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3호 최영태⁄ 2012.05.11 15:09:05
‘58년 개띠’ 팀 버튼의 ‘어두운 재기발랄’도 이제 슬슬 약발이 떨어지기 시작한 걸까? 팀 버튼 감독과 절친 조니 뎁이 손잡고 만들어 화제를 모은 ‘다크 섀도우(Dark Shadows)’가 5월 10일 한국과 미국 등에서 동시 개봉했다. 영화 제목 그대로 ‘어두운 그늘’을 그리겠다니, 팀 버튼의 명작 ‘크리스마스의 악몽’(1993)에서의 그 음산하면서도 코믹하고, 날카로운 감각으로 가슴을 파고드는 느낌을 맛보기 위해 서둘러 극장을 찾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좀 다른 내용이었다. 버튼의 ‘고딕풍 음산한’이 바탕에 깔리긴 했지만, 전면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조니 뎁의 깔끔한 코미디여서, 전체적으로 음산했다가 우스웠다가 하는 기복이 오락가락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는 60년 후반에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TV 드라마 시리즈가 그 바탕이란다. 큰 인기를 끌어 1991년에 TV 시리즈로 리메이킹 됐으며, 젊은 버튼과 뎁이 모두 그 팬이어서 이번에 다시 한 번 두 콤비가 손을 잡았다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두 번째로 재미있는 요소를 꼽으라면 조니 뎁의 연기다. 1700년대에 집안의 하녀(마녀이기도 한)를 데리고 놀다가 차는 바람에 마녀의 저주로 뱀파이어가 된 귀족 바나바스 콜린스(조니 뎁 분)는 200년이 지난 뒤 1972년에 우연히 공사 현장에서 발견돼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200년 만에 현대 사회로 귀환한 귀족 나리는 말투나 행동거지, 상식이 모두 고릿적이지만, 여자 밝히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1700년대 조선 양반이 1970년대 한국에 환생해 ‘발랑 까진’ 세상에서 겪는 흡혈귀 소동 같은 줄거리다. 최고 볼거리는 뱀파이어를 휘감고 도는 미녀 다섯. 할리우드 최강 콤비인 버튼+뎁의 합작품치고는 최고 수준 아니라는 평도 있지만 곳곳에서 재기발랄 번뜩 고릿적 나리를 연기하는 조니 뎁의 말투나, 뱀파이어답게 얼굴 전체의 근육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입 주변 근육으로만 온갖 감정을 표현하는 그를 보노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피식피식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뱀파이어라는 고딕식 분위기와 코미디가 섞이다 보니 일관성이 좀 떨어진다는 지적은 개봉 뒤 미국 언론들도 내놓고 있는 평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고급 코미디로 일관하는 게 더 좋았지 않았을까”라는 게 미국 USA투데이 신문의 평이다. 조니 뎁의 연기가 최고 수준이지만 이 영화에서 더 볼만한 것은 여인들의 대향연이다. “저렇게 예쁠 수 있구나”라고 혀를 차게 되는 프랑스 여배우 에바 그린(마녀 안젤리크 역)의 세계 최고 수준 미모부터,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도 섹시하고 차가운 매력의 미셸 파이퍼(엘리자베스 콜린스 역), 약간 비딱한 10대 소녀 역할의 클로에 모르테스, 금방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은 미모의 벨라 히스콧(빅토리아 윈터스 역), 그리고 마지막으로 꺼벙하면서도 코믹한 얼굴로 별난 역(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레드 퀸 역)을 도맡아 온 헬레나 본햄 카터(팀 버튼의 부인)까지 여자 5인방은 정말로 하나같이 매력 덩어리들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조니 뎁은 ‘밝히다 뱀파이어가 된’ 귀족이다. 200년 뒤 무덤에서 돌아온 뒤에도 그의 주변에는 온통 미인뿐이다. 뱀파이어와 미인들이 벌이는 코미디 소동 정도로 생각하고 감상하면,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팀 버튼의 재기발랄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