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밤 SBS의 힐링캠프 박진영 편에서는 몇 가지 눈길을 끄는 주제들이 표출됐다. 요약하면 1. 분초를 다퉈가며 열심히 사는 성공한 남자 2. 소속 가수들을 키우는 독특한 방식 3. 사람은 열심히 노력만 할 뿐 결과는 하나님이 주신다는 세계관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1과 3은 통속적이며, 어느 정도 식상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된다. 성공한 남자의 성공 스토리야, 한국에선 TV만 켜면 항상 나오는 주제이니 그렇고, 인생의 최종 주재자로서 신에 귀의한다는 세계관도 ‘예수천국, 불신지옥’이 정부의 공식 세계관인 나라이니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결국 1과 3항이 우리가 익히 들어 아는 사항이라면, 2항, 즉 ‘같이 살자 주의’는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닐뿐더러(있는 사람이 더욱 잘 살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공식 세계관 같으므로), 한국 사회에서도 공식적인 세계관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 어떤 일이 있건, 무슨 짓을 하건, 과정이야 어땠건, 무조건 잘 살아야(금전적으로 성공해야) 그 다음부터 사람으로 인정하겠다는 게 현대 한국의 공식적 사회통념이기 때문이다. 장관 등의 인사 청문회 때마다 불법전입 등이 예외없이 문제가 되는 게 바로 ‘과정이야 어땠건 무조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통념을 말해주는 현상이다. 박진영의 주장 중 2항, 즉 ‘가수들아, 같이 살자’는 한국에서, 특히 연예계에서 흔치 않은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사라면 어린 아이돌 가수를 최대한 뺑뺑이 돌려 이익을 최대한 빼내야 한다는 것이 연예계의 통념이고, 이는 앞에서 말한 ‘과정이 어쨌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의 연예계 버전이다. 박진영은 소속 가수들에게 책-신문을 읽으라고 강요하기도 하고, 영어를 가르치고, 성교육을 시킨다고 했다. 이런 성가신 일들을 시키는 이유는 ‘가수의 길이 워낙 힘들고 생명도 짧기 때문에, 가수로서의 삶이 끝나면 다른 직업을 갖고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또는 ‘가수로서 오래도록 나와 함께 즐겁게 살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당장 최대한도의 이익을 빼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속 가수들의 미래까지 걱정한다는 점에서 ‘같이 살자 주의’를 표현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선거의 해인 올해 복지가 큰 화두가 되고 있지만, 결국 복지라는 게 ‘같이 살자 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 ‘가족끼리 같아 살자 주의’는 넘치고 흘렀지만, ‘사회적으로 같이 살자 주의’는 거의 없었을 뿐더러, 최근에는 아예 정책에 의해 없어지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더구나 ‘사람에게서 최대한 빨아먹기’가 기승을 부리는 한국 연예계에서, 중요한 연예 기획자 중 한 사람에게서 이런 같이 살자 주의의 표명을 들었다는 것 자체가, 힐링캠프 프로그램의 부제처럼 ‘아주 기쁘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