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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의원의 ‘국격’ 발언에서 느껴지는 한국인의 비애

“저에게 중요한 건 국격 그런 게 아네요”라고 말할 대통령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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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5호 최영태⁄ 2012.05.25 18:30:00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오 의원의 국격 발언이 화제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권에서 역대 최고로 한국의 국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현 정권이 잘한 일과 못한 일을 말해 달라는 주문에 그는 잘한 일로는 국격의 상승을, 못한 일로는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들었다. 전국을 순회하면서 느낀 점이란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의원의 발언에서 ‘한국인의 비애’를 느낀다. 잘 사는 나라 만들기에 목을 맸던 한국인의 비애다. 대한민국 수립 이래 한국인들은 “나라가 잘 돼야 내가 잘 되는 것”이라는 이데올로기 교육 아래 독재-노동억압-장시간노동 등 모든 고통을 참아왔다. 남 부럽지 않게 잘 사는 나라를 위해서다. 정치인이 자기 나라에 대해 자랑할 첫번째가 '돈'인가 이 의원의 말대로 G20를 유치하고, 수출입 액수가 1조 달러를 돌파하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갔다고 덩실 춤이라도 춰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그의 말 그대로 서민경제가 파탄났다면, 도대체 이런 국격의 상승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나라가 아무리 잘나도 그 안에 사는 내가 돌아가실 지경이라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의원의 발언을 집안에 한 번 대입해 보자. 아버지가 말한다. “우리 집 소득이 늘었고, 손님들도 많이 찾아왔고, 아빠의 신용점수도 높아졌으니 우린 정말 행복하지?” 물론 이런 외적 요소들도 행복의 요소이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리 수입이 늘어도 부부는 싸우고, 자녀와 부모 사이에 대화는 없고, 입시경쟁이 시달리는 자녀는 때때로 자살 유혹에 시달린다면, 이런 가정은 행복한가? 아무리 못 살아도, 바깥사람들이 “돈도 못 버는 것들” "공부도 못하는 것들"이라고 깔봐도, 웃으면서 함께 밥을 먹는 가족이 정말 행복한 것 아닐까. 생활의 속살이 중요하지, 남들이 바깥에서 보는 ‘격’ ‘수준’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서민경제가 망가진 나라에, 국격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요즘 해직 언론인들이 하는 팟캐스트 방송 ‘뉴스타파’는 고 리영희 기자의 말로 시작한다. 그는 말한다. “내가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은 건, 애국-국익 이런 게 아냐. 진실이야.” 서민경제가 망가졌다면 그 나라는 다 망가진 거다. 지금 안 망해도 곧 망하게 된다. 이재오 의원이 같은 내용이라도 “전국을 돌면서 국격이 올라간 걸 느끼긴 했는데요,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서민경제고, 서민경제가 망가져 참 가슴아프고 책임을 느껴요”라고 말했다면 얼마나 멋있었을까. 고 리영희처럼 말하는 대통령을 갖고 싶다. “내가 목숨을 걸고 이루고 싶은 건, 국격-수출액 이런 게 아냐. 민생이야”라고 선언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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