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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만화경으로 만드는 유쾌함

회화 같은 조각, 조각 같은 그림 만드는 데이비드 걸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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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1호 왕진오⁄ 2012.04.23 13:25:05

우리 주변을 둘러싼 소소한 삶의 풍경들을 친숙하고 간결하면서도 리드미컬하게 표현해 온 이스라엘 조각가 데비이드 걸스타인(David Gerstein, 68)이 한국을 세 번째로 찾았다. 걸스타인은 예루살렘의 브잘엘 미술학교(Bezalel Academy)에서 그래픽 아트와 공예를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파리 에꼴데 보자르, 뉴욕 아트 스튜던트 리그 , 런던 세인트 마틴 스쿨에서 차례로 수학했다. 주로 강철이나 나무를 소재로 한 컷-아웃(Cut-Out) 작품으로 유명한 걸스타인은 튜브에서 갓 짜낸 물감의 흔적이나 자유로운 선의 리듬을 여러 겹의 층으로 구성한 평면-부조 위에 고스란히 담아냄으로써 회화 같은 조각, 조각 같은 회화로 주목 받아왔다. 국내에서는 2006년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이 열린 이후, 2008년 가나아트 부산에서의 전시를 거쳐, 4년 만에 다시 평창동과 부산 가나아트센터에서 일상의 유희보다 더 리얼하고 유쾌한 신작 40여 점을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람들은 내가 재미있고 유쾌한 무언가를 의도하고 작업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이를 의도한 적은 없다. 오히려 흥미진진한 것으로 가득한 우리들의 일상에 주목하고 이를 작품에 담아내고자 할 뿐이다.” 삶의 리듬을 위트 있게 만드는 감성 레시피를 구사하는 작가 데이비드 걸스타인은 4월 12일 한국을 찾아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 작품 관람객들이 “유쾌해진다”고 말하는데 작업관은 무엇인가요? “저는 주문을 받고 도심 곳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조각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습니다. 빌딩 소유자나 공공기관에서 도심 풍경을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의도에서 저에게 작품을 의뢰하고, 저는 그 도심의 풍경을 바탕으로 표현해냅니다. 그 결과물이 도시에 설치된 작품들입니다.” - 작품 속에 들어 있는 인물들은 경쾌함을 보여주는데, 특별히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는지요? “저의 작업의 테마는 도심 속 일상의 모습을 풍경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뉴욕, 파리, 런던 등 대도시의 일상이죠.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의 모습 뒤에 그림자처럼 놓여 있는 도시의 공해와 분주함까지 담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밝은 모습은 전체 형태를 봤을 때 나타나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개개인들은 어쩔땐 슬프고, 화나고, 때로는 기쁜 것처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합니다. 한 개인의 표정을 다루는 게 아니라 대중적인 전체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게 제 작업의 콘셉트입니다. 도심 풍경은 제가 추구하는 작업이 확장된 것입니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희망을 역설적으로 담아내려 한 것이죠. 바로 우리의 꿈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아주 적게는 자동차를 타고 경주하는 모습을 통해 대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은유적으로 담으려 했습니다. 스스로 원하고 상상하는 자연색의 극과 극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 조각 작품으로서 에디션이 존재할 것 같은데, 동일한 작품을 다량으로 제작한 경우가 있는지요? “지금 작업하고 있는 작품들은 철판을 레이저 커팅으로 잘라 만들기 때문에 하나 이상의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형 작품들은 에디션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작은 작품들은 에디션이 없지요. 소비 사회이기 때문에 자동차처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공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앤디 워홀이 실크 스크린 작업을 통해 공장 시스템을 세상에 알린 것처럼, 여러 개를 만들어야 합니다. 과거 미술 작품은 단 하나일 때 고귀하게 여겨졌지만, 현재 저의 작업은 기계로 찍어 만든 후에 고대 미술의 콘셉트처럼 색상을 칠해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 관객에게 자신의 작품을 한 마디로 정의해 준다면? “제 작품의 주요 콘셉트는 거울이라는 단어입니다. 우리의 삶을 거울에 비춘 듯이 작품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거울의 이미지는 쾌적하고 편안하지만 그 이면에는 제가 보여주려는 콘셉트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저의 작업은 정교하고 아름다우며 맛있게 생긴 음식처럼 누구에게나 행복하고 맛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면서 제 작업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30년 동안 작업을 전개하면서, 제 작품을 보는 순간 바로 ‘걸스타인이구나’ 이런 느낌이 들도록 새로운 언어로 접근하고 싶은 소망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배경을 없애고 조각처럼 겹겹이 쌓는 방식으로 새롭게 만드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작가들의 스타일에 이런 작업이 영향을 끼친다면 더 없이 좋겠지요.”

걸스타인은 평범한 일상과 동시대적 삶의 리듬에 대한 관심 속에서 작품에 율동감 혹은 운동감을 표현한다. 이를 위해 그는 여러 층으로 구성된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적 조각, 조각적 회화를 만들어낸다. 그의 작품은 종이에 그린 드로잉을 컴퓨터로 작업하여 데이터화 시킨 뒤 이를 토대로 강철을 레이저 커팅으로 자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 위에 걸스타인이 직접 붓이나 실크스크린 기법 등으로 채색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의 조각은 재질감이 살아나고 회화적 특성을 지니게 된다. 삶의 리듬을 위트 있게 표현하는 감성 레시피.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이 있는 예술을 추구 일종의 평면 부조 같은 그의 작품은 회화의 2차원적 평면성과 조각의 3차원적 입체감이라는 이중적 특성을 보여주며, 회화와 조각의 경계에 서 있게 된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걸스타인의 작품은 이스라엘을 비롯해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세계 각국의 주요 광고판, 공원, 백화점, 학교 등 다양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10년 서울스퀘어 광장의 공종조형물 작업과 2011년 현대백화점 무역점 레노베이션을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가림막 디자인, 롯데백화점 스타시티 점의 공공조형물 등을 통해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서는 특징을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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