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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철현 칼럼]스승의 날 문닫는 한국 학교, 조촐하게 토닥거리는 미국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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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3호 박현준⁄ 2012.05.08 09:03:13

5월은 ‘스승의 날’이 있는 달이다. 스승의 날은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면서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지정된 날이다. 그러나 요즘 한국에선 스승의 날에 휴교하는 게 보통이다. 스승의 날의 의미를 다시금 짚어보고, 외국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스승의 날이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보기로 하자. 우리 사회에는 구성원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그들의 사회적 역할이나 공헌을 기리는 다양한 기념일이 있다. 스승의 날도 이러한 기념일 중 하나다. 우리나라 최초의 ‘스승의 날’ 행사는 1958년 5월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세계적십자의 날을 기념하여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교사들을 위문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의 명칭은 ‘은사의 날’이었고 기념일도 5월 26일이었는데 1964년 ‘스승의 날’이라고 명칭을 바꿨다. 이듬해부터는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로 다시금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어 1973년에는 정부의 서정쇄신 방침에 따라 잠시 폐지됐지만 1982년 다시 부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스승의 날에 한국 학교들이 휴교하는 이유는 스승의 날에 교사가 촌지나 선물을 받는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해기 위해서라고 한다. 참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 대안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작년 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 소재)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막내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스승의 날 행사를 유심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3월 셋째 주를 ‘교사 감사 주간(Teacher Appreciation Week)’으로 정했다. 우리로 치면 스승의 날 주간이다. PTA(Parent-Teacher Association, 학부모-교사 연합회)가 행사를 주관하는데, 첫날은 PTA가 교사와 직원을 위해 뷔페식 아침과 커피를 준비한다.

둘째 날에는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카드, 편지, 그림, 꽃 한 송이, 풍선 등을 가져 오는데 글자 그대로 ‘작은 성의(small token)’의 표시다. 교사는 선물을 가져온 학생 한 명 한 명을 안아주고 등을 토닥여준다. 우리는 꽃 한 송이만 들고 가기가 좀 민망해 카네이션 한 다발을 드렸더니 “이렇게 커다란 꽃다발은 처음”이라고 했다. 넷째 날은 이색적이었는데 교사가 필요로 하는 각종 학용품을 학부모들이 십시일반으로 가져갔다. 학교 예산으로 제공받는 것 이상의 물품을 교실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교실에서 필요한 물품을 개인 돈으로 충당한단다. 그래서 유인물 뒷면에 교사의 이름이 쭉 나오고 그 아래에 교사마다 필요한 물품을 나열해 놓았다. 우리집 아이 담임은 크레용 60개, 연필 40개, 빨강색 펜 60개, 폴더 39개, 롤 테이프 4박스, 종이클립 3박스, 줄쳐진 종이 4박스, 복사용지 4박스가 필요하다고 써 놓았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학부모, 교사, 직원 각자가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함께 먹는 것으로 행사가 종료되었다. 소박하게 정과 사랑을 주고받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한국에서 영원히 끝난 것인가. 미국과 비교하면 너무 삭막한 우리 교육풍토 되돌아봐야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때 미국의 스승의 날은 소박하지만 시사해 주는 점이 적지 않다. 첫째, 성대하지 않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소박함과 검소함이 배어 있다. 둘째, 스승의 날을 통해 교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학교 전체 구성원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는다.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가 교육적·정서적 유대감을 쌓는 기회로 만드는 것이다. 셋째로는 학부모개인이 아니라 PTA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사 한 끼를 대접하면서 교사의 노고에 감사를 표시한다는 것이다.

다시 처음의 논제로 돌아가 보자. 비록 우리나라 스승의 날이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에다가 스승을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전통이 더해져 과열되는 현상이 있고, 또 이로 인한 교육적 폐해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스승의 날이 지금 같아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 스승의 날의 참 의미를 되새기며 되살려야 한다. 스승의 날은 사제 간에 정을 확인하고 유대감을 돈독히 하는 교육계의 특별한 날이다. 인간의 지덕체(智德體)를 조화롭게 발전시켜 전인(全人)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인 만큼 스승의 날을 교육과정의 하나로 승화시켜 존경과 감사의 의미를 가르쳐야 한다. 물론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학생이나 학부모, 감사의 대상이 되는 스승 모두가 지나치면 본질이 훼손되는 법이다. 교단이 투명할수록 학부모와 학생은 스승에 대한 감사와 존경하는 마음이 커질 것이다.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어떤 형태로든 스승이 있기 마련이다. 물질 중시와 양적 성장에 몰입된 한국 현대인의 삶이지만,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넘치는 5월이 됐으면 좋겠다. - 염철현 고려사이버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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