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3호 최영태⁄ 2012.05.08 10:46:24
한국에는 어버이날(5월 8일)이 있고, 미국에는 어머니날(5월 둘째 일요일)이 있습니다. 미국에는 아버지날(6월 셋째 일요일)도 있지만, 거의 모르고 지나가니, 아버지가 천대받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어버이날과 미국의 어머니날은 아주 많이 다릅니다. 우선 카네이션이 완전히 다르죠. 미국에서는 대개 학생들이 학교에서 종이 카네이션을 만들어 선물합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학교에서 교육시키고, 종이꽃을 카드와 함께 엄마에게 전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생화 카네이션을 선물합니다. 그것도 예전에는 그저 카네이션 생화 한 송이를 가슴에 꽂아드렸지만, 요즘은 아예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선물하더군요. 1만 원 이상이나 하는…. 미국에서는 어머니날이 앞에서 말했듯 학생들과 엄마 사이의 날입니다. 고교를 졸업하면 대개 부모와 자식이 헤어져(독립해) 살기 때문에 20살 넘은 성인이 어머니날을 챙기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시집간 딸이 엄마에게 어머니날 선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학생과 엄마 사이에 종이 카네이션과 카드를 주고받는 게 미국 어머니날의 풍경입니다. 종이 카네이션, 귀엽잖아요? 한국에서는 꽤 비싼 생화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어버이에게 전해 드리며 고마움을 표현하죠. 그런데 막상 어버이들은 이 꽃바구니 선물이 영 탐탁지 않은 모양입니다. 싫은 선물 1등이라니. 사랑도 돈으로 환산되는 한국 사실 한국 어버이들이 바라는 것은 ‘어버이날 선물’이겠죠.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을 자녀들이 선물해주길 바라겠죠. 그런데 이런 선물이란 것은 꽤 돈이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부모 입장에선 “얘야, 이것 좀 사다오” 하기 힘들고, 자식 입장에서도 “뭐 사드릴까요”라고 묻기 힘든 게 당연합니다. 밥값을 아껴야 할 정도로(엥겔계수가 올라가니) 쪼들리는 신빈곤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낙착된 게 꽃바구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자식 입장에서는, 큰 돈이 들어갈 선물을 해드릴 돈은 없으니 “엄마, 그래도 난 한 송이 카네이션보다는 이만큼 더 많이 사랑해”라면서 꽃바구니로 확장해가는 것이지만, 이를 받는 부모 입장에서는 “아무 쓸모도 없는 꽃바구니는 왜 선물하누?”라면서 섭섭해지는 모양입니다. 미국의 어머니날은 아이들이 귀엽다는 생각에 그저 한 번 씩 웃는 날입니다. 반면 한국의 어버이날에는 꽃바구니 파는 거리상인들을 보면서 '가난한데도 허영어린 선물을 해야 하는 한국인' '마음이 아니라 돈을 기준으로 선물을 하다 보니 자꾸만 고급화돼가는 꽃바구니' '이를 받고 떨떠름할 부모님들' 등등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래저래 한국은 참, 생각할 게 많은 사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