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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시대극 ‘칠수와 만수’ 웬 컴백?

25년전과 지금, 청년의 울분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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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1호 김금영⁄ 2012.04.23 14:29:58

세상에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상황 때문에 말로 꺼내기 힘든 ‘불편한 진실’이 있다. KBS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 제목이기도 한 이 불편한 진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씁쓸함을 자아낸다. 사람들은 이 불편한 진실을 은연중에 담고 있기도 하고,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 와중 이런 씁쓸함을 뒤로 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공연들이 있어 주목된다.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는 자유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현재 시리아인들의 이야기로, 특히 정부에 반대되는 의견을 말해 구금됐던 사람들의 실제 증언들을 담고 있다. 현재 시리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발한 지 1년 만에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화 시위에서 시작된 정권퇴진 운동이 반군의 무장과 함께 내전으로 변질됐고, 국제 사회의 개입으로 대리전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극에서는 정부에 반하는 이야기를 해 불법 구금을 당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싶어하는 노라(난다 모하메드 분)와 그런 그녀를 만류하는 오빠 가싼(자말 쇼케르 분)이 등장한다. 또한 구금됐던 경험을 털어놓는 자이드(아이함 아가 분)와 파라흐(루나 아보 데르하민 분)가 출연한다. 이들의 대화가 오고가는 와중에 중간 중간 무대에 영상이 공개된다. 이 영상에는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구금을 당했던 사람들이 당시의 상황과 심경을 고백한다. 이들은 “며칠 동안 햇빛을 못 봤다”든가 “그들은 나의 배를 때렸다” “물을 더 달라고 하면 손목을 부러뜨린다고 했다”는 등 생생한 증언을 이어간다. 하지만 연극 제목과 달리 오히려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카메라를 잘 쳐다보지 못한다. 진실을 말하고는 있지만 정부의 압박 등 여러 상황 속에서 당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편한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다. 연출을 맡은 오마르 아부 사다는 “시리아에서는 이 공연을 연습할 수조차 없어서 철저히 비밀리에 부치고 출국했다”며 “현재 시리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한국에 알리고 싶었다. 시리아에 들어가면 정부의 압력을 받거나 구금될지도 모르지만 한국에 이어 다른 나라에서도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왜 이런 위험 부담을 안고 연극을 계속 이어가려는 걸까. 연극에 출연하는 아이함 아가는 “현재 기사나 뉴스에 알려진 것보다 시리아는 더 심각한 상황으로 실제 전쟁과 다름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얼마 전 시리아가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로 선정됐다. 이렇게 연극을 하는 것은 TV에 비쳐지는 시리아의 모습과 다른 우리의 혁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다”라고 전했다. TV 화면으로는 천국 같지만 그 뒷면에는 처참한 반정부 투쟁이 진행 중인 시리아를 보여주는 연극 ‘카메라를 보고 있습니까?’ 등 사회성 연극 줄이어 같이 출연하는 자말 쇼케르는 “이번 공연의 목적은 한국뿐 아니라 국적에 상관없이 전 세계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현재 시리아에서는 정부에 반대되는 의견을 말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명확히 우리 의견을 표명하기를 바라왔다. ‘행복한 삶’과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는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4월 17일부터 29일까지 공연된다. 모하메드 알 아타르가 작, 오마르 아부 사다가 연출을 맡았고, 난다 모하메드, 자말 쇼케르, 아이함 아가, 루나 아보 데르하민 등이 출연한다. 불편한 진실은 시리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연극 ‘칠수와 만수’는 80년대 당시 억압받고 암울했던 청년들의 애환을 담은 작품으로 1986년 초연됐다. 이번에 돌아오는 공연에서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사회 문제를 고스란히 담아 냉혹한 현주소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극 중 칠수는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와 집 나간 여동생을 찾고, 만수는 매번 대형 사고를 터뜨리는 형 뒤치다꺼리에 바쁘다. 밑바닥 인생의 표본인 이들은 곤돌라 위에서 대한민국의 막장 현실을 조롱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칠수와 만수는 철탑 위에서 세상을 향한 분노와 울분을 외치다가 실수로 페인트 통을 떨어뜨린다. 그 페인트 통은 도로 위를 달리던 승용차의 앞 유리를 박살내고 이로 인해 12중 추돌 사고가 일어난다. 이 사고 때문에 그동안 사회에서 외면 받았던 칠수와 만수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한다. 이 공연의 관계자는 “80년대의 ‘칠수와 만수’가 폭압적인 군사 정권 아래의 청년들 모습을 다뤘다면 올해의 ‘칠수와 만수’는 주인공인 칠수와 만수의 입을 통해 자본주의 논리 아래 횡행하는 사회의 부조리, 부정부패의 면면을 까발린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빵집 사업까지 뛰어들어 골목 상권을 장악하는 현실, 연예인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중고등학생들, 힘들고 위험한 3D 업종은 쳐다보지도 않는 청년들, 권력에 주눅 들고 돈 앞에 비굴해지는 밑바닥 서민들의 모습이 연극에서 드러난다”며 “스티브 잡스, 슈퍼스타K 등 시대의 아이콘들도 곳곳에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1988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영화 ‘칠수와 만수’에서 칠수 역으로 열연한 박중훈은 “연극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다시 연극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작품”이라며 “80년대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인 만큼 2012년도의 현재 사회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연극의 내용이 현재 대한민국 청년의 현실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연극 ‘칠수와 만수’는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1관에서 5월 4일부터 7월 8일까지 막을 올린다. 오종우와 이상우가 대본을, 유연수가 연출을 맡았고, 송용진, 진선규, 안세호, 박시범, 김용준, 이이림, 황지영, 최현지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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