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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00분토론에서 진중권 “이런 통진당이 집권하면 나라 꼴이…”

'진보가 싸워야 할 첫 대상은 반민주적 좌파'란 말이 맞긴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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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5호 최영태⁄ 2012.05.23 15:19:48

MBC 100분 토론에서 희한한 장면이 연출됐다. 패널 4명이 모두 진보 인사들로만 구성된 토론회였기 때문이다. 한국 역사상 공중파에서 패널 모두가 진보로 구성된 이런 방식의 토론회가 있었는가 모르겠다. 그만큼 현재의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통합진보당의) 이런 세력이 권력을 잡는다면 도대체 나라꼴이 뭐가 되겠습니까”라고.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날 100분 토론은 통진당의 구 당권파를 대변하는 두 사람(이상규 국회의원 당선자, 이의엽 전 통진당 공동정책위 의장)과 진보 인사지만 구 당권파에 반대하는 두 사람(진중권 동양대 교수,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이 나와 각자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 시각을 탓할 게 아니라 당신들이 국민 수준으로 내려와라 이날 토론의 키워드는 ‘국민의 시각’이랄 수 있다. 각 정파의 입장이 어땠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가 어떻게 보느냐”가 될 수밖에 없으며, 그런 측면에서 구 당권파를 공격한 진중권과 김종철의 시각이 더 설득력 있었다고 보인다. 이 토론회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대부분 구 당권파를 공격하는 것이었다는 데서 이런 민심이 읽힌다. 좌파가 아무리 현란한 논리를 전개해도 유권자가 “너희들. 싫어” 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 유권자들에게 “당신들은 계급적으로 노동자인데 왜 부자당인 새누리당에 투표하냐. 바보짓 그만하고 정신차려라”고 아무리 훈계해 봐야 소용없다. 이는 마치 이른바 강남 좌파에게 “당신은 계급적으로 부르주아인데 왜 진보당에 투표하냐. 정신차려라”고 새누리당이 비난에 나서봐야 아무 소용없는 것과 똑같다. 통진당사에 대한 사상 첫 압수수색에 대해 여론은 검찰을 지지하는 쪽이다. 통진당의 구 당권파가 진작에 여론의 흐름을 읽었다면 검찰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당의 심장과도 같은’ 당원 명부를 검찰에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좌파의 '진정한 비민주성' 깨달아야…이런 식으론 집권 못해 한국의 이른바 ‘운동권 좌파’가 얼마나 민주주의적 원칙에 무지한가는 박상훈 저 ‘정치의 발견’을 보면 잘 나와 있다.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앉혀 놓고 박상훈 후마니타스 출판사 대표가 민주 정치에 대해 시리즈 강연을 한 내용을 엮은 책인데,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에 좌파가 얼마나 낯설어하는지가 잘 정리돼 있다. “자신의 정의감이나 신념을 과시하는 데 급급해 결과적으로 상대 세력의 위세를 키우고 자신이 지켜야 할 세력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이런 태도야 말로 정치에서 치명적 죄악이고, 정치에 대해 극도로 빈약하고 오만한 이해의 산물이다”(막스 베버)는 등의 강의 내용에 대해 ‘좌파 수강생’들은 휴식시간에 담배를 태우며 “이게 아닌데…”라며 곤혹스러워 한다. 물론 강의가 차곡차곡 진행되면서 “아하, 이런 게 민주주의구나”라는 인식이 수강자들 사이에서 싹틈을 책은 보여준다. 좌파에 대한 한국 사회의 탄압이 극악무도한 만큼, 좌파는 자신의 정의감이나 신념을 강화시켜야만 했다. 괴물과 싸우다보니 어느덧 스스로가 괴물이 돼 있는 현상이다. 100분토론을 보면서 ‘정치의 발견’에 나오는 다음 구절이 진리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진보가 싸워야 할 대상은 보수만이 아니다. 오히려 반민주적 좌파 내지 혁명적 좌파와의 싸움이 더 힘들다. 이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민주주의 하에서 진보는 성장-집권하기 어렵다.” 통진당이 집권을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국민의 시각’과 따로 놀아도 상관없다. 그러나 정말로 집권을 원한다면 이제 그만 현란한 논리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일반인들이 보는 시각에서 자신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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