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 말기에 권력실세들의 부패 혐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잘 알려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4월 30일 알선수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으며, ‘왕 차관’으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혐의로 5월 3일 구속영장이 청구돼 7일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또한 검찰 수사가 이 대통령의 친형이자 ‘만사형통’(모든 일은 형님으로 통한다는 의미), ‘영일대군’ 등으로 불린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등 이명박 정권의 최고 실세로까지 번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미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언니, 오빠가 구치소에 수감된 것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으며, 이상득 전 부의장의 보좌관이 수억 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되고, 그의 양아들도 같은 혐의로 해외 도피 중인 사실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이렇듯 대통령 친인척, 측근, 멘토, 실세들이 줄줄이 사법 처리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셈이어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부하던 이명박 정권의 부패 고리 끝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방통대군’ 최시중의 구속과 몰락 검찰은 지난 4월 30일 최시중 전 위원장을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금품 공여자의 일관된 진술 등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수사 진행 경과에 비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최 전 위원장은 2006년 7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복합유통단지 시행사인 파이시티 이정배 전 대표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함께 모두 13차례에 걸쳐 8억여 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그동안 ‘방통대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현 정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런 만큼 그의 구속은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줬다. 최 전 위원장은 이날 구속되면서 “뭔가 많이 잘못된 것 같다”면서 “나에게 닥친 큰 시련이라 생각하고 그 시련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자중자애 하겠다”고 말하면서 구치소로 향했다. 그의 말에서는 자신의 처신에 대한 반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그의 유죄가 확정된다면 그것은 자신이 극복해야 할 시련이 아니라 당연히 치러야 할 죗값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최 전 위원장은 앞서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잘 아는 고향 후배가 나를 도우려 돈을 줬을 뿐”이라고 말하는 등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금품수수 이전에 그 중학교 후배인 이동률과 파이시티 이정배 전 대표로부터 파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한 청탁을 받기는 했으나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일반 서민들은 은행에서 수천만 원 빌리는데도 자신의 신용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계산하고 수십 장의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데, 최 전 위원장은 타인의 돈을 수억 원씩 받으면서도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권력의 오만함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의 영장실질심사 당시 그가 받은 돈의 대가성을 입증하기 위해 돈을 직접 전달한 브로커 이동률의 운전기사가 최 전 위원장을 협박하기 위해 작성해 보낸 협박편지도 공개했다. 이 편지에는 “그 돈… 시청에 말씀 좀 잘 해달라는 돈인 걸 알지 않느냐”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리고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이 전 대표로부터 부탁을 받고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에게 파이시티 관련 청탁 전화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왕 차관’ 박영준 “검찰 칼날 피하기 어려울 듯” 또한 현 정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왕 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차관도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관련해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5월 3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박 전 차관은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의 보좌관으로 11년간 근무한 인연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였던 ‘선진국민연대’를 맡아 운영했다. 그 뒤 대통령 기획조정비서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지식경제부 차관 등을 역임하면서 ‘왕의 남자’ ‘왕 차관’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왔다. 특히 박 전 차관은 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재직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결과를 수시로 보고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이 사건의 은폐 과정에도 접촉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전 차관은 이제까지 이러한 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요리조리 피해가며 ‘비리 의혹 방어 3관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나 이번만큼은 검찰의 칼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은 포항의 기업인인 제이엔테크 이동조 회장을 통해 박 전 차관이 돈세탁을 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4월 28일 이 회장 자택과 경북 포항시의 회사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파이시티 인허가 의혹과 관련해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에 대해 확인해 볼 사항이 나왔다”며 압수수색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브로커인 이동율을 통해 돈을 건네받는 과정에서 이동조 회장의 관련 계좌가 이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협력업체인 제이엔테크를 운영하는 이동조는 포항고 총동창회장과 포항 스틸러스 후원회장을 맡는 등 포항 지역 유력인사로서 ‘영포라인’의 핵심멤버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한 