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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광고의 세계 ① 토요타]김태희와 함께 한국시장 질주

도라에몽 광고로 재탄생한 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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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2호 정초원⁄ 2012.04.30 15:53:29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뉴 롤스로이스 안에서의 가장 큰 소음은 전자시계 소리입니다.” 데이비드 오길비의 자동차 광고 카피다. 롤스로이스가 갖고 있는 고급차로서의 뛰어난 품질을 제시하면서도, 결코 노골적이거나 설명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줄의 카피가 단일 모델을 넘어 자동차 브랜드의 이미지까지 구축한 케이스다. 많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도구로 자동차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는 충동구매가 거의 불가능한 값비싼 재화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광고를 통한 이미지 메이킹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이 광고를 통해 만드는 이미지를 살펴보는 이 시리즈의 첫 주인공은 토요타자동차다. 토요타자동차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과거의 영광을 부활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일본 현지에서 방영되는 토요타의 ‘리본(ReBORN)’ 시리즈 광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추억의 만화 캐릭터나 역사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자동차 부흥기였던 80년대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시키겠다는 의도를 담은 광고들이다. 그 중 하나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도라에몽’ TV 광고 시리즈다. 원작에서 초등학생이었던 도라에몽 캐릭터들은 이 광고에서 어른의 모습으로 훌쩍 자랐다.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드라이브를 하세요’ ‘모터쇼에 가세요’ ‘운전면허를 따면 좋아요’ 등의 메시지를 던진다. 더 이상 자동차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 20~30대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캠페인성 메시지다. 관리비용이 많이 드는 자동차와 비교하면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 등은 얼마나 손쉽고 경제적인가. 자동차회사 입장에서는 캠페인 광고를 통해서라도 젊은이들의 시선을 끌어와야 할 판이었다. 히데요시-노부나가 광고는 비난받기도 특히 도라에몽 광고 시리즈 중 ‘노비타의 만약에 세계’ 편은 한국에서도 개성 있는 광고로 화제를 모았다. 일명 ‘도라에몽 실사판’이라고 불리는 이 광고는 영화 ‘레옹’의 주인공인 장 르노가 도라에몽 역할로 출연했다는 게 특징이다. 원작 만화 속 도라에몽과는 전혀 다른 장 르노의 외형이 오히려 광고에 재미를 더한다. 젊은이들에게 친근한 도라에몽이라는 소재, 코믹한 스토리 등으로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호평을 산 광고다.

광고의 내용은 이렇다. 어른이 된 진구(만화 ‘도라에몽’의 주인공)는 아직 운전면허를 따지 못했다. 여자친구 이슬은 운전학원에 가기 귀찮아하는 진구에게 “왜 안 갔냐”고 묻지만, 그는 “인터넷이 더 재밌어”라고 대답할 뿐이다. 진구의 앞에는 노트북 컴퓨터가 놓여 있다. 그야말로 자동차보다는 인터넷에 더 관심을 두는 젊은 세대의 모습이다. 이에 도라에몽(장 르노)은 ‘만약에 부스’를 꺼내준다. 진구는 이 마법의 도구를 통해 ‘만약에, 운전면허를 따면 어떤 일이 펼쳐질지’를 미리 겪어보게 된다. 마법처럼 진구의 눈앞에 나타난 오렌지색 자동차, 그리고 진구의 옆자리에 앉은 처음 보는 미녀. 진구는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차 밖에 서 있던 여자친구 이슬에게 다가가 말한다. “운전면허를 따야겠어.” 이슬은 진구의 뺨을 때리고 가버리고, 진구의 옆에 앉아 있던 미녀는 자신을 ‘통순이’라고 소개한다. 원작 도라에몽에서 다소 못생긴 여자아이로 나오는 통순이가 이 광고에서는 28살의 미녀로 성장한 것이다. 깜짝 놀란 도라에몽과 진구를 배경으로, 화면에는 “면허를 땁시다, Fun to drive, again”이라는 문구가 뜬다. 여기서 ‘Fun to drive’는 80년대 토요타가 진행한 슬로건이다. 젊은이들이여, 면허를 따서 ‘다시’ 드라이브를 즐기세요. 예뻐진 소꿉친구를 옆자리에 태우고.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고 싶은 토요타의 염원이 ‘again’이라는 단어에 함축됐다.

