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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합진보당 사람들, 너무 착하면 악해져

“나는 선하기 때문에 뭐든 해도 괜찮다”는 꼭 문제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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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2호 최영태⁄ 2012.05.03 13:08:21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이 사람들, 아직도 자기들이 가장 선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군”이었다. 좌파는 당연히 자신을 착하다고 생각한다. 현실 사회의 부조리를 고치겠다며 고난-자기희생을 무릅쓰는 게 좌파이니 스스로를 착하다고 생각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너무 당연하다. 반대로 우파 또는 보수주의자들은 현실의 부조리를 보면서도 “세상 다 그런거지 뭐”라면서 눈감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보수주의자는 현실의 ‘힘’에 압도되면서 자신도 그 힘을 갖고자 한다. 우파는 이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착하다고 내세우지 않는다. 속으로는 자신이 착하다고 생각할지라도 겉으로는 “내가 제일 착해”를 절대로 내세울 수 없다. 그러나 우파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이러한 ‘현실 인정’에서 나온다. “너나 없이, 일부 착하기도 하지만, 일부 악하기도 하고, 현실을 어느 정도 눈감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고치기도 하는”이라고 생각함에 따라, 정치적 문제에서 아주 현실적이 된다는 게 우파의 강점이다. 예컨대 선거에 임해서도 우파는 냉정하게 상대 좌파 진영을 분열시킬 수단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구사한다. 정치심리학적으로 좌파들이 아파할 만한 것들, 즉 ‘너희들도 그리 착하지 않은 것 아냐?’라는 질문 거리를 만든다. 그러면 착하기 경쟁에 바쁜 좌파들은 ‘약간 더러운’ 것으로 드러난 자기 편을 공격하느라 정신이 없게 되고,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좌파는 분열로 망한다’의 공식이다. 진보당의 선거 부정도 결국은 이런 착하기 경쟁에서 나왔을 것이다. “반드시 이 비례대표가 돼야 우리 국민에게 이롭고, 그래서 착한 나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나를 희생해서라도 이 목표를 이루고야 말 거야”라고 생각했으니 그런 선거 부정이 가능했을 것이다. 우파의 교활함, 현실인정 배워야 대중정치도 가능 그러나 바로 이런 착한 생각이 큰 문제를 만든다. 이는 마치 이런 식이다. 오원춘 같이 나쁜 놈들은 사실 사람을 많이 죽이지 못한다. 스스로 “내가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사람을 죽이는 숫자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선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멈칠 줄 모른다. 종교전쟁이 무서운 게 바로 그래서다.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니, 나는 정의의 사도”라고 생각하면 수백, 수천만 명을 죽여도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대량 학살을 불러온 주범들인 종교, 공산주의 등이 모두 너무 착해서 문제를 일으킨 경우들이다. 착하기 경쟁을 방지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공개와 견제다. 남의 비판을 들으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고, “나도 그리 착하기만 한 놈은 아니구나”라고 깨달을 수 있어야 너무 착해서 생기는 문제가 줄어든다. 좌파에게야말로 오픈 마인드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다. 또 그래야 좌파의 대중정치 역시 가능할 것이다. 현실을 개혁하려 들되, 우파처럼 현실에 근거해 교묘하게 심리적으로 접근할 줄 알아야 비로소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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