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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속살’ 지하 수장고

담당자라도 출입 때 3중 보안시스템 통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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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0호 왕진오⁄ 2012.04.16 11:21:52

미술관 수장고는 관람객에게 직접 공개하는 전시품 이외의 나머지 대부분 미술품을 보관하는 장소로 대개 미술관 지하에 위치한다. 그만큼 일반인의 접근이 엄금되는 비밀의 공간이다. 한국 미술품을 보관-전시하는 국공립 미술관의 대표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이 전시 작품 이외의 작품을 어떻게 관리-보관하는지에 대해서는 미술계 관계자들조차 대개 제대로 알지 못한다. 수장고는 심지어 미술관 근무자라도 직접 담당자가 아니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다. 출입자가 엄격히 제한되며 담당자 이외 사람에 아주 예외적으로 출입을 허가할 때는 철통같은 보안검색 단계를 거쳐야 한다. 미술품의 입출고 내역 역시 엄밀하게 기록되는 게 원칙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는 2012년 현재 총 9168점(소장 작품 6791점, 자료 작품 2223점, 기타 작품 154점)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이 수장고를 마련하는 이유는 미래의 문화 유산인 미술 자산을 지속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해서다. 삶의 질 향상에 따른 문화 향수 욕구의 증가에 따라 미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졌고, 소장품의 양과 질의 증대에 따라 관리의 중요성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미술 작품을 장기적으로 보존하려면 재질별, 장르별로 각기 다른 보존 환경이 필요하다. 소장품을 장르별, 기능별로 분류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적정한 환경에서 훼손이 최소화되도록 관리되는 이유다. 지난 1986년 지어진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고에는 1~6 수장고가 있으며, 2008년부터 3년간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작년에 최신 수장고의 면모를 갖췄다. 새 수장고의 특징은 미술품 보관에 필수적인 항온, 항습 기능을 자동화했다는 점이다. 옛 수장고에는 냉난방 시설만 기본 시설로 설치됐고 온도와 습도는 별도 기계장치를 설치해 사람이 관리해야 했지만, 리모델링에 따라 온도와 습도 장치가 일체화된 것이다.

벽체에 부착된 센서들은 수장고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점검해 중앙의 자동제어 시스템으로 보내고, 이에 따라 수장고의 온도는 섭씨 20도를 기준으로 ±4도 이내, 습도는 40~70%대가 유지된다. 평균 기존은 섭씨 20~21도, 습도는 50%대다. 허술했던 보안 시스템을 대폭 강화 보안 시스템도 강화됐다. 수장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두 번의 신원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누구든 수장고에 들어가려면 지문 인식과 카드키 인식, 번호 입력 등 세 가지 보안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눈의 홍채를 인식하는 시스템보다 더 강화된 최신 시스템이다. 수장고에 들어간 뒤 개별 수장고에 들어가려면 또 전용 출입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또 한 번 앞서 거쳤던 3중 인식 과정을 거쳐야 하며, 다이얼 번호를 한 번 더 제대로 돌려 줘야 금고형 문이 열린다. 수장고 출입은 반드시 2인 1조로 해야 하며, 출입 권한을 가진 자라도 수장고 출입 보안카드 시스템에 반드시 입실과 출실 체크를 해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수장고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등불이 켜진다. 내부 침입자를 24시간 감지하기 위한 장치다. 이처럼 강화된 관리 시스템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감사 결과 수장고의 출입 기록 관리가 허술한 점을 발견하고, 수장고 출입 기록을 자동화하고 관련 규정을 강화하도록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당시만 해도 수장고 출입자를 수기(手記)로 적었고, 그나마 형식적으로 기록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을 출납할 때 작품 운용관의 출납 명령서에 따라 출납이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로 이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실무 출납 직원 임의로 작품을 주고받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12월에는 소장품인 주경의 1930년대 연필 드로잉 '인물 습작'이 수장고에서 사라진 것을 뒤늦게 발견했지만,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은 채 관련 담당자만 인사 조치하는 선에서 문제를 덮은 것으로 드러나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술관 보물창고는 어떻게 구성되나? 수장고 내부에는 작품의 특성에 맞춘 각종 수납 공간이 설치되어 있다. 새 수장고에는 이동식 유물 수장대와 선반식 수장대 외에 중소형 조각 작품을 수납할 수 있는 파렛트 랙, 입체적인 회화 작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걸어서 보관할 수 있는 회화 랙, 공예품이나 작은 작품을 눕혀서 층층이 보관할 수 있는 모빌 랙 등이 도입됐다. 미술관 측은 미디어아트 작품 소장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DVD 보관 등에 적절한 드라이 룸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수장고의 완성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 공간은 기존 1439㎡에서 2328㎡로 30%가량 증가했다. 이로써 미술관은 기존 3개를 포함, 총 9개의 수장고에 1만여 점의 작품을 최적의 환경에서 수장할 수 있게 됐으며, 2013년 새로 개관하는 서울관에도 적정 규모의 수장고가 설치될 예정이다. 당신이 들어갈 수 있는 수장고도 있다 서울옥션, 전문보관소 ‘아트 스토리지’ 운영

