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부조리함에 대해 지속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임안나 작가가 전쟁의 아이러니함에 대한 시리즈에 이어 여성과 전쟁의 아이러니에 주목한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를 5월 31일부터 7월 11일까지 진화랑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꽃, 거울, 가면, 새장, 빨간구두 등 여성성을 드러내는 대상을 등장시킨 작품들로 구성되는데 임안나가 말하고자 하는 여성성이란 파괴, 거칠음과 반대되는 보호, 모성애, 치유, 부드러움 등을 포괄한다. 작품 화면에서 가면은 여성의 부드러움과 연약함을 상징하는 깃털과 함께 구성되며 그 속에 병정들이 나타남으로써 이 오브제들이 보호받는 것 같으면서도 파괴당하는 것 같기도 한 분위기가 아이러니한 느낌을 유발한다. 모놀로그 시리즈도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공간의 분위기는 아름답고 차분한데 실상 파괴적 성향의 전투기가 거울 앞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작품에서 묘사된 꽃들은 모두 영롱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서 병정들은 꽃의 잎사귀 하나도 다치지 않게 지켜줄 것만 같고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곧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격을 상상하면 무참히 깨져버릴 모든 것에 허무함과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임안나 작품에서 아이러니는 화면 구성의 대비감을 통해 강조되고 있다. 대상을 지키는 병정들이 도리어 턱없이 작은 형상을 함으로써 누가 누구를 지키는 것인지 모순되어 보일 뿐 아니라 실제의 생생한 사물과 공간으로 인해 현실감이 있으면서도 한편 몽환적인 영화 속 판타지의 세계를 보여주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