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3호 최영태⁄ 2012.05.10 15:59:52
리듬 있는 세상에 살고 싶다. 투표도 리듬이요, 국민이 정권을 심판하는 것도 리듬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선거 시스템은 5년 대통령제와 4년 국회의원 제도가 뒤섞여 정신없기 짝이 없다. 10일 대선 도전을 선언하면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임기를 3년으로 줄여서라도 개헌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달성할 것이고, 그래서 2016년에는 대선과 총선을 한 날에 치르게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에 찬성표를 던진다. 이제 ‘국회선진화법’도 통과됐으니 앞으로 우리 국회에서 몸싸움이나 날치기가 크게 줄면서 합의와 설득에 의한 정치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려면 선거 리듬이 미국처럼 ‘짝수 해마다 선거를 한다’는 식으로 정비돼야 한다. 미국에선 짝수해 11월이면 반드시 선거가 열린다. 한 해 쉬고 다음 해엔 선거하는 일정이 계속 반복된다. 대선-총선-지방선거를 몰아서 하니 비용도 절약된다. 2년마다 동시 선거를 치르면 정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한 당에 몰아주면서 “기회를 줄 테니 한번 해봐”라고 시킬 수 있는 것이다. '국민 건강보험이 없는 유일한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오명을 씻을 수 있던 것도 오마바 행정부와 민주당에 미국인들이 힘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을 실어주고 맘에 안 들면 2년 뒤 심판하면 된다. 이와는 반대로 5년제와 4년제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한국 선거의 큰 문제점은 '나도 모르게' 여소야대를 만들기 아주 쉽다는 점이다. 진보 대통령을 뽑아놓고는 나중에 열리는 총선에서는 보수 국회를 만들곤 한다. 이는 정치의 피로감만 높인다. 살빼기에 규칙적 생활이 최고이듯, 선거도… 이를 노무현 정부는 집권 마지막 해 펴낸 ‘한국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 새로운 정치를 위한 제언’에서 “대통령과 국회의 임기를 일치시켜 동시선거가 이뤄지면 여소야대의 가능성은 최소한 현재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일을 할 수 있게 해놓고 책임을 물어야지, 일을 할 수 없도록 발목을 잡아놓고 책임을 묻는 것은 올바른 견제가 아니다”라고 제안한 바 있다. 여소야대가 되면 흔히 언론은 “국민의 절묘한 견제심리”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그게 무슨 견제 심리인가. 견제는 국회-사법-행정부가 서로 견제해야지, 청와대와 여의도의 주인을 다른 당으로 갈라놓고 아무 일도 못하게 하는 것을 견제라고 보기는 힘들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안이 그동안 심심하면 나왔지만 항사 “정치적 저의가 뭔가”라는 의심만 받아 왔다. 한국의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1987년 도입 이후, 청와대가 뭔가 정치발전을 이룬 기억은 거의 없고, 집권 말기만 되면 터져 나오는 추문만 기억에 남는다. 살 빼는 데는 규칙적인 생활이 최고이듯,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규칙적인 동시선거가 최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