작품의 상태는 미술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경우나 미술관 급의 대작을 소장하는 경우라면 작품을 별도로 보관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일반적인 보관 요령은 작품을 유산지 등 중성 종이 등으로 감싼 뒤 골판지 박스나 나무 박스에 넣어서 보관하는 것이다. 액자를 벽에 기대어 보관할 때는 작품의 전면부가 서로 마주보도록 놓고, 전면부와 전면부 사이에 액자와 그림의 손상을 막기 위해 골판지 등을 끼워 놓는다. 작품을 보존, 보관하기에 이상적인 온도는 평균 섭씨 18도 내외, 습도는 55% 내외로 알려져 있다. 될 수 있으면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보관하는 게 중요하다. 항온, 항습 시설이 있으면 제일 좋고, 서울옥션의 ‘아트스토리지’ 같은 미술품 전문 보관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서울옥션(대표 이학준)은 인사 아트스토리지와 장흥 아트스토리지 두 개의 수장고를 운영 중이다. 수장고는 개인 보관고, 캐비닛, 단품 창고 등 크게 세 가지로 운용되고 있다. 개인 보관소에는 미술품뿐 아니라 개인 물품도 보관할 수 있어, 다량의 작품을 가진 컬렉터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캐비닛에는 미술품, 도자기, 공예품 등의 작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또 단품 창고는 단기간 보관이나 소량의 작품을 가진 사람이 사용하기 편하며,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서울옥션 아트스토리지는 미술품 보관을 위해 미술관 급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24시간 작동하는 보안시스템은 3중 보안으로 미술품을 안전하게 지킨다고 서울옥션 측은 밝혔다. CCTV 보안 감시 및 24시간 녹화 기능이 있으며, 출입자는 통제 시스템에 따라야 한다. 항온, 항습 시스템은 각 미술품의 보관 특성에 맞도록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 온도 18~22도, 습도 45~55%로 유지되며, 필요에 따라 온도-습도의 변화가 가능하다. 화재 시 보관품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재 시스템도 적용됐다. 최신식 하론 가스 소화방식으로 화재 시 작품 손상 없이 진화할 수 있으며, 중앙 화재 경보 시스템을 갖췄다. 미술품의 안전한 관리는 물론 위탁 고객의 프라이버시도 보장된다. 미술품과 중요물품 수납할 수 있어 미술 애호가와 미술품 소장가를 위해 서울옥션은 상담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미술품 관리의 이상적인 환경, 이동과 설치 시 유의점, 보관 방법에 대해 안내하는 서비스다. 관련 담당자는 “미술품 보관에는 온도, 습도, 조도가 중요하다”며 “온도는 섭씨 18~20도로 온도 변화가 월 평균 0.5도 이내로 유지해 줘야 하며, 습도는 50~55%로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현대적인 공조 설비가 완비된 곳에서는 기준에 따라 유지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자동 시설이 돼 있지 않은 경우에는 온-습도계를 비치하고 항온, 항습기, 아니면 에어컨, 제습기, 가습기 등을 설치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조도 역시 미술품 보관에 유의해야 하는 요소다. 조명 기기로부터 2m 이상 거리를 두고 작품을 위치시켜야 하며, 직사광선은 피한다. 요즘 많이 사용되는 할로겐 램프는 온도와 집광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오랜 시간 미술품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한 빛으로부터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연 3회 정도 다른 작품으로 교체해 주는 것도 추천된다. 미술품 보관 중 작품에 이상이 발견되면 결정적인 손상으로 진행되기 전에 보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좋다. 전문인이 아닌 사람이 섣불리 조치하려 들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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