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3호 최영태⁄ 2012.05.11 18:09:49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이 표지에 26세 젊은 엄마가 가슴을 풀어헤치고, 세 살짜리 아들에게 젓을 물리는 사진을 실었다는 이유로 찬반양론에 휩싸였다는 소식을 들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타임이 커버스토리로 다룬 내용이 이른바 애착 양육(attachment parenting)이라는 것인데, 그 내용이 한국 엄마들의 양육 방식과 상당히 비슷하다. 타임지 표지의 26세 여성 제이미 그루멧은 “(표지 사진에 나온) 세 살짜리 아들은 물론 아프리카에서 입양한 다섯 살짜리 아들에게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젖을 물린다”고 했으니 대단한 애착 양육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뉴스를 보면 “한국 엄마나 미국 엄마나 애들 싸고도는 건 똑같군”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지에서 보는 미국 엄마들은 한마디로 무섭다. 미국의 전통적인 육아법은 아기를 엄하게 키우는 것이다. 엄마, 아빠에게서 떨어져 아기가 자기 방에서 잘 뿐 아니라 밤새 울어도 눈 하나 깜짝 않는 부모도 있다. 보채도 젖을 딱 정해진 시간에만 주기도 하는데, 이 모두가 독립심 양성을 위해서란다. 한국 엄마는 평생 자녀를 싸고돌지만 미국 부모들은 그렇지 않다.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12년간은 매일 학교까지 자녀를 데워주는 라이드(ride)를 해 주지만 고교만 졸업하면 그야말로 남남이다. 실례로 미국에서 본 아주 우스운 사례가 있었다. 미국의 꽤 좋다는 주립대학을 졸업한 한인 청년은 졸업 뒤 취직난으로 직장을 못 구해 집에서 놀고 있었다. 한국인이니까 대학 졸업 뒤 집에서 눌러앉아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이 집에 아들의 친구인 백인 청년이 ‘기숙’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대학까지 나오고도 취직을 못하자 미국인 부모가 “당장 나가라”고 쫓아내 한인 친구 집에 빌붙어 살고 있는 것이었다. 한국인이 학연-지연-혈연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싸우는 것은 엄마가 너무 '즉각적인 만족'을 주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어 타임지의 표지에 애착 양육에 대한 기사가 난 걸 보면, 미국 엄마들도 일부 반성하는 기미가 분명 있는 것 같다. 아이를 너무 엄하게 키우는 것에 대한 반성이다. 한국 엄마의 애착 양육은, 한 아기를 업고 또 다른 아기는 안은 채 치맛자락을 붙잡은 다 큰 애까지 보살피는 전통적인 모습에서 확인된다. 자녀 각자에게 그만큼의 애정을 각각 나눠주는 이른바 한국식 ‘즉각적 만족 주기’ 방식이다. 미국에서 애착 양육의 퍼져나가는 만큼 한국식 사랑의 분리 지배(divide & rule)도 분명히 장점이 있다. 문제는 최근에 올수록 애착양육의 양상이 점점 더 심해져 아예 집착양육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내 새끼만 잘 되면 된다"는 무서운 집착이다. 한국 엄마가 즉각적인 만족을 주기 때문에 한국에서 특히 남자아이들은 예외없이 '작은 독재자'로 자라나며, 어른이 돼서도 즉각적 만족을 구하기 위해 파벌싸움, 비리에 거침없이 나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전인권 저 ‘박정희 평전’ 참조). 미국 엄마들이 냉혹 양육에서 벗어나 좀 더 따뜻한 애착 양육으로 향하고 있다면, 한국 엄마들도 이제 집착 양육에서 벗어나 좀 더 합리적인 양육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