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진 서랍, 자루가 없는 삽날, 부식된 철판, 문갑 등 하나같이 낡고 오래된 바탕 재료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이강화 개인전이 5월 30일부터 6월 4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나무나 쇠 등 오래된 물건들, 사람들과 호흡을 같이 하던 사물들이 저를 만나 그 기능을 달리하게 된 거죠. 바탕 재료로 쓰인 물건 중 나무는 몇 십 년이 지난 오래된 나무들이에요. 많은 작가가 자연스레 세월이 녹아든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데 저는 그걸 실행에 옮겼다고 할 수 있죠.” 그가 그리는 소재는 채송화와 나팔꽃, 구절초, 엉겅퀴 등 너무 흔해 눈여겨보지 않던 풀꽃들이다. 이처럼 하찮은 풀꽃이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새롭게 태어난다. 무엇보다 그는 버려진 재료들을 수집하고 수선하면서 재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이렇게 재탄생한 그림에는 변주곡, 일상, 인생, 약속, 인연, 추억, 회상 등의 제목을 붙였다. “제 작품의 소재는 우리의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에요.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작은 풀꽃들이 제 마음에 와 닿았고 그 느낌을 담아내고 있죠.” 특히 빠른 붓질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재료와 소재는 서로 스며들고 어우러지며 자연의 생명력을 그대로 뿜어내고 있다. 이처럼 자연은 그의 삶의 방식과 작품의 정서를 결정하는 원천이기에 이번 개인전에서도 그만의 섬세한 직관을 담은 3m에서 6m에 이르는 대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