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호 최정숙⁄ 2012.04.30 16:20:16
“야당 주장처럼 재벌을 해체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인가? 현실적으로 재벌해체를 할 수 있나? 경제민주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거다.” 강남벨트에서 유일하게 재공천을 받아 19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서울 송파을)은 조세연구원장을 지낸 대표적인 경제전문가다. 새누리당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18대 국회에선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유 의원은 친재벌 성향으로 분류된다. 성장을 우선시하고 감세 주장에 동의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내가 왜 친재벌인지 모르겠다”며 “재벌의 잘못된 행태 개선과 ‘재벌해체’ 주장은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인세 추가 감세 찬성이 친재벌인가? 아무 때나 감세하자고 주장한 것도 아닌데”라며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것도 해묵은 이분법이다. 성장과 분배가 조화롭게 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못하는 것”이라며 “격차의 해소보다 축소를 목표로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올해 초 저서 ‘건강한 복지를 꿈꾼다’를 통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은 인류 역사가 생긴 이래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합의하는 공정한 배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재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그 기능을 수행하는 주체는 경제적 강제력 또는 구속력을 가진 유일한 경제주체인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유 의원은 분배냐 성장이냐 하는 논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 했다. 경제구조에 의한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는 구조를 개혁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민간의 경제활동이 더욱 자유롭도록 규제도 풀고 조세, 금융정책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비스 산업이 발달한 만큼 고용증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규제의 완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육 및 노인보호 등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과 민간부문의 효율적 참여를 위한 뒷받침 등이 잘 조화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에 있을 때 복지정책에 대해 연구한 경험이 있는 유 의원은 복지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원보다 자립에 중점을 뒀다. 복지는 시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균등한 기회를 준 경쟁시장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자립할 기회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정책과 관련해서는 모든 국민에게 평생 생애 단계별로 꼭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 맞춤형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의 긴급한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평생에 걸쳐 생애 단계별로 겪게 되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소득과 사회서비스를 함께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 생활 안전망을 구축하는 ‘생애 단계별 맞춤형 복지국가’로의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 유 의원의 19대 국회 의정활동은 어떤 모습일까. 다음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CNB저널과의 일문일답. - 총선 공약 중에 대표적인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추진할 생각인지? “가장 먼저 추진할 공약으로 ‘국회선진화법’을 약속했다. 국회선진화법은 국민이 원하는 정치변화의 가장 중요한 시작이다. 싸움만 하는 국회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진지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의 가장 마지막 임무가 국회선진화법 통과다. 통과돼도 완성도가 100%가 아니라면 개정안을 또 내려고 한다. 여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는 국회의 모습을 만들어가기 위해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총선 공약으로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및 지원을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재개발, 재건축은 획일화된 계획에 따른 일방적인 추진보다는 각각의 환경과 주민의 요구에 맞는 좀 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당장 난방도 안 되고 여기저기 불안하고 불편한 생활을 견디고 있는 주민의 입장이 돼 본다면 이런저런 논란의 과정에서 재개발, 재건축이 늦춰지고 있는 것을 우려스러워 하게 될 것이다. 재개발, 재건축 정책방향에 대한 권한이 지자체에 있는 만큼 주민의 목소리를 보다 확실히 전달하고 삶의 불편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신속한 재건축 추진을 위해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자체와 협의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과 법적, 제도적 개선방안을 강구해 실질적인 재건축 추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중요한 것은 서민들이 어떻게 먹고 사느냐 하는 경제문제일 텐데? “핵심은 일자리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회복하고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도 많은 고민을 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세계 경제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 그로부터 지속적인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서부터 성장의 열매를 모든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까지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정부와 함께 정책방향을 만들어 가겠다.” - 물가안정과 양극화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세계경제의 불안정과 이에 대한 대응의 과정에서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적 수단이 많이 약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급조절 등을 통한 안정의 노력은 꼭 필요하다. 세제적인 측면 등을 고려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둬야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분배의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며, 복지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와 맞물려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과 경제정책의 차이는 뭐라고 보는지? “큰 틀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시정하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나 일자리 문제 해결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등 많은 부분에서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본다. 다만 출자총액제한 제도라든지 하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에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다.” - 재벌개혁에 대한 생각은? 일부에서는 재벌개혁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일부에서 ‘재벌개혁’의 의미를 ‘재벌해체’의 의미로 사용하는 측면이 있다.