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관계 검색어를 보면 ‘엘리자벳’ ‘닥터지바고’ ‘캐치미 이프 유 캔’ 등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지난 1~2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내한 공연을 한 데 이어 5월엔 뮤지컬 ‘위키드’의 오리지널 팀이 내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이렇게 해외 라이선스 공연과 오리지널 내한 공연에 밀려 국내 창작 공연, 특히 연극에 대한 관심은 적어진 추세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기발하고 독창적인 소재로 꾸준히 사랑받는 국내 창작 연극들이 있다. 연극 ‘삼류배우’는 30년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한 번도 받지 못한 소위 삼류 배우인 영진의 삶을 통해 인생에도 연기에도 삼류란 없으니 웃어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2004년 초연 이후 공연 때마다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워왔다. 그런 ‘삼류배우’가 올해는 5월 23일까지 서울 종로 시네코아 4층에서 열린다. 극 중 영진은 평생의 꿈인 햄릿 역을 매일 밤 연습하는데, 어느 날 꿈처럼 주인공 햄릿 역을 맡게 된다. 그는 일생일대의 모든 힘을 쏟아 연습에 열중했지만 결국 배역은 젊어서 함께 배우생활을 시작한 유명 탤런트 전상일에게 돌아간다. 그러다가 바쁜 스케줄로 전상일이 공연을 하루 못하게 되자 제작자는 영진에게 일생 단 한 번의 무대를 부탁한다. 이 공연의 관계자는 “연극 ‘삼류배우’는 산업화 사회에서 날로 퇴색해 가는 인간성의 부활을 목적으로 기획됐다”며 “일류만을 바라보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영진에서 ‘타이틀’에 압박을 받는 우리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류배우라는 꼬리표가 달린 영진에게 삼류배우는 꼭 떼어 내버려야 할 딱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삼류배우’ 극본을 쓴 김순영 연출가와 연극 ‘사랑을 주세요’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 등을 선보인 극단미연, 이번 공연으로 처음 연극 제작에 참여한 영화사 미로비젼이 함께 했다. 배우 윤병화, 김순영, 이성용, 김태훈, 홍정호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삼류배우’처럼 몇 년에 걸쳐 꾸준히 공연을 이어오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연극 ‘서툰 사람들’이다. 2007년 ‘연극열전2’의 첫 번째 작품으로 막을 올린 이 작품은 올해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5월 28일까지 공연된다. 영화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장진 감독이 작/연출을 맡았다. 연극 ‘서툰 사람들’에는 제목 그대로 어딘가 서툰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느 날 여교사 유화이의 아파트에 서툰 좀도둑 장덕배가 들어온다. 장덕배는 유화이의 팔에 자국을 남기지 않으려고 수첩에 미리 적어온 매듭법대로 줄을 묶으려 애쓴다. 그러면서도 쉴 틈 없이 조잘대는 유화이 때문에 도둑질에 방해를 받으면서도 꼬박꼬박 말대꾸하고 그녀의 기분도 맞춰준다. 여기에 유화이의 아버지 유달수가 등장하고, 아래층 남자 김추락까지 등장하면서 상황은 꼬여만 간다. 장진 감독은 “연극 ‘서툰 사람들’은 내가 군대 제대 1주일 전에 3일 만에 쓴 작품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웃고, 행복하고, 즐기는 분위기”라며 “영화에 전념했던 시기에 늘 대학로에 미안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1년에 적어도 5~6편은 연극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연극을 통해 조복래 씨처럼 좋은 후배 배우를 양성해 대학로 공연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희망을 밝혔다. 타이틀에 목숨 거는 한국인 보여주는 ‘삼류배우’, 도둑놈 돕는 집주인 다룬 ‘서툰 사람들’ 등 봄무대 올라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 정웅인, 류덕환, 조복래가 어설픈 도둑 장덕배 역할을, 예지원, 이채영, 심영은이 도둑 앞에서 대범함을 보이며 할 말 안 할 말 다 하고, 도둑이 자기 임무를 잘 수행하도록 도와주기까지 하는 여교사 유화이 역을 맡았다. 그리도 자살을 결심하고 난간에 올라간 기러기 아빠 김추락, 명함판 사진 한 장을 받고 사랑에 빠져버린 서팔호, 유화이의 아버지 유달수 역을 김병옥, 홍승균이 1인 3역을 맡아 활약한다.
이렇게 꾸준히 사랑받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새롭게 시작하는 공연도 있다. 국립극단은 단군신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연극 ‘마늘먹고 쑥먹고’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4월 22일까지 선보인다. 오태석이 작/연출을 맡았고, 정진각, 김정환, 이수미, 한혜수, 김진수, 김성언, 송영광, 이은진 등이 출연한다. 연극 ‘마늘먹고 쑥먹고’는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된 웅녀가 지금까지 살고 있다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어지럽고 복잡한 한반도에 살고 있던 웅녀 할멈은 어느 날 손녀 순단과 백두산을 향해 떠난다. 호랑이탈이 씌워진 신발장수도 다시 인간이 되기 위해 이들과 동행한다. DMZ를 지나던 이들은 여러 동물들을 만나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난다. 대사 역시 우리 말맛이 살아 있는 3.4조, 4.4조 운율로 짜였고, 옛 민요도 등장한다. 이 공연에서 32명의 전 출연진은 가면을 쓴다. “가면들은 1300년 전 삼국유사와 지금을 연결해주는 다리이자 관객 스스로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 수 있게 하는 기호”라는 것이 연극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전위적으로 해석한 가면은 변화무쌍한 변신의 미학과 함께 간결한 어법과 몸짓으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배가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태석 연출은 “관객이 하는 역할이 6할 정도 되는 연극”이라며 참여를 유도했다. 관객이 자유스럽게 연극 속으로 들어와 상상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