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호 최영태⁄ 2012.05.02 08:35:52
상주시청 사이클팀 선수 3명을 숨지게 하고 4명에 중상을 입힌 트럭 운전사가 DMB로 TV를 시청하다가 사고를 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사실이라면, 정말 ‘한국스러운’ 참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놀란 것 중 하나는 택시 운전사가 TV를 시청하면서 운전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무리 막가는 나라지만 이건 정말 아니죠. 한국에도 운전 중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있긴 있는가봅니다. 그러나 단속 장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웃기는 것은 시선은 앞으로 향할 수 있는 핸드폰 통화는 법으로 금지하면서, 왜 온 눈과 귀로 시청해야 하는 DMB 시청은 잡지 않느냐는 것이죠. 미국에도 운전 중 핸드폰 통화 금지 조항이 있고, 실제로 단속이 곧잘 이뤄집니다. 법을 정했으면 지켜야지요. 법은 법이고, 현실은 따로 현실인 게 한국의 실정이기야 하지요. 헌법은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했지만, 현실에서는 ‘힘깨나 쓰는’ 국민만이 국민이고, 나머지는 그냥 사람 취급만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요. 끔찍한 주행 중 TV 시청을 막으려면 우선 단속을 해야지요. 미국에서도 정 급하면 “에이, 벌금을 내고라도 전화는 해야지” 하며 전화를 쓰지만 벌금 낼 각오는 해야지요. 마찬가지로, 아무리 주행 중 TV 시청을 금지해도 볼 사람들은 또 볼 테니까 단속을 해서 벌금을 안겨줘야죠. 그보다 더욱 중요한 거는 이런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미국에서 몰던 한 차종의 내비게이션은 아예 주행 중에는 터치 스크린 조작 자체가 금지돼 있었습니다. 내비에 글자를 입력하려면 반드시 차를 세워야 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다가 사고를 낼 가능성을 아예 물리적으로 막아버린 것이지요. 우리도 이런 시스템을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요? 말로만 민생, 민생 할 게 아니라, 국민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죽으면 더 이상 그런 참사가 없도록 해야 하는 게 정치가의 의무 아닐까요? 이런 데 힘을 쓰는 정치인이 나타나고, 그런 정치인을 밀어주는 그런 사회가 돼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