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나 무분별한 확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회복한다는 것과 재벌개혁(또는 재벌해체)라는 말로 무조건적으로 대기업을 옥죄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대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가지는 역할과 사회적 기여도, 또 현재 지적되고 있는 경제력 집중과 족벌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개선의 방안을 마련해 가는 것이 중요하지, 선언적인 구호나 정치적 고려에 휘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유 의원에 대해 경제민주화와 거리가 먼 친재벌 성향이라는 주장도 있다. “내가 왜 친재벌인지 모르겠다. 법인세 추가 인하에 찬성한 것 외에는 친재벌적인 정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리고 법인세 추가 인하가 친재벌과 무슨 상관있나. 법인세 추가 인하에 찬성한 분이 한 두 명이 아니지 않나.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2010년에 법인세 추가 인하에 대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물론 박 위원장이 뭐라고 말했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보면 박 위원장도 친재벌이고, 최경환 의원도 친재벌이고 그거에 대해 아무 얘기도 안 한 유승민 의원은 중립인가? 그렇게 따지자면 예전에 민주당 의원들은 법인세 인하할 때 다 찬성했는데 그러면 민주당도 친재벌인가? 그때는 친재벌이었다가 시류에 따라 반재벌로 바뀐 건가? 그런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런 것을 갖고 재벌에 가깝냐, 머냐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 법인세 인하가 결과적으로 재벌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원총회 등에서도 지적했지만 만약 재벌에 특혜를 주는 세제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은 고쳐야 한다. 대기업들만 세제 혜택 보는 것은 고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법인세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문제와 무관한 것이다. 법인세율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꾸준하게 법인세를 낮춰왔다. 미국이나 일본이 법인세율을 낮추겠다는 것을 보면 우리도 낮추는 게 중요한다. 정책에도 일관성이 있어야 기업이 장기투자를 할 수 있다.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만 혜택 보는 것이 아니고 중견기업도 혜택을 본다. 대기업에만 혜택 주는 세제는 없애고 중소기업도 같이 혜택 받는 세제는 도입하는 것이 경제민주화 아닌가.” - 여야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는데. 진정한 경제민주화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공정한 시장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진정한 경제민주화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에는 양극화 해소의 문제나, 복지확대를 통한 사회안전망의 확보 등 많은 과제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재벌 문제에만 천착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경제민주화에서 가장 큰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것이다. 큰 목표는 똑같이 가면서 그 목표로 가는 방법에 대해 당신 생각이 맞다, 내 생각이 맞다 하고 가르는 것은 제대로된 방향이 아니다. 야당처럼 재벌을 해체해야겠다? 글쎄, 현실적으로 재벌을 해체할 수 있나? 그게 경제민주화인가? 아니라고 본다.” -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당내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라”고 한 바 있는데? “사실 김 전 위원의 발언은 무슨 뜻인지 모를 정도로 막연한 부분이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 어떤 개념 정리를 하고 계신지 분명치 않다. 불필요하게 경제민주화가 뭐냐고 논쟁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 중 큰 것과 작은 것의 차이를 없앨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아무도 없다고 본다. 솔직히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격차를 줄이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를 줄여야 사회가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은 다 인정한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 줄이는지에 대한 여러 생각이 있을 뿐이다.” - 새누리당이 1당이 되면서 대기업들이 안도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왜 재벌이 안도하나? 새누리당 정책을 봐라. 누차 얘기하지만 대기업이 잘한 건 잘했다고 인정해줘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뭐겠나? 해외에 나가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을 보고 뿌듯해 하지 않나. 대기업의 공은 인정해 줘야 한다. 그리고 잘 할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한다. 도와준다고 해서 대기업에만 특혜를 주라는 것은 아니다. 도와주는 것은 딱 하나다. 마음대로 잘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거다. 물론 반시장적인 행위는 못하게 통제해야 한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격차를 해소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다. 격차 해소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못하는 것이다. 격차 해소가 아닌 축소하자는 목표를 같이 가져가면 된다. 실현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일이 앞으로 19대 국회에서 경제정책을 걱정하는 국회의원들과 정부가 걱정해야 할 고민이라고 본다.” - 최근에 대형마트 강제휴업이 시행됐다.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도 있는데? “솔직히 관내 상가에 인사를 다녀보면 SSM 오픈 시간을 제한해 달라는 요청이 많다. 처음에 SSM 방지를 위해 거리를 제한했는데 시간제한도 절실하다. 시간제한은 지자체가 한다. 일단은 여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에 프랑스 출장을 갔다 왔는데 전부터 느낀 것은 유럽에서 소형 상점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비결이 뭘까 생각해봤다. 입법으로 해 놓은 게 있는지. 없더라. 멀리 떨어진 대형슈퍼보다 수십 년 대를 이어온 집 앞 작은 빵집에 가서 사다 먹는 문화적 차이가 있더라. 우리도 유럽처럼 소비자가 좋아서 가는 소형 상점이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 한다. 목표는 같지만 어떤 방법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연구해야 한다.” - 삼성가의 집안싸움을 어떻게 보는지? 이재오 의원은 “형제싸움이 도를 넘었다. 재벌총수는 사인이 아니라 공인”이라고 했는데? “동의한다. 재벌총수가 사인이냐 공인이냐는 쉽지 않지만 공인의 성격이 많다. 적어도 언론에 노출된다면 그렇다. 나 같으면 집안문제는 법정으로 안 가져가도록 했을 것이다. 가져가도 집안 문제를 언론에 노출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집안 문제는 집안 문제로 끝내야 한다. 다만, 재벌 총수(혹은 오너, 사주)들의 행위와 대기업, 재벌은 구분해야 봐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부적절한 말을 했다고 해서 삼성이 부적절한 것으로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에 경제전문가들이 많은데 앞으로 어떻게 협력할 생각인지? “이번에 경제전문가들이 당에 많이 들어왔다. 강석훈, 안종범, 이만우, 김현숙 교수와 기존의 유승민, 이한구, 최경환 의원 등이다. 구체적인 정책실무에 밝은 사람도 있고 금융정책에 능통한 사람도 있다. 경제라는 것이 다양한 분야가 있다. 각각의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 가면서 우리 경제의 방향에 대해 바람직한 대안을 만들어가도록 하겠다.” - 19대 국회에서는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펼쳐 나갈 계획인지? “국회선진화와 더불어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지속가능한 복지확대 요구에 부응하고 이를 위한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난번에 내가 참여한 새누리당의 ‘The 좋은 복지 TF’에서 ‘생애단계별 맞춤형 복지국가’라는 비전을 마련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세부적인 시행방안과 재정대책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제도개선방안 마련에 힘쓸 생각이다. 조세정책에 있어서는 세제의 공평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체납자와 각종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한 탈세자에 대한 보다 강한 조치 등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