이 전 부의장의 지역구인 포항 남-울릉 지구당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상득 전 부의장의 보좌관이었던 박영준 전 차관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소개로 알게 된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측근인 강철원(48)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수사가 서울시의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검찰은 파이시티에 대규모 점포와 창고 등을 허용하는 도시계획 세부시설 변경결정이 내려진 2006년부터 업무시설 확대 승인 등이 이뤄진 2008년까지 서울시의 인허가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차관은 검찰에서 청탁과 금품수수 사실을 적극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박 전 차관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더 이상의 조사 없이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그동안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개입 의혹과 SLS그룹으로부터의 접대 의혹, CNK 관련 의혹 등에서 모두 처벌을 피해갔던 박 전 차관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일대군’ 이상득, 줄줄이 구설수에 올라 이명박 정권 들어 각종 비리가 터질 때마다 거론되는 이름은 이상득이었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증거다. ‘만사형통’ ‘영일대군’ ‘상왕’이라는 별명이 나올 정도였다. 때문에 2008년 제18대 총선을 앞두고는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친이계 소장파 의원 55명이 이상득의 총선 불출마를 촉구하는 등 이른바 ‘항명파동’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이 전 부의장은 결국 총선에 출마했다. 이 전 부의장은 그 사건으로 인해 당내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자원외교로 방향을 틀어 주로 중동 쪽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국내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했으나 구설은 좀처럼 끊이지 않았다. 프라임저축은행 사태, SLS그룹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 공천 헌금 등 현 정권의 각종 비리 또는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부의장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런 가운데 검찰은 이 전 부의장의 보좌관이었던 박배수 씨가 울산 T사가 공장신축 자금으로 경남은행에서 총 300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알선하고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일개 국회의원 보좌관 신분인 박 씨가 혼자만의 힘으로 제1금융권인 경남은행에서 300억 원이라는 거액의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이 전 부의장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수사해 왔던 영업정지된 프라임저축은행이 퇴출당하지 않으려고 이 전 부의장에게 수억 원대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합수단의 한 관계자는 〃특수3부로부터 관련 자료 전체를 넘겨받았다. 아직 주임검사를 정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금명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검찰은 이국철(50, 구속기소) SLS그룹 회장이 대영로직스 문환철(43, 구속기소) 대표를 통해 이 전 부의장의 전 보좌관 박씨에게 5억 원과 미화 9만 달러 등 총 6억 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하고 자금 용처를 찾기 위해 관련 계좌를 추적한 결과 2009년 9월~2011년 11월 이 전 부의장실의 여직원 임 모(44) 씨 계좌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돈 7억여 원이 입금된 사실을 발견하고 이 전 부의장이 프라임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첩보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7억 원의 뭉칫돈 출처와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이 병합됨에 따라 이 전 부의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두 사안의 연관성이 있다고 확인되면 합수단에 사건을 재배당해 수사할 것〃이라고 밝혀 이미 두 사안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 금품수수 첩보에 대해서도 검찰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숨소리 죽인 채 추이 지켜봐 이와 관련해 이 전 부의장은 검찰에 낸 소명서에서 〃부동산 매각대금과 집안 행사 축의금으로 들어온 현금을 장롱에 보관하다 가져다 쓴 것〃이라며 〃돈을 받고 특정 저축은행의 로비를 받았다는 내용은 결단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저축은행 로비설을 전면 부인했다. 임 씨도 검찰에서 〃이 의원이 사무실 경비로 쓰라고 가져다준 돈〃이라고 진술했다. 한편 중수부는 김학인(49, 구속기소) 한국방송예술진흥원(한예진) 이사장이 공천헌금 2억 원을 이 전 부의장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을 포함해 김 씨와 이 전 부의장 간의 또 다른 금품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다른 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검찰 안팎에서는 김 이사장과 이 전 부의장이 관련된 또 다른 첩보가 입수됐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처럼 우후죽순 같이 터져 나오는 이 전 부의장의 비리 연루설에 현재로서는 딱히 '형님 의원'을 보호해줄 수단도, 방법도 없기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착잡하기만 하다. 다만 청와대로서는 '이상득 연루설'이 단지 설로만 끝나기를 바라고 있지만, 파이시티 브로커 이동률의 비망록에 이상득이라는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전 부의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전 부의장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은 최 전 위원장이 지난 4월26일 마라톤 조사를 마친 직후 귀가에 앞서 〃이 대통령이 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짐을 얹어준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면서도 〃대통령도 머리가 복잡한데…〃라며 묘한 여운을 남긴 말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최 전 위원장이 이 전 부의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그가 언급한 ‘과제’와 ‘복잡’이 결국은 이 전 부의장을 향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따라서 청와대로서는 측근 그룹의 각종 비리 연루가 치명상이라면,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부의장의 비리 연루는 현 정권에 결정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만일 모든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앞으로 9개월여 남은 현 정권은 레임덕을 넘어 사실상 ‘개점휴업’ 사태를 맞게 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