 본 임권택 감독은 “소설과 영화가 이미 많이 알려져 부담이 컸을 텐데 이를 잘 넘어섰다”며 “동호라는 인물을 많이 부각시키고, 현대음악에 빠지게 하는 설정 등이 극을 힘 있게 만들었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이지나가 연출을 맡았고, 이영미, 이자람, 차지연, 김다현, 한지상, 임병근, 서범석, 양준모, 정영주, 문혜원, 심정완 등이 출연해 서편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극의 중심인 판소리 외에 락 등 다양한 음악이 등장해 무엇보다 귀가 즐겁다. 아직 무대에 오르지 않았지만 뮤지컬화 예정이 발표돼 기대를 모으는 작품도 있다. 영화로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는 김려령 작가의 소설 ‘완득이’다. 완득이는 자칭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놈’으로, 꿈도 희망도 없고 잘하는 것이라곤 싸움밖에 없는 반항아 고등학생이다. 소설은 완득이가 오지랖 선생 동주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이한 감독이 만든 영화는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작품은 2009년부터 뮤지컬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의 제작사 에이콤인터내셔날이 뮤지컬 ‘완득이’의 제작을 맡았다. 관계자는 “3년 가까운 제작 준비 끝에 올해 연말 뮤지컬로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룹 동물원 출신의 박기영이 음악감독 겸 작곡을 맡고 가수/프로듀서로 활동하는 김조한이 공동 작곡에 참여한다. 무대 디자인은 국내 무대미술의 일인자 박동우가, 안무는 뮤지컬 ‘영웅’에 참여한 정도영이 각각 맡았다. 뮤지컬 ‘완득이’의 주/조역 배우 오디션은 이달 진행될 예정으로 어떤 배우가 출연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상상 속의 소설이 무대 위에서 표현될 때는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무대 상황이나 배우들의 표현력이 원작 소설과 차이가 나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원작 소설이 가진 원동력과, 이 원동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석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키는 가능성에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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