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급발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기본 장착품으로 자리잡은 블랙박스에 찍힌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영상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급발진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사안이다. 자동차가 인류의 최고 발명품이고 없어서는 안 될 문명의 이기지만 동전의 뒷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급발진 문제가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급발진을 일으키는 각종 원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안전장치가 의무 탑재되고 있으나 전기전자 장치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상대적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에 포함되는 전기전자 장치의 비율은 25~30% 수준이다. 앞으로 4~5년 이후에는 40%까지 상승할 것이다. 안전 및 편의는 물론 환경보호를 위한 배기가스 점검 등의 여러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전기전자 장치의 탑재는 필수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급발진이 발생한 뒤 적절한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모든 급발진은 대부분 운전자의 실수로 판결났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결함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도의상 일부 보상해 준 사례가 있으나 결론에는 차이가 없다. 몇 년 전 미국에서 도요타 리콜사태가 발생했을 때 급발진 문제를 미 항공우주국(NASA)도 함께 조사했지만 입증에 실패했다. 급발진은 발생하는데 왜 이러한 결론만 나는 것일까. 문제는 재연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동일한 현상을 밝혀내야지만 자동차 결함을 입증할 수 있는데,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급발진의 특성이다. 물론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블랙컨슈머 또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 급발진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실제로 급발진은 발생한다. 급발진은 자동차의 각종 전기전자 장치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등의 이상으로 자동차가 운전자의 의지에 관계없이 움직이는 현상을 총칭한다. 해당 부서인 국토해양부에서는 최근 급발진 민관 합동조사단을 발족한다고 했으나 과연 제대로 조사를 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급발진의 재연은 불가능하나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각 분야에서 역할 분담을 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업체의 조치다. 이미 작년에 50만대 이상 판매된 블랙박스는 올해 약 70만대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최고 기술수준과 다양성을 자랑하는 우리의 블랙박스는 4개의 카메라가 탑재된 기능과 주차 시에도 감시하는 기능이 있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교통사고는 물론 일반 범죄의 증거로도 블랙박스 영상이 활용된다.
블랙박스 기능을 강화해 소형 카메라 하나를 운전자의 발쪽을 촬영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카메라는 그렇게 해상도가 높을 필요도 없으며, 운전자가 문제 발생 시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것만 입증하면 된다. 현재 급발진 문제가 제기되면 운전자는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내야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만큼 운전자 본인이 실수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면 된다. 재작년부터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블랙박스 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던 필자로서는 항상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고 업체에도 권고한다. 이런 제품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둘째로 메이커의 노력이다. 급발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외면만 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소비자를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비자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메이커는 자세를 다듬어 더욱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부각되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등 급발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요소를 억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의 개발 및 탑재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로 자동차 관련 비영리 단체의 역할이다.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홍보나 캠페인도 중요하나 사회적 이슈가 된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비영리 단체의 전문성을 높이고 한국소비자원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이다. 이번에 결성한 합동조사단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잘못하면 용두사미 격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문제가 된 다음에 등장하는 사후약방문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 조사단은 최근 발생한 수십 건의 급발진 문제를 조사한다고 했지만 연간 발생하는 급발진 추정 사례만 적어도 수백 건은 된다. 소비자원에 보고되는 건수가 100여 건이라니 실제 발생은 몇 배가 될 것이다. 이 많은 건수를 어떻게 조사한다는 것인지, 어떠한 기준으로 조사대상 사고를 고른다는 것인지도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급발진은 분명히 일어나지만 업체 책임이 된 경우는 드물다. 운전자의 발쪽을 별도로 찍는 카메라 설치해 ‘운전자의 발 실수 없었음’ 증명할 수 있어야 EDR 등 사고상태를 기록하는 장치에 대한 메이커의 고유 영역을 어떻게 객관화해 평가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된다. 단순한 급발진 사고에 대한 평가보다는 더욱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미 10여 년 전에 시행한 국토해양부 차원의 급발진 관련 정책보고서를 다시 한 번 객관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약 30%가 전기전자 장치여서 급발진 요소가 더욱 증가했기 때문이다. 급발진 사고에 대한 평가는 객관성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만큼 여론에 떠밀려 시늉한다는 비아냥을 듣지 않게끔 독립적 역할을 기대한다. 그래서 더욱 구성과 역할, 임무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구축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비행기에 탑승하면 휴대폰은 끄게 돼 있다. 중환자실에서도 휴대폰 사용은 금지다. 이미 자동차 안전도 검사 기준에는 전자파 차단에 대한 기준도 포함됐다. 이 모든 것이 전자파에 의한 기기의 오작동 위험성을 인지한 조치다. 그러나 자동차는 쉽지 않다. 2만5000개 이상의 부품이 조합되고 유기적으로 연동돼 동작하며, 이미 생활필수품으로 깊숙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기업 편이 아니라 국민 편에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급발진 해결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