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한국인의 사상적 스펙트럼 넓어져가는데…어떤 대선주자가 감당하려나

이해찬의 매카시즘 발언으로 보는 한국인의 사상 스펙트럼

  •  

cnbnews 제277호 최영태⁄ 2012.06.05 17:10:16

이해찬의 신매카시즘 발언이 화제다. 국회의원에 대한 사상 검증 움직임에 대해 “신매카시즘 음모”라고 반발한 발언이다. 통합진보당의 경선부정 사태부터 6월 5일의 신매카시즘 발언까지 한국 사회는 이른바 ‘종북’ 논쟁으로 한 달 보름 정도를 지새웠다. 이런 사태 진전을 지켜보면서 분명히 느껴지는 것은 “한국인들은 참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고, 할 말은 다 하는구나”라는 점이었다. ‘당내 민주주의’가 안 돼 일어난 일을 왜 ‘사상 검증’으로 해결하려 드나 매카시즘은 1950년대 초 미국에서 일어난 거짓 ‘빨갱이 잡이’ 광풍이었다. 상원의원 조셉 매카시는 항상 가방을 들고 다녔고, 수시로 그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흔들며 “여기 빨갱이 정치인-관료 명단이 있다”고 겁을 줬다. 그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이 많이 죽어나갔다. 물론 그가 흔든 종이에 ‘진짜 공산당원’ 명단 따위는 없었다. 아무 내용도 없는 가짜 편지를 흔들어대기만 해도 공산주의를 무서워하는 미국 사람들은 쭈그러들었다. 가짜 문서를 흔들어대며 사람들을 겁줬다니, 2007년 한국 대선에서 일어난 ‘가짜 편지 흔들어 사람 죽이기’와 아주 흡사하다. 이런 건 참 잘도 배운다. 통합진보당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해 한국인은 매섭게 비난했다. 이른바 주사파를 사상적 배경으로 하는 의원들의 국회 입성에 대해서는 “이건 아니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 수구보수 세력의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이 너무 크게 휘둘러지려는 지점에서 이해찬이 외친 “이건 아니잖아”에 또한 많은 한국인들이 찬성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종북은 안 된다고 분명히 말하면서도, 그 종북 논쟁이 한도를 넘어 국회의원의 사상검증이라는 요상한 단계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그건 아니잖아”라고 분명한 의사 표시를 한 셈이다. 넓은 스펙트럼을 잘도 소화해내는 한국 유권자 ‘박근혜 현상’이라는 책에서 정한울은 말한다. “한국 유권자들 중 40% 정도는 경제적으로는 진보이면서 대북-안보적으로는 보수이고, 강경한 대북정책에는 반대하면서도 북한에 일방적으로 퍼주는 것은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이렇게 양면적 가치를 잘도 소화해내는 게 한국인이고, 그런 면에서 이런 양면적 가치를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정치인이라야 2012년 대선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게 정 씨의 진단이다. 최근 사태에서 이런 측면이 확인된다. 한국 유권자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색깔론 정도로 정국을 완전히 얼려버리고, 생사람을 매장하는 방식은 더 이상 한국에서 통용될 수 없다. 국민들이 깨어 있기 때문이다. 매카시즘은 무섭다. 흔히 역사 책은 미국의 매카시즘을 1950년대의 일로 묘사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상이 의심스럽다”며 색깔론 공세에 시달린 오바마만 봐도 매카시즘의 잔재를 느낄 수 있다. 매카시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진보 세력에게 요구할 것은 “너희도 민주주의를 해라. 그렇지 않으면 용납 않겠다”이지, “너의 사상을 검증해 빨간색이 조금이라도 묻어 나오면 죽여 버리겠다”가 아니다. 이해찬이 제시한 매카시즘 논쟁과 그에 대한 반응에서, 한국 유권자가 간단치 않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