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 필름, 의료용 도구와 같은 의학 재료를 작품의 재료로 사용해 죽음과 생명에 대한 작업을 하는 한기창의 개인전 ‘AMOR FATI’ 전이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에서 5월 16일부터 6월 29일까지 열린다. ‘AMOR FATI’는 독일의 철학자 니체(1844∼1900년)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용어로 운명애(運命愛)라고 번역된다. 학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한기창은 1993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생사를 넘나드는 긴 투병생활 후 2000년부터 이러한 경험을 모티브로 현재의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 한기창은 엑스레이 필름을 사용한 평면 작품 외에 사진, 영상, 설치 작업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현미경으로 확대된 병든 인체의 기관과 조직의 이미지를 드로잉하거나 동력을 이용한 LED 빛을 담은 거대한 설치물, 사진, 애니메이션,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열정과 보다 확장된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그는 암세포, 인체 기관과 뼈의 형상, 진열된 각종 의료용 수술도구를 보여줌으로써 ‘운명애(AMOR FAT)’의 전시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전시장을 죽음의 공간이자 치유, 생성이 순환되는 공간으로 환기시킨다. 인간의 인체를 이루는 세포조직의 형상은 생명이 순환하는 소우주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 순환되는 자연의 원리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동안의 작업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치유의 과정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치유를 넘어 온전히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수행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