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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시대의 인물을 통해 실재와 허구를 이야기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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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7호 왕진오⁄ 2012.06.04 11:21:30

강형구(55)는 빈센트 반 고흐, 앤디 워홀, 오드리 헵번 등 유명인들의 초상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높이 평가받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복사되고 복제되는 사진은 회화의 중요성을 떨어뜨린다고 믿는다. 대신 그의 극사실적인 기법은 사진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머리카락이나 주름처럼 섬세함이 필요한 표현을 가능케 한다. 사진이 나타낼 수 있는 것보다 더 사실적이다. 강형구는 이러한 세밀한 묘사를 통해 캔버스에 생명을 부여한다. 작가의 초상화를 보는 사람에게 압도적이고 자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극사실적인 표면보다는 강렬한 색채와 잦은 시각적 왜곡이다. 그의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인생을 마주하면서 역사의 모든 시험을 뚫고 살아남은 강한 대상들에 대한 연민이다. 세밀한 묘사를 통해 캔버스에 생명을 부여하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의 깊은 눈매는 작품 속 인물들이 보낸 세월의 흔적과 자취, 그리고 그들의 내면세계를 완곡히 드러낸다. 또한 정면으로 응시하는 인물들의 두 눈을 통해 작가는 관객과의 심도 있는 대화를 시도한다. 작품과 관객, 그리고 작가의 눈을 통한 응시는 상호간의 소통이 되어 관객들을 잡아끈다. 많은 인쇄물과 디지털 형태의 이미지 홍수 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은 이미지들을 보기는 하지만 응시하지는 않는다. 반면, 강형구의 회화는 무엇보다도 이런 우리를 멈춰 서서 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정교한 시도들이다.

동시대 대형 인물의 초상을 통해 사유적 표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작가 강형구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자화상과 시대적 아이콘인 해외 유명 인사들을 캔버스 가득히 채워 그려내고 있다. 작품 소재로는 유명인이 많이 등장하지만 강 작가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자신이 그리고 싶은 인물을 그린다는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선보이는 작품 중에서 이목을 끄는 것은 2009년 아라리오갤러리에서의 개인전 이후 최대 작품들 그리고 최초로 공개되는 윤두서의 자화상이다. 그가 중국 전시회를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적인 소재를 구사하려는 그의 의도가 여실히 배어 있는 작품들이다. 그는 “윤두서의 실제 자화상은 매우 작다. 구도를 동일하게 하면서 캔버스로 옮겼는데 화집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현대의 관점에서 바라본 느낌을 그려낸 것”이라며 “윤두서가 사진기가 없는 시대에 동양화 자화상으로 전달시킨 느낌을 현대의 사진적인 느낌이 강한 허구로 재현하고 싶었다. 나는 리얼리즘 작가가 아니기에 얼굴을 잘 그리는 작가로서 그의 자화상을 현대에 재현해 낸 것”이라고 했다.

강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누구나 편히 예술을 즐길 권리가 있다. 내 그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각자 잠재적인 느낌을 가지고 느끼도록 하고 싶다”며 “그림은 예술이지 논문이 아니지 않는가, 누구라도 즐길 수 있어야 예술”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개성의 상징이 얼굴 부호화된 각자의 고유 이름이 누구에게나 있다. 이런 부호화를 통해 개인은 타인과 구분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름이 같은 사람은 있지만 얼굴이 완전히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자신의 상징이 바로 얼굴이다. 얼굴은 인간에게 가장 자연적인 대상이면서 스스로를 그냥 노출시키는 부분이다. 그래서 얼굴의 독립성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그는 얼굴, 즉 자화상에 집착한다. 사회적 이슈 그리고 인류 사회를 만들어낸 ‘메이커’들을 그려낸 그의 작품에는, 단순히 개인의 얼굴이 아니라 세상 속의 인간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상이 들어앉아 있다. ‘모노톤의 작가’라 불리는 강형구는, 그 대상이 자신의 색채와 어울리면 그 대상의 지위 고하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그림을 그린다.

그가 주로 그리는 마릴린 먼로는 우리 머리 속의 마릴린 먼로와는 다르다. 개념이 다르다. 멀리서보다 가까이에서 봐라봤을 때 “강형구의 작품이구나”라고 알게 되는 것이 좋다고 그는 말했다. 스스로 고착되는 화풍을 싫어하며, 작가로서 예술가적 권리가 포기되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국내 미술시장이, 실력과 재주를 통한 평가보다는 너무 상업적인 면에 치우쳐 개념과 질서를 무시하는 상태에 이른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시장의 벽은 작품성을 보여주는 곳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팔리는 게 나와 내 그림의 운명 같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데로 그리기 때문에 대작 위주로 되는 것 같다. 가장 강형구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간의 이목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에 대해 “팔리는 것 보다 안 팔겠다는 의지가 더 어렵기에 반 고흐의 정신을 나의 멘토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며 “작품을 팔겠다는 목적으로 그리는 것은 운명이 아니다. 작가 스스로 즐길 때 내 작품이 나오며, 완성 이후에는 내 작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의 상업주의적 미술 풍토에 반박하는 발언이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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