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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붓 대신 펜으로 마음을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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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6호 김대희⁄ 2012.05.29 11:04:22

“까만 화선지에 번져가는 흔적, 두려움과 설렘, 약간의 불안함과 벅차오름. 붓이 종이에 처음 닿던 기분은 마음의 멍울을 터뜨려 사랑한다고 말해버리는 최초의 고백이다. 내가 얼마나 살지, 삶이 주는 유한한 시간이 어느 정도의 작품을 허락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숙명과도 같은 그림을 그려 나가며 시간이 허락하는 한 절실한 진언 같은 작품을 남기고 싶다.” - <그림처럼 사는> 본문 중에서 강할 것 같지만 여린 사람. 밝은 미소 뒤엔 부단한 노력과 열정이 뒷받침됐던 사람. 그림과 함께, 글과 함께 살고 있는 김지희 작가는 일찍부터 그렇게 사람들의 인식 속에 멈추지 않고 기나긴 인생의 마라톤을 이어가고 있다. “벌써 스물아홉이 된 지금 20대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요. 한편으론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20대가 아까워요. 그래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예술이 너무도 고맙고 열 번을 다시 태어나도 예술가로 살고 싶어요.”

김지희의 작품은 환하게 웃는 미소 속 한눈에 띄는 치아교정기, 눈물을 한가득 머금은 것 같은 오드아이(양쪽 눈 색깔이 다를 때 쓰이는 표현), 양의 탈을 쓴 머리, 안경으로 눈을 가린 얼굴 등 한번 보면 잊히지 않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처음 작품을 대하면 밝고 경쾌한 팝아트의 느낌이 강렬하지만 그 속에는 외로움과 슬픔, 아픔과 고독 등 외적인 억압이 담겨 있다. 작품 속 얼굴은 분명 웃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입은 웃지만 눈은 울고 있다. 또한 왠지 소녀와 같은 귀여운 인상으로 여성이 아닐까 판단하기 쉽지만 실제 성별은 없다고 한다. 부단한 노력과 열정 그리고 아픔과 상처, 극복과 치유의 과정 고백 그녀는 “작가라면 사회적 문제 또는 현대의 문제 등을 꼬집어내고 담아내야 한다”는 데 중점을 둔다. 걸어서 예쁜 그림도 좋지만 느끼고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작품 속 얼굴은 바로 현대인의 자화상이 된다.

때문에 그녀가 그리는 밝고 화사하지만 내면의 슬픔을 말하는 얼굴은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고독과 슬픔 등 마치 가면을 쓰고 의사소통을 하는 듯한 현대인의 불편한 웃음을 이야기한다. 눈의 표정을 감춘 커다란 선글라스, 날카로운 가시로 둘러싸인 선인장 등도 자신을 지키려는 표현으로, 현대사회의 보이지 않는 양면성을 일깨우는 듯하다. ‘그림처럼 사는’ ‘삶처럼 그린’ 20대 삶을 이야기하다 그림과 함께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평생 그림과 함께 살고자 하는 그녀는 글 쓰는 데도 남다른 소질을 보인다. 현재 미술전문지 ‘ART & COLLECTOR’ 편집팀장이자 미술 칼럼니스트인 그녀는 작업실에서는 화가로 불리지만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잡지에 문화와 예술 관련 칼럼을 쓰는 작가다. “그림 그리기와 함께 글 쓰는 것 또한 꾸준히 병행해 왔는데 그림-작업과 관련한 글을 좋아했죠. 대학 시절에는 글을 써서 상도 탔고 대학교 4학년 초에 책 ‘예술가에게 길을 묻다’(2006년, 미술문화)를 공저 출판하기도 했어요.”

그림과 관련된 글을 쓰며 일하지만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 여전히 그림만 그리는 순수한 노력파다. 2010년 처음 만났을 때 김지희는 “그림과 글은 내게서 뗄 수 없는 표현의 수단으로 나만의 에세이집을 내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 그 바람이 2012년 5월 ‘그림처럼 사는’과 ‘삶처럼 그린’ 2권의 책으로 출간되면서 이뤄졌다. “4년 동안 써온 글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어요. 분량이 많아 2권으로 나눴죠. 책을 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거 같아요.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그녀가 펴낸 책에는 글과 함께 주요 작품들이 수록돼 있어 읽는 재미와 보는 즐거움을 함께 전해준다. 어쩌면 김지희의 ‘인생 갤러리’를 관람하며 우리의 삶 역시 한 편의 예술작품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김지희는 2007년 일본 전일전에서 예술상을 수상했고, 2011년에는 열한 번째 청작미술상을 20대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로 수상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최근에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와 함께 봄여름 콜라보레이션 한정판 ‘MISSHA with Kim Jihee’를 출시하며 대중에게 한 발 더 다가서는 계기를 만들었다. 국내 및 해외 주요 아트페어와 기획전을 비롯해 80여 회의 전시와 6회의 초대 개인전을 가졌다. 이외에 다양한 자선전과 콜라보레이션, 영화와 드라마에 작품 협찬을 하는 등 갤러리의 문턱을 넘어 일상 속 예술을 만들어가고 있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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