반면 과거의 영광을 부활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가 논란에 오른 광고도 있다. 도라에몽 TV 광고가 나오기 전에 방영됐던 또 다른 ‘리본(ReBORN)’ 시리즈다. 이 광고는 임진왜란의 전범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7~1598년)의 부활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어 한국 네티즌의 눈총을 받았다. 광고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배우 겸 감독 기타노 다케시 분)와 오다 노부나가(기무라 타쿠야 분)가 현대에 부활해 전화통화를 하는 내용이다. 특히 광고 초반에는 일본 전국시대의 전쟁 장면을 등장시켜, 일본 역사의 영웅인 두 사람을 강조했다. 광고 마지막에는 토요타 자동차의 주행 장면과 함께 ‘Fun to drive, again’이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도라에몽 광고와 동일한 슬로건이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부활’이라는 내용을 접한 아시아의 많은 네티즌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토요타가 이 광고를 통해 ‘일본을 넘어 세계 정복을 꿈꾼다’는 포부를 암시한 만큼 광고 소재를 신중히 선택했어야 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반면 “일본 내에서만 방영된 광고인만큼 한국 소비자를 고려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한국토요타 “스타의 힘으로 독일차 제친다” 일본에서 진행한 ‘리본(ReBORN)’ 광고 시리즈처럼, 국내에서도 토요타는 ‘다시 태어난 토요타’를 강조했다. 토요다 아키오 사장은 뉴 캠리를 출시하며 “일본 대지진으로 생산 활동에 큰 피해를 입었으나, 현장에서의 뼈를 깎는 노력과 전 세계 토요타 직원들의 합심으로 빠른 속도로 생산을 원상 회복시켰다”며 “대지진을 통해 더욱 강고한 팀워크와 현장의 힘이 생겨났고 ‘토요타는 새로 태어났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새로 태어난 토요타가 세계에 내놓는 첫 번째 자동차가 뉴 캠리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의 몇 배나 더 고객과 대화하고, 달리고, 단련시켜 탄생한 뉴 캠리”라며 “한국, 미국, 일본의 동료들이 강한 팀워크로 뉴 캠리의 한국 도입을 실현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토요타의 부활을 되새기며 출시한 뉴 캠리인만큼 한국 시장 마케팅에도 이전보다 훨씬 공격적이었다. 특히 톱스타 김태희가 뉴 캠리의 모델로 기용되며 한국토요타의 대대적인 스타마케팅이 시작됐다. 김태희는 현재 ‘뉴 캠리의 새로운 뮤즈’라는 별명으로 활약 중이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내면과 외면의 럭셔리함, 아름다움을 겸비한 김태희는 다이내믹해진 성능과 감성적 디자인이 더해진 뉴 캠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돼 전격 기용하게 됐다”며 “글로벌 스타 김태희를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도 광고모델로 활용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광고의 효과를 증명하듯 뉴 캠리는 1월 18일 출시 이후 BMW를 따돌리고 베스트셀링 카에 이름을 올리는 등 국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뉴 캠리는 지난 2월 721대가 신규 등록돼 수개월째 베스트셀링 카에 올랐던 BMW 520d(485대)와 BMW 528(406대)을 제쳤다. 뉴 캠리 하이브리드도 2월 한 달 134대가 팔리는 등 출시 초기 좋은 성적을 냈다. 이 같은 초기 성적은 토요타 사장의 “캠리의 연간 한국 판매량 목표는 6000대다. 작년 판매량인 2000대의 3배에 달하는 수치”라던 출시 당시의 의욕적인 목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광고 전략 역시 ‘김태희 효과’라고 불리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스타를 기용한 토요타의 마케팅 전략은 미국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진행됐다. 지난해 10월 토요타의 미국 판매 법인은 아시아계 공략을 위해 배우 이민호를 신형 캠리 모델로 기용했다. 미국 내 아시아인 및 중산층을 타깃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드라마 콘셉트로 만들어진 이 광고는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이처럼 광고 마케팅에 공들이고 있는 토요타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 등 수출국에서도 진짜 ‘부